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고민…부진한 게임·설익은 O2O
입력 2016.04.05 07:00|수정 2016.04.05 07:00
    기존 사업 부진·재무 부담 확대
    수익 확보 나선 O2O 사업…과제 '산적'
    • 카카오 수익의 한 축을 이루는 게임 사업이 흔들리고 있다. 탈(脫)카카오 게임들의 선전과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 게임 사업에서의 현금창출을 바탕으로 O2O(Online to Offline) 등 신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 온 카카오의 기존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카카오는 O2O를 통한 본격적인 수익 창출로 게임 사업 부진을 극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투자자들은 회사의 미래 성장성을 담보로 투자한만큼 부진 사업의 턴어라운드, 신사업의 실적 가시화 등을 증명해야 하는 부담감이 커지고 있다.

      ◇캐시카우 게임 '휘청'…업계 "일시적 현상 아니다"

      카카오는 지난해 큰 폭의 실적 부진을 겪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약 60% 감소했고, 영업이익률은 같은 기간 23%에서 한 자릿수(9%)까지 떨어졌다. 특히 전체 매출에 약 30% 비중을 차지하는 게임 사업의 부진이 심했다.

      시장에서는 게임 사업 부진이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 카카오가 높은 수수료를 고수해 게임 업체에 매력을 잃었고, 시장 변화를 읽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 대작 게임들의 독자적인 마케팅 성공사례가 늘어가며 게임 유통 채널로써의 카카오 입지는 점차 좁아지고 있다. 핀란드 게임회사 슈퍼셀의 클래시오브클랜(Clash of Clan)을 시작으로, 넷마블게임즈(이하 넷마블)의 레이븐 등 독자적인 마케팅을 시작한 게임들의 성공 사례가 축적되고 있다. 카카오 내부 관계자는 “CoC와 레이븐 모두 카카오와 협상 과정을 거친 게임들이었다”며 “당시 고자세를 유지한 게 부정적으로 되돌아온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 IT담당 연구원은 “모바일 1~5위 게임은 하루 매출이 최소 5억원대인데 기존 카카오 수수료(21%)를 적용하면 수수료로만 1억원을 지불하는 셈”이라며 “게임사 입장에서는 광고 비용이 100억원 가까이 들더라도 카카오 대신 직접 광고를 하는 게 낫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경쟁 환경도 악화하고 있다. 사업 초기 카카오와 협력관계를 맺어온 넷마블·넥슨·네시삼십삼분(4:33) 등 대형 게임 개발사들이 점차 퍼블리싱(유통)에도 힘을 싣고 있다. 한 게임개발자는 “개발사들이 퍼블리싱사에 원하는 건 결국 ‘마케팅’인데, 넷마블이 지속해서 성공 사례를 보여주는 데 비해 카카오는 소극적이었다”며 “여전히 카카오톡 활용을 내세우지만 이용자들이 '초대'에 피로감을 느끼는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 카카오 "신사업 본격화로 대응하겠다"…투자자 미래 성장성 신뢰 유지 '관건'

      시장의 관심은 기존 사업의 공백을 메울 신사업에 집중되고 있다. 지난 1월 실적발표회(IR)를 통해 카카오는 O2O 사업의 수익모델 정착 및 인수한 로엔엔터테인먼트(이하 로엔)와의 시너지를 통해 실적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카카오 드라이버·카카오 헤어샵 등 본격적인 수익창출형 O2O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하지만 기존 오프라인 업체들과의 분쟁은 넘어야 할 산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카카오택시는 당장의 수익보단 향후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위치 정보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목적이어서 수수료를 받지 않았다”라며 “카카오가 직접 수수료를 받는 모델이 본격화하면 기존 업체들의 반발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자금 조달에 나서면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유지해야 하는 점도 과제다. 잔여 로엔 인수 대금(1조1000억원) 및 카카오뱅크 지분율 확대(50% 가정 시 2500억원) 등 대규모 현금지출이 계획돼 있다. 4월에는 로엔 인수에 사용된 차입금 일부(2000억원)를 회사채 발행으로 차환할 예정이다.

      한 증권사 크레딧 연구원은 "그동안 카카오에 대한 투자자들의 투자에는 재무지표 이상의 '미래 성장성'이 반영된 부분이 있었다"라며 "기존 사업 부진이 장기화하거나 신사업이 실적으로 가시화하지 못하면 투자 심리가 급속히 바뀔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광고 수익을 접목한 '카카오게임 AD+' 등 게임사들의 수익창출 방향을 다양화해 대응할 예정"이라며 "O2O 서비스도 수수료는 받지만 기존 사업의 침범보다는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상생'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