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PEF) 순기능 잊은 KTB PE의 동부익스프레스 매각
입력 2015.11.27 07:00|수정 2015.11.27 09:24
    신한PE-현대백화점그룹의 에버다임 거래와 상반된 모습
    투자 후 1년 만에 매각…"가치개선 흔적 찾아볼 수 없어"
    고가 매각 고집하다 시간 지체…유력 후보 놓쳐
    • 현대백화점그룹은 올해 두 건의 기업 인수·합병(M&A)거래를 진행했다. 인수 대상 회사는 모두 유통업과는 다른 영역에 속해 있었다. 매각자는 둘 다 사모펀드(PEF)였다. 신사업 진출에 목말랐던 현대백화점은 남다른 의지로 거래에 임했다.

      두 건 모두 PEF의 투자회수에서 시작됐지만 종착지는 달랐다. 한 곳은 매각자와의 협상부터 잔금납입까지 순탄하게 끝났지만 다른 건에서는 감정만 상한 채 돌아섰다. 신한프라이빗에쿼티(신한PE)의 에버다임과 KTB프라이빗에쿼티(KTB PE)의 동부익스프레스 매각에 대한 얘기다.

      신한PE의 에버다임 투자는 PEF의 순기능을 다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수 후 5년 동안 재투자를 했고 경영진과의 의사소통도 꾸준했다. 투자회수 시점이 도래하자 신한PE는 에버다임이 시너지를 누릴 만한 매수자까지 연결해줬다.

      거래는 신한PE와 현대백화점, 에버다임 모두에 좋은 결과를 남겼다. 신한PE는 16%의 내부수익률(IRR)을 기록했고 에버다임은 현대백화점그룹에 편입되면서 더욱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해졌다. 현대백화점 역시 건설·중장비 산업으로 보폭을 넓혔다.

    • 반면 KTB PE는 동부익스프레스 매각은 실패했다. 회사의 경영 효율 및 가치 증대의 흔적은 찾기 힘들었고 회사를 새로 이끌 주인을 이어주려는 노력도 적었다.  KTB PE는 PEF로서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했다는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게 됐다.

      KTB PE는 동부익스프레스 투자 후 1년 만에 매각에 나섰다. 경영권 인수 후 회사에 뚜렷하게 기여한 것도 없었고 이익 개선세도 보여주지 못한 상태였다.

      거래 후반부에 진입할 수록 시장의 반응은 얼어붙었다. 주매출처인 동부제철이 워크아웃에 돌입하고 동부메탈 역시 경영 상태가 악화하며 동부그룹이 담당해오던 캡티브(Captive) 물량 유지가 위태로웠다. 동부인천항만의 수익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도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유일하게 기다린 후보는 현대백화점그룹이었다. 범(凡) 현대그룹의 캡티브가 확실해 보이는 적합한 후보였다. 그룹차원에서 물류업 진출을 오랜 기간 고민해오기도 했다. 본입찰 때 제시한 가격도 KTB PE의 인수가보다 높았다.

      KTB PE는 그러나 고가 매각을 고집했다. 현대백화점을 외면하고 더 높은 가격을 써줄 곳을 물색했다. 단독 후보인 현대백화점의 신뢰를 잃었고 펀드 출자자(LP)들 역시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PEF 운용사가 수익 극대화에 집중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동부익스프레스는 일반 투자와 다르다. 투자펀드가 기업재무안정 PEF였다.  민간자본을 활용해 기업 구조조정에 초점을 둔 펀드다.

      감정의 골이 깊어지자 거래는 틀어지기 시작했다. 한 달 이상을 허비한 끝에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지만 가격 이외의 쟁점에서 대립각만 세웠다. 현대백화점은 결국 KTB PE를 더 이상 믿을 수 없다고 판단해 결국 협상장을 떠났다.

      동부익스프레스의 아쉬움 역시 클 것으로 보인다. 안정적인 주인을 맞이해 회사를 더 키울 수 있는 기회였다. 회사는 그간 그룹의 재무위기로 부침이 심했고 직원들도 수년째 임금 동결 상태를 견뎌온 상태였다. 매각 위로금을 두고 KTB PE와 노조 간 갈등을 빚은 데는 이런 배경도 있다.

      게다가 재매각은 녹록하지 않다. KTB PE가 갈등만 드러내며 거래를 끝낸 탓에 추후 어떤 전략적 투자자가 손을 들고 나올 지도 이제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