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관·냉연·후판' 공급과잉 심각…동국제강·세아그룹 타격 우려
입력 2016.05.20 07:31|수정 2016.05.20 07:31
    강관·냉연, 가동률 50%미만 그쳐…수급상황도 악화
    조선업 침체로 후판도 위기…고로사·非고로사 경쟁력 차별화
    주택경기 호조로 철근 수급 양호…선제적 구조조정 필요하단 지적도
    • 철강업 구조조정에서 정부가 제시한 공급과잉 대표 강종은 '합금철'이다. 반면 철강업계는 구조조정이 시급한 강종으로 강관·냉연·후판을 꼽는다. 철근 역시 지금까지는 견조한 수급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향후 공급과잉이 예상된다. 동국제강·세아그룹 계열사 및 중소 철강사 대한 우려가 크다.

      강관은 대표적인 공급과잉 강종이다. 국내 수요량은 큰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생산 가동률은 10년째 50% 내외에 머물고 있다. 최근 5년간 평균 수입량 증가율은 9%에 이르는 등 국내 공급과잉이 이미 고착화했다. 세아제강·현대제철(합병 이전 현대하이스코)·휴스틸이 전체 시장의 3분의 2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상위 3개사외에도 25~30여개의 군소 강관사들이 있다.

      강관업계 한 관계자는 "저유가 영향으로 에너지향(向) 제품 매출이 크게 줄었고, 국내 대규모 토목공사가 감소함에 따라 향후 수급도 나빠질 전망"이라며 "인수·합병(M&A)을 통한 대형화·고정비 감소 등 구조조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 냉연시장은 최근까지도 투자가 진행되면서 공급과잉이 더욱 심해졌다. 가동률은 지난해 41%까지 떨어졌다. 현대제철이 지난해 총 1300억원 규모 제2냉연공장 투자를 마무리하면서 전체 시장의 생산능력(CAPA)은 200만톤 증가했다. 상공정 생산설비를 보유한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냉연시장 시장점유율 80%를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를 동국제강(합병 이전 유니온스틸)과 동부제철이 양분하고 있다.

      금융업계 철강 애널리스트는 "고로를 보유한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냉연 공급과잉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원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업체는 도태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후판은 주요 전방산업인 조선업의 침체로 직격타를 맞았다. 조선사들의 수주 감소로 후판 수급은 더 악화할 전망이다. 현대제철이 지난 2010년 고로 완공을 통해 후판시장에 진출하면서 경쟁이 심화됐다. 당시 40%대에 이르던 동국제강의 시장점유율은 2015년 18%대로 떨어졌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포항 제2후판공장을 폐쇄했다. 투자업계에서는 "추가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여전하다.

      한국기업평가는 "동국제강의 후판은 고로를 보유한 포스코와 현대제철에 비해 제품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또한 "포항 제2후판공장 폐쇄에도 수급 개선효과가 크지 않아 근본적 영업경쟁력 회복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후판 부문에서 추가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동국제강 관계자는 "동국제강은 신식 설비인 당진 후판3공장을 중심으로 사업 재편이 이뤄졌다"며 "경쟁사 대비 가동률이 높고 제품 경쟁력도 떨어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철근은 지난해 주택경기 호조에 힘입어 소비성장세가 이뤄졌다. 2015년 주택 인허가 수는 74만가구로 199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주택경기도 전년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 우세해 철근수요도 견조할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인구절벽 등을 이유로 내년 이후 주택경기가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주택경기 저하가 현실화할 경우 철근업체들도 공급 과잉으로 인한 타격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주택경기가 저하세로 돌아서게 된 이후 철근 공급과잉에 대한 대비책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지금은 경기가 호조를 보이지만 철근 역시 선제적인 구조조정 노력이 필요한 강종"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