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자닌 투자 열기, 속도戰치중 우려
입력 2016.08.18 07:00|수정 2016.08.23 14:04
    관련 제도 개정으로 투자 급성장
    전문 자문사·운용사 잇따라 등장
    수익률도 높아 '3년 평균 약 28%'
    빠른 의사결정으로 주도권 잡아
    • 금융투자 업계에서 기량을 갈고 닦은 전문가들이 잇따라 자산운용사나 투자자문사를 차린 후 메자닌(Mezzanine) 투자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메자닌은 건물 1층과 2층 사이에 있는 라운지를 뜻하는 이탈리아어로, 부채와 자본의 중간 성격을 가지고 있는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상환우선주 등을 말한다.

      이들은 은행 예금의 낮은 금리에 지치고, 박스권에 갇힌 주식 수익률에 갈증을 느낀 투자자들에게 특히‘메자닌 투자’가 통할 것이라 판단했다. 실제로 자산가들 상당수는 최근 메자닌 투자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고, 펀드만 모집하면 '뚝딱' 자금이 모이고 있다.

      다만 단기간에 메자닌 투자 시장에 주목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투자처 발굴 경쟁도 동시에 치열해지고 있고 부실 투자 우려도 커지고 있다.

      ◇메자닌전문운용사속속…자금모집도뚝딱

      자산운용사·투자자문사의 증가와 동시에‘메자닌 투자’에 나서는 회사들이 늘고있다. 2013년 191곳이던 자산운용·투자자문사는 올 들어 292곳까지 늘었고, 이 가운데 메자닌 투자에 나선 자산운용·투자자문사는 2014년 14곳에서 올해 33곳으로 증가했다. 자산운용·투자자문사 개별 투자건도 늘었다. 2014년 74건이던 자산운용·투자자문사의 메자닌 증권 투자는 올해 114건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 전체 메자닌 투자(총 267건)의 42%가 이들 손에서 이뤄졌다.

    • 이미 주목을 받는 회사들도 늘고 있다.‘국내 1호’메자닌펀드 매니저였던 선형렬씨가 15년간 근무해온 KTB자산운용을 떠나 지난해 설립한 '에이원투자자문'이 대표적이다. 그는 과거 10년간 무려 80여개 메자닌펀드를 운용해왔고, 평균 연 10% 운용수익률의 기록을 갖고 있다. 그가 자문사를 설립한지 채 1년도 안 돼 3개의 펀드에 2000억원 이상의 투자금을 모았고 현재는 메자닌 전문 투자자문사로 자리매김했다.

      기존 투자자문사들도 메자닌 투자를 병행 중이다. 국내에 헤지펀드 돌풍을 몰고왔던 라임자산운용(옛 라임투자자문)도 HSBC증권에서‘퀀트’전문으로 통했던 이종필 상무를 지난해 영입, 메자닌 투자에 나섰다. 지난 3월 전문형 사모펀드 운용사 인가를 받은 오라이언자산운용도 1호메자닌펀드를 출시했다. 히스토리투자자문도 NH투자증권 출신의 박지훈 대표가, 2014년 운용사로 전환한 안다자산운용도 JNT인베스트먼트에서 경험을 쌓은 오홍근 매니저가 메자닌 투자를 앞장서 진두지휘 중이다.

      메자닌 투자에 참가하겠다며 나서는 이들도 늘었고, 펀드 자금을 모으기도 쉬워졌다. 에이원투자자문은 1000억원 규모 메자닌펀드 투자자 모집에 한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주요 투자자는 개인들로 은행이나 증권사 프라이빗뱅킹(PB)을 통해 들어왔다. 씨스퀘어자산운용은 지난달 궨씨스퀘어 메자닌 플러스궩 사모펀드를 내놓은 지 하루 만에 사모투자 제한인원인 49명을 모두 확보했다. 라이노스자산운용도‘라이노스메자닌사모2호궩 출시 2주 만에 투자자를 모집했다. 안다자산운용이 250억원 규모의 메자닌 1호펀드를 조성하겠다고 하자 투자 희망금액이 400억원을 웃돌았다.

