맥킨지ㆍ베인ㆍBCG등, 파트너 내분에 인력이탈로 '골머리'
입력 2014.04.24 08:34|수정 2014.04.24 08:34
    해묵은 인사 적체로 내분 빈번…실력 있는 파트너들 이직 잦아
    대형 프로젝트 급감ㆍ저가수주 보편화…업계 전반 '우울해'
    • [본 콘텐츠는 4월 17일 17:17에 인베스트조선(Invest.chosun.com)의 유료고객 서비스를 통해 소개되었습니다.]

      맥킨지 (McKinsey & Company), 베인(Bain & Company), BCG (Boston Consulting Group) 등 잘 나가던 외국계 전략 컨설팅사들이 파트너들간 내분과 인력이탈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컨설팅 수요 급감으로 수익성이 연일 악화되는 와중에도 같은 파트너들이 십년 이상 사내에 군림함에 따라 발생한 인사적체가 원인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1위 맥킨지의 경우. 지난 96년 조인해 2012년 서울사무소 대표를 달았던 최원식 대표가 여전히 서울 오피스 리더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실력 있는 시니어 파트너들이 줄줄이 맥킨지를 떠나온 지는 꽤 오래됐다.

      맥킨지 파트너들이 대기업으로 이직한 사례만도 수십건에 달한다. 두산은 비모스키 부회장(1992~1998년 맥킨지 서울사무소 대표), 이상훈 사장(1994~2003 맥킨지 근무) 등을 비롯해 한때 17명에 달하는 맥킨지 출신 임원들이 그룹 내에 포진했다. 사내에서 '맥킨지 동창회를 열어도 될 것"이란 말이 나올 정도. SK그룹 역시 맥킨지 출신들이 넘쳤고, LG전자도 한때 '맥킨지 천하'였던 시절이 있었다.

      컨설팅 업계에서는 "맥킨지에서는 한국인이 '디렉터'(Director) 직급을 다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라는 게 정설로 굳어 있다. 결국 맥킨지 파트너들의 잦은 이직은 이들이 뛰어난 인재라는 점도 있지만, 맥킨지에 남아봤자 더 나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도 작용했을 것이란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핵심 인력이 빠지면서 맥킨지가 단골고객을 잃거나 평판이 훼손되는 경우도 늘었다. 두산조차 지금은 맥킨지 대신 BCG를 고용하고 있다. 또 지난 2008년 대우조선해양 매각 당시, 맥킨지가 대우조선에서 GS를 거쳐, 두산, 한화까지 각 후보를 돌아가며 컨설팅 자문을 제공, 비밀유지 논란'을 일으켰던 것은 아직도 회자 되고 있다. 이 탓인지 여전히 GS그룹은 맥킨지를 선호하지 않는다.

      맥킨지 본사의 "포천 500대 기업 일감 수주에만 가능한 집중하라"는 글로벌 전략도 한국내 맥킨지 영향력 감소에 영향을 주고 있다. 국내에서 이 기준을 만족하는 곳이라봤자 삼성전자, 현대차 등에 그친다. 결국 맥킨지 파트너들이 다른 기업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주해와봤자 본사의 인정을 받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러다보니 맥킨지 서울오피스는 자연스레 삼성그룹 관련 프로젝트에만 집중하려는 모양새고 나머지 기업을 베인과 BCG 등이 선점하고 있다.

      베인앤컴퍼니의 경우, 최근 수년간 실력 있는 시니어 파트너들이 줄줄이 회사를 떠나고 있다.

      지난 2010년에는 국내 최초 여성파트너 승진자였던 김연희 공동대표와 함께 황현준 부사장ㆍ박성훈 부사장 3명의 파트너가 한꺼번에 BCG로 이직하며 화제가 됐다. 당시 김연희 대표와 공동대표를 맡고 있던 이성용ㆍ신종원 대표간 대립이 원인으로 알려진다.

      이듬해인 2011년에는 M&A/PE 분야를 맡았던 김수민 부사장이 퇴직, 아예 사모펀드 운용사(유니슨캐피탈) 대표가 됐다. 2012년에는 유종연 파트너가 SBS미디어홀딩스 전략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다시 2013년에는 서울 오피스 대표이자 아시아 펀드/M&A 리더였던 박철준 대표가 퇴사, 베인 직원들과 함께 '앤비욘드'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현재 베인은 글로벌 디렉터이기도 한 이성용 대표와 정지택ㆍ최원표ㆍ이혁진 파트너 등이 베인을 이끌며 신세계, 아모레, 현대카드 계열와 PEF 등을 고객으로 관리하고 있다. 영업력이 뛰어난 이성용 대표가 컨트리 헤드를 맡고 관리에 집중하다보니 오히려 사세가 움츠러든다는 지적도 일부 있다.

