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F 투자 몰리던 외식업, 매물 쌓이는데 시장은 ‘잠잠’
입력 2016.08.22 07:00|수정 2016.08.22 07:00
    외식업 투자, 브랜드 인지도와 트렌드가 관건
    소비심리 변화에 실적 ‘휘청’
    • “외식 프랜차이즈 투자에 너도나도 관심을 가졌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했던 만큼의 투자 실적이 나오진 않았습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의 외식업 프랜차이즈 투자 열기가 식고 있다. 외식업은 비교적 사업모델이 단순하고 현금흐름이 꾸준해 지난 3년여 동안 PEF들의 단골 투자처로 꼽혔다. 그러나 PEF가 투자했던 업체들의 실적 성장이 나타나지 않고 투자회수(Exit)도 쉽지 않아 투자 매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다.

      새 주인 찾기에 나선 외식업체들을 인수하겠다는 곳이 나타나지 않아 매각이 지연되거나 철회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PEF업계에서는 이런 분위기가 한동안 계속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외식 프랜차이즈 실적, 트렌드와 소비심리가 ‘좌우’

      PEF업계 관계자들은 외식업 투자가 더 이상 투자 대비 수익성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외식업은 유행에 민감해 외식 트렌드를 제대로 읽지 못하면 ‘한철 장사’로 전락하기 쉽다.

      크라제버거는 ‘프랜차이즈’에서 ‘맛집’으로 변화한 소비 트렌드를 읽는 데 실패했다. 점포수 확대, 해외진출 등 프랜차이즈형 몸집 불리기에 집중했다. 시들해진 인기와 함께 실적도 하락했다. 크라제버거는 2013년 기업회생절차를 밟은 후 나우IB캐피탈에 인수됐지만 실적과 재무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7월 법원이 2차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크라제버거 매각을 진행했지만 인수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대외 환경 변화에 따라 실적이 좌우된다는 점도 투자자에 부담이다. PEF업계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돌발 악재로 인해 위축된 소비 심리는 그대로 외식 수요에 나타난다”며 “특히 브랜드 인지도와 시장 지배력이 취약할수록 실적 변동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PEF가 인수한 대부분 업체들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2014년 세월호 사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를 겪으며 감소했다.

      CVC캐피탈이 인수한 KFC는 애매한 브랜드 정체성과 부정적인 대외 환경의 영향을 받았다. 신메뉴 개발, 배달서비스 강화 등의 노력에도 실적은 개선되지 않았다. 일반 햄버거 프랜차이즈 뿐 아니라 치킨 업체들 사이에서도 확실한 시장 지위를 가지지 못한 점이 한계였다. 여기에 메르스 사태까지 겹치면서 영업이익이 크게 하락했다. KFC는 지난해부터 시장에서 잠재매물로 통했지만 투자자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또 다른 잠재매물인 놀부 역시 대외 환경 변화에 자유롭지 못했다. 2011년 놀부를 인수한 모건스탠리 프라이빗에쿼티(MS PE)는 매출·이익 극대화를 위해 분식(공수간), 커피(레그머그), 치킨(놀부옛날통닭) 등 다양한 업종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대규모 투자를 집행했다. 그러나 지난해 메르스 여파로 실적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14년에 겨우 흑자전환에 성공한 놀부는 지난해 순손실을 기록했다.

      ◇실적 부진에 어려운 기업공개…높은 몸값까지

      외식업 프랜차이즈가 PEF의 관심 투자처에 멀어진 이면에는 투자금 회수 방안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도 있다.

      다른 PEF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인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의 성장세가 좋지 않아 인수 후 매각할 곳이 없다”며 “재매각이 아니라면 상장시켜 회수해야 하는데 실적부진으로 그마저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UTC인베스트먼트는 2014년 기업공개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계획으로 불고기브라더스 지분 30%를 인수했지만, 연이은 실적 부진으로 상장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같은 해 K3에쿼티파트너스 역시 상장을 목표로 카페베네 전환상환우선주(RCPS) 20%를 사들였지만 실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아 기업공개가 미뤄지고 있다.

      사모펀드가 원하는 투자규모를 유치할 만한 외식업체가 많지 않다는 점도 지적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사모펀드들은 300억원~400억원 규모의 지분투자를 원한다”며 “향후 상장이 현실화할 정도로 실적이 잘 나오면서 그 정도의 투자를 유치할 만한 외식업체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몸값마저 지나치게 높게 형성됐다는 점도 영향을 줬다. 투자자들은 매물로 나온 업체들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가 지나치게 비싸다고 보고 있다. 현금흐름이 꾸준하고 비교적 쉬운 사업모델이라는 장점은 수익성을 키우기 힘들다는 단점에 가려졌는데 가격은 여전히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깐부는 매각자와 인수자간 가격 차이를 좁히지 못해 매각에 실패했다. TRG매니지먼트(더로하틴그룹)의 BHC치킨도 잠재 인수자와 개별 접촉 중이나 가격 눈높이를 맞추지 못해 성사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