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앞둔 SPP조선의 '선택과 집중'
입력 2015.11.05 07:00|수정 2015.11.05 07:00
    효율성·경제성 고려해 사천조선소로 역량 집결
    신규 수주 추진…5만톤급 PC선 집중 전략
    • SPP조선이 ‘선택과 집중'을 통한 사업성 회복에 안감힘을 내고 있다. 최적의 입지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에도 투자여력과 수주전략을 고려해 사업역량을 사천조선소로 모았다. 한동안 끊겼던 수주 역시 가장 강점을 보였던 석유제품운반선 위주로 추진할 계획이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PP조선 채권단과 매각주관사는 이번 주 사업착수회의(킥오프미팅)를 갖고 매각을 본격화한다.

    • SPP조선은 파생상품 손실과 계열사 투자 실패 등으로 대규모 손실을 봤고, 2010년부터 채권단 자율협약에 돌입했다. 계열사 매각, 인력 감원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이어진 끝에 올해 상반기 흑자전환 했다. 채권단은 하반기 이익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사천조선소 중심 매각…”입지 아쉽지만 최선의 선택”

      SPP조선은 본사가 있는 사천을 비롯 통영, 고성 등 3곳의 조선소를 가지고 있는데 사천을 제외한 사업장은 올해 문을 닫았다. 채권단도 사천조선소를 중심으로 매각을 진행할 방침이다.

    • 사본 -사천조선소 및 사천대교2 이미지 크게보기
      지도:사천시 행정지도

      사천조선소는 초기부터 입지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조선업 진출이 늦어 후보지가 제한적이었고, 바로 큰 바다와 접해 있는 다른 조선소들과 달리 사천만 안쪽에 자리잡았다. 조수 간만의 차가 커 선박의 진수와 이동이 쉽지 않다. 발주 선사의 우려를 덜기 위해 수주 관련 회의도 주로 만조 시간에 맞춰 이뤄졌다.

      큰 바다로 나가는 길목의 사천대교도 걸림돌이다. 사천대교의 교량 높이는 20M(해양수산부 자료)로 드나들 수 있는 선박이 제한적이다. SPP조선은 교량을 통과할 수 있는 높이까지 선박을 건조한 후 상부 마무리 공정은 멀리 떨어진 통영의 덕포산업단지에서 진행한다.

      사천보다는 접안이 용이한 통영조선소를 활용하는 것이 낫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회생절차 중 매물로 나온 가야중공업을 인수해 사업기반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가야중공업은 SPP조선 통영 조선소와 바로 맞닿아 있다. 통영은 과거 삼성중공업이 점 찍었을 만큼 입지가 좋다는 평가다.

      채권단은 그럼에도 사천조선소 중심의 사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사천은 마무리 공정을 하기 어렵다는 약점은 있지만 설비 면에선 다른 사업장보다 우위에 있다"며 “철판 절단 및 가공, 탑재와 조립까지 공정 효율화가 잘 돼 있어 원가 경쟁력도 우수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흑자전환 했지만 아직 대규모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가야중공업 인수 등 신규 투자보다는 현재 가능한 범위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 수주에 성패 달려…5만톤급 PC선에 집중할 듯

      채권단은 올해 4850억원의 자금을 지원했지만, 신규 수주는 중단하길 원했다. 그간 저가 수주가 많았고, 물량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난 1년간 수주가 이뤄지지 않아 수주 잔량이 예년의 절반인 40척 수준에 그치고 있다. 사천조선소의 건조 능력 상 내년이면 일감이 모두 소진된다.

      채권단의 입장은 미묘하게 다르다. 신규 수주로 기업가치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과 조선 업황 및 선수금환급보증(RG) 등 추가 지원 부담을 고려해 현재 상태에서 매각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상당수 금융회사들이 올해 초 저가 수주 등을 이유로 채권단에서 빠져나가기도 했다. 현재 채권단은 우리은행(주채권은행, 의결권 29.29%), 수출입은행(46.16%), 무역보험공사(20.43%), 서울보증보험(4.12%) 4곳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금융회사가 할 수 있는 구조조정은 다 진행했고, M&A 성공과 새로운 주인의 사업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신규 수주가 이뤄져야 한다”며 “신규 수주 동의를 얻기 위해 채권단을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 SPP조선이 2013년 인도한 5만톤급 PC선 이미지 크게보기
      SPP조선이 2013년 인도한 5만톤급 PC선

      채권단 의견이 모아질 경우 신규 수주는 사천조선소의 역량을 극대화 할 수 있고 건조 경험도 많은, 5만톤급 PC(Product Carrier; 석유제품운반)선 위주로 추진될 전망이다.

      PC선 중에선 5만톤급 비중이 가장 크다. SPP조선은 지난 2008~2013년까지 전 세계 조선소 중 가장 많은 5만톤급 PC선을 수주한 경험이 있다. 사천조선소도 5만톤급 PC선에 최적화돼 있다. 지난 2006년부터 인도한 PC선 115척 중 5만톤급만 103척에 달한다. 채권단은 PC선 외 선박이나 규모가 다른 선박의 경우, 건조 능력과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 유가가 떨어져 있어 원유보다는 최대한 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석유제품 운반 수요가 늘고 있다”며 “당분간 PC선 발주 환경은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조선사들이 PC선 수주로 몰려들 경우 수주가 이익으로 연결될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