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쿠팡 장기전 돌입할까…제조업계 '노심초사'
입력 2016.03.24 07:00|수정 2016.03.24 07:00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질라"
    경쟁은 이마트-쿠팡이 하는데…제조업체 불이익 커질수도
    • 대형마트와 소셜커머스 업체가 벌이는 최저가 가격경쟁에 제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마트와 쿠팡의 경쟁이 장기전으로 흘러가게 된다면 제조업체 매출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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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팡 물류센터(출처: 쿠팡 홈페이지)

      이마트와 쿠팡은 기저귀·분유를 시작으로 제품군을 늘리며 연일 판매가격을 낮추고 나섰다. 온라인 구매율이 일정하면서도 높고, 유통마진이 커 최저가 경쟁에 투입돼도 여파가 덜한 제품을 중심으로 경쟁을 펼치고 있다. 4000억원 규모인 국내 분유시장은 소매점(1000억원) 몫을 제외한 나머지를 온라인 구매가 차지하고 있다.

      당초 유통업계가 쿠팡에 맞서 가격인하에 돌입하면 쿠팡의 매출은 꺾일 것이란 예측이 우세했다. 이런 예상과 달리 이마트가 쿠팡의 로켓배송을 정조준 해 일명 '쓱(SSG)배송'으로 불리는 당일배송 강화까지 발표하며 쿠팡을 의식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마트나 쿠팡이 아직까진 분유로 대표되는 유제품이나 기저귀 등의 제조업체들에 가격인하 압력을 가하진 않고 있다. 할인에 들어간 제품의 유통마진이 다른 품목에 비해 크다는 점이 경쟁을 지속시키고 있다. 문제는 지금의 경쟁이 2~3개월 지속되면 제조업계에 가격인하 압력이 가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식음료·생활용품 제조업계는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질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라고 전한다.

      제조업체는 유통업체의 가격인하 요구에 반기를 들 방법이 없다. 최종 유통단계에서의 가격결정권은 유통업체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채널이 탄탄한 매장으로 제품이 들어가야 매출이 빠르게 오르는 유통시장 특성상 특히 대형 유통업체의 요청 수용이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제품에 대한 통제권이 오프라인 매장이나 온라인 플랫폼을 가진 회사들로 점점 더 넘어가고 있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제조업체가 반기를 든다 해도 대형마트 입장에서는 아쉬울 게 없다. 특정 브랜드의 킬러 아이템(효자종목)이 매장에서 사라진다해서 소비자가 해당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다른 대형마트를 방문하진 않기 때문이다. 국내 소비자들은 통상 거주지에서 가장 가까운 대형마트를 찾고, 소비자는 해당 할인마트의 단골이 되는 게 국내 대형마트 시장의 구조다.

      설령 가격이 정상 회복되더라도 소비자가 이를 '가격인상'으로 받아들일 것이란 점도 제조업계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식음료 업계 관계자는 "유통가 출혈경쟁이 심해질수록 낮아진 가격에 대한 기대치를 제조업체가 어느 정도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유통가는 박리다매 전략을 통해 규모의 경제로 대응하기 때문에 가격이 내려가도 제조업체보다 피해를 덜 입게 된다.

      지금의 가격인하가 제조업계의 판매증대에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소비자의 전체 수요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1~2인 가구의 비중이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어서면서 소비량이 늘지 않고 있다"라며 "최종 구매의 장이 온라인이냐 오프라인이냐의 문제지 수요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마트-쿠팡 간의 출혈경쟁이 제품의 가격 왜곡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국내외 유통구조의 차이를 거론한다. 유통사들이 제품을 한꺼번에 구매해 직접 판매한 후 마진(이윤)을 가져가는 미국이나 유럽의 유통구조와 달리 국내는 제품의 가격과 상관없이 제조업체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미국 등 해외 유통업계에서 가격 출혈경쟁을 쉽게 할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