      이 같은 메자닌 투자 돌풍은 시장 상황과 제도적인 뒷받침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1%대에 불과한 시중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원하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새로운 투자상품에 대한 수요 또한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이를 대체할 만한 중위험 상품으로 평가 받던 주가연계증권(ELS)과 파생결합증권(DLS)에서 원금손실 우려가 불거졌다. 이런 와중에 메자닌 투자가 새로운 상품으로 각광받았다. 동시에 작년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으로 헤지펀드 운용사 설립 자본금이 60억원에서 20억원으로, 개인 최소 투자 규모는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대폭 낮아지면서‘운용사’를 설립하기가 용이해졌다.

      다행히 아직까지 메자닌 투자 수익률은 높은 편이다. 펀드평가업체 제로인에 따르면 현재까지 설정된 메자닌펀드는 공모와 사모를 합쳐 총 187건이다. 본격적인 투자금 회수가 진행되는 메자닌펀드의 3년 평균수익률은 27.96%로 주식형(5.98%), 주식혼합형(9.16%), 채권형(10.87%), 채권혼합형(9.2%)의 수익률 보다 크게 웃돌았다.

      ◇빠른 판단 요구되는 속도…'리스크 체크' 우려도

      제반 여건이 갖춰지면서 올 상반기 메자닌 증권 발행규모도 커지고 있다. 2014년 267건 발행에 3조3800억원, 지난해 367건 4조원 규모였으나 올 들어서는 상반기에만 244건 3조4000억원의 메자닌 증권이 발행됐다.

      이런 추세로 인해 기업자금조달 시장에 서도 메자닌 증권이 한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들만 채권을 발행할 수 있는 회사채 양극화 현상으로 인해 비교적 낮은 신용등급을 보유한 기업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건설회사들, 자금사정이 비교적 열악한 코스닥·비상장기업 또한 메자닌 증권을 주요 자금조달 수단으로 삼았다.

      이런 메자닌 시장을 가장 빠르게 장악한 곳은‘작은 회사규모’와‘신속한 의사결정’을 무기로 삼은 자산운용사·투자자문사들이다. 올 3월 기준 금융감독원에 등록한 투자자문사(157곳) 1곳 당 평균 임직원 수는 9.8명. 운용전문인력 평균 수는 2.8명에 그친다. 결국 투자를 심사할 때 전문 운용인력 1~2명이 관여하고, 투자심의 위원회를 개최해도 2~3명 남짓에서 최종투자 결정이 이뤄지는 곳이 대부분이다.

      발빠른 심사와 전폭적인 의사결정은 메자닌을 발행하려는 회사들의 호감을 사고있다. 꼼꼼한 심사를 거치는 기존 금융사와 다르게 투자의사가 전향적으로 받아들여지다보니 메자닌을 발행하려는 기업들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이 이들이다.

      이로 인해 과거 메자닌 투자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던 은행·캐피탈사 등 금융기관의 점유율이 줄고 있다. 이들의 메자닌 증권 투자 시장 점유율은 2013년 약 34%(금액기준)에 달했으나 올 들어 20% 미만으로 떨어졌다. 전통적인 사모투자전문회사(PEF)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들은 이제 경영참여형 PEF로 분류되면서, 자본시장법에 따라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2년 내 지분증권으로 전환해야 하는 조건이 강화돼 메자닌 투자에 더 적극 나서기 어려워졌다.

      메자닌 투자 시장에 참가하는 이들이 늘면서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자금은 쉽게 모으는데, 이를 소화할 투자건을 발굴하고 모으는게 관건이기 때문. 이러다보니 동일한 메자닌 투자건을 놓고 서로 먼저 투자하겠다고 나서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투자건을 놓치지 않으려고 리스크 요인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아침에실사하러부산에갔다가돌아오는 서울행 KTX에서 투자를 결정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메자닌 투자 열기가 과다해지면 일부 부실투자도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점증하고 있다. 선형렬 에이원투자자문 대표는“최근 운용사들이 투자 조건이나 위험이 큰 데도 잘 따져보지 않고 투자하는 경우가 있다”며“이같은 투자가 메자닌 투자 시장 교란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