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해외사업, '넥스트 플랜' 없다
입력 2016.03.17 07:10|수정 2016.04.22 16:55
    중동 수주 전년比 96%↓…국내 업체 수익성 확보 비상
    2~3년간 외형 축소 불가피…'성장'보다 '생존' 고민할 때
    • 국내 건설사들의 고속성장을 이끌어온 중동 플랜트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길어지는 저유가와 이로 인한 중동 국가들의 재정악화로 시장이 축소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업체들의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경제 제재가 풀린 이란 시장이 대안으로 부상했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전문가들은 건설사들이 과거와 같은 성장보다는 생존을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입을 모은다.

      ◇ 급감하는 중동 신규 수주…쉽지 않은 이란 공략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2월까지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약 50억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03억달러에 비해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특히 중동 수주는 8760만달러로, 23억7000만달러에 달했던 전년 동기보다 약 96% 급감했다.

      최근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가 해제된 이란이 중동에서 새로운 기회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기대만큼 국내 업체의 진입이 쉽지 않은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중동 국가들의 재정악화가 심화하며, 과거와 같이 발주처가 돈을 지급하는 '도급형 발주'는 점차 자리를 잃고 있다. 대신 시행사들이 금융을 끌어오는 ‘시공자 금융’ 및 ‘투자개발형’ 프로젝트가 확대되고 있다. 정부도 이란 진출에 나선 건설 업체에 대한 금융 지원 확대를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유럽과 중국 등 글로벌 건설업체들과의 경쟁 심화가 예상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한 관계자는 "중국은 정부가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투입해 공격적으로 수주를 확대하고 있고, 투자은행(IB)이 활성화한 유럽은 금융을 활용한 사업개발에 노하우가 있어 시작 단계인 한국이 경쟁을 뚫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특히 미국의 경제제재 당시 이란 시장에서 철수하지 않은 중국 업체들과의 '정보 격차'도 고민거리"라고 말했다.

      ◇ 중동 이후 고민 굼뜬 국내 건설사…성장보다 '생존' 고민할 때

      국내 건설사들이 중동시장 이후 먹거리 발굴에 굼떴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글로벌 건설사들의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중동 수주 비중은 평균 17.8% 수준에 그쳤다. 같은 기간 국내 건설사의 수주 비중은 평균 55.6%에 달할 정도로 중동지역에 편중된 모습을 보였다.

    •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선두 건설사인 ACS는 지역 다변화 전략을 펴 위험을 분산해 냈다. 2013년 이후 아시아 시장 매출이 전체 매출의 40%에 이를 정도로 중동 침체에도 수익성을 확보하고 있다.

      국내 건설업체들의 해외사업은 중동 플랜트 수주에 집중해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연평균 36%에 이르는 고속성장을 이뤘다. 업계 및 학계에선 빠른 수주 증가세에 대한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왔다.

      이복남 서울대학교 건설환경종합연구소 교수는 “과거 플랜트 부문에서 건당 수주액이 30억달러를 초과하는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기업 내부에서 점점 소화 역량을 우려하는 불안한 시각이 나타났다”며 “손실이 드러나기 시작한 시기에 숨 고르기를 하며 기술력 확보 및 중동 이후 전략에 대한 고민에 나섰어야 했는데, ‘수주 7000억달러 돌파’ 같은 숫자에 묻혀 선별 수주 등 단기적 대책에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각 건설사가 중동 시장 공백에 대응할 전략을 갖췄는지에 따라 산업 내에서 업체별 양극화가 시작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향후 2~3년간은 국내 건설사들이 중동 시장 공백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피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작년 국내 주택경기가 반짝 좋아 건설사들이 해외 사업 부진에도 수익성을 그나마 유지했지만, 지난해만큼 국내 수주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사업모델을 3등분(주택·공공·해외) 해 위기를 돌려막던 구조에서 벗어나 산업 내 구조조정이 일어나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는 업체만의 경쟁력을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지적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업계 전반적으로 과거처럼 성장을 쫓기보단 내실 다지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데는 동감하는 분위기"라고 답했다. 중동 이외 먹거리 확보가 늦었다는 지적에는 "환율 변동은 이제 어느정도 헤지(Hedge)가 가능하지만 최근처럼 유가 하락 폭이 깊고 장기화하는 덴 건설업체들이 예상하기도 대응하기도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며 "아프리카·남미·동남아 등 지역 다변화를 모색하고, 플랜트 외 토목과 공공부문 수주를 넓히는 등 업체마다 대응에 나서고 있다"라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