      BCG는 아예 파트너간 내부 다툼으로 서울 오피스가 일본 오피스 관할권에 들어가는 '굴욕'을 겪었다.

      BCG는 지난 1994년 서울 오피스를 연 이후, 채수일 대표와 나중에 공동대표가 된 이병남 대표가 BCG 서울 오피스를 이끌어왔다. 10년 이상 '장기집권체제'가 지속됐던 셈이다.

      이들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거론됐던 것이 김도원 파트너, 그리고 2010년 베인앤컴퍼니에서 이직한 김연희 파트너였다. 이 두 파트너는 사내에서 상당한 반목을 거듭했던 것으로 복수의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일단 김도원 파트너는 BCG 내부에서 성장한 인력에 해당됐다. 베인 출신인 김연희 파트너는 삼성ㆍ교보 등 보험쪽 프로젝트를 대량 수주해 오는 등 탁월한 능력을 입증했지만 베인에 있을 당시도 다른 파트너와 반목이 있었다. BCG로 옮겨 와서도 이런 일이 다시 벌어진 셈이다. 

      이 두 파트너의 대립이 극단으로 치닫자 본사 차원에서 해결책으로 내놓은 것이 BCG 서울오피스 관할권의 일본 이전 이었다는 게 컨설팅업계 해석이다. 현재 BCG 서울오피스는 도쿄ㆍ나고야 오피스와 '클러스터'로 묶여 관리되며 도쿄 오피스 수장이 총괄책을 맡고 있다.

      업계는 이런 전략 컨설팅사들의 어수선한 분위기가 '일감 감소'로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익히 알려진대로 외국계 전략 컨설팅사들은 지난 98년 맥킨지의 '한국재창조 보고서'가 히트를 친 이래 한국에서 '호황기'를 보냈다. 외환위기를 맞아 패닉에 빠진 정부와 대기업들이 앞다퉈 컨설팅사들을 찾았고,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외국계 컨설팅사에게 '진로상담'을 받는 게 유행이었다.

      건당 100억원이 넘는 대박 프로젝트도 적지 않았다. 두산그룹이 맥킨지 컨설팅을 받은 후 회장 직속 전략기구인 '트라이 C'(Tri-C)팀을 조직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LG전자는 남용 부회장 당시에는 맥킨지 컨설팅에 거의 의존하다시피하며 매년 수백억원을 맥킨지에 지급했다.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이 잠시 회장직을 버리고 이사회 의장에 머물다 2000년 전격 복귀하면서 회사를 뒤흔들 때 찾은 곳도 베인앤컴퍼니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100억원은 커녕, 50억원이 넘는 프로젝트도 드문 상황이다. 전략 컨설팅에 대한 필요성과 의존도가 급감한 탓이다.

      일부 대기업 사이에 '전략 컨설팅=허울만 좋은 보고서'란 인식이 뿌리내린지는 오래됐다. 컨설팅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 내부사정이나 업황ㆍ생산현장에 대한 이해도 부족한 전략 컨설팅에 수백억원을 주느니 직원들의 내부 목소리를 듣는게 더 낫다고 기업들도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미 대기업 내에서도 해외 유수의 MBA를 다녀온 인재가 즐비한 상황. PE업계 한 관계자는 "컨설팅 펌을 고용하면 매번 대상 업종이 다른데도 같은 파트너가 찾아와서 '업종 전문가'라고 나서는 일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맥킨지 컨설팅에 의존했던 LG전자가 스마트폰 시대의 도래를 혼자 예측하지 못해 부진에 빠진 것은 전략 컨설팅의 한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웅진그룹 등 한계상황에 빠진 기업 오너들이 한때 외국계 컨설팅 보고서에 의존했던 것도 전략 컨설팅에 대한 신뢰상실의 원인이 되고 있다.

      외국계 컨설팅 펌을 고용했던 일부 은행들은 "컨설팅을 해주겠다고 와서는 정작 모든 조언은 직원들에게 듣고 있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AT커니 등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업체나 네모파트너스, 회계법인 계열 컨설팅사 등 국내 회사들도 전략 컨설팅 부문에서 활동하다보니 '저가수주'경쟁이 벌어지는 일도 생기고 있다. 높은 인건비와 낮은 수수료로 인해 컨설팅 사업부를 축소시키는 일도 적지 않다. 이로 인한 컨설팅업의 불황이 장기화 될수록 내부 인력이탈 문제도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