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당근책 낸 우리銀 매각, 실제 관건은 '가격ㆍ여신공개'
입력 2016.08.22 21:00|수정 2016.08.24 18:36
    4%이상 인수하면 경영참여 가능하다는 논리로 유인
    투자매력 있는 가격대 형성될지에 따라 참여도 결정
    "우리은행 경영개선 얼마나 진실성 있나" 실사될지 관건
    • 금융당국이 우리은행 매각 흥행의 일환으로 지분 투자자에게 사외이사 선임권을 주고 차기 우리은행 행장 선임시에도 의견을 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남은 것은 우리은행 지분 인수에 나설 투자자들이 이런 약속과 실효성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느냐로 요약된다. 또 이보다 더 큰 관문은 현재 우리은행의 '가격'이 투자할만한 수준인지, 그리고 정부가 입찰과정에서 최종 제시할  '예정가격'이 투자자들이 "수익을 낼 수 있다"로 판별한 구간 내로 들어오는지 여부다.

      ◆정부, 4%이상 사면 사실상 경영에도 참여 가능이란 당근책  제시

      윤창현 공적자금관리위원장은 22일 우리은행 지분매각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우리은행 지분을 산 과점주주들이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새 사외이사들이 포함된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의견을 내 차기 행장 선임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 매각은 최소 4%에서 최대 8% 사이의 과점주주 매각으로 진행, 투자자가 4%(기존 투자지분 제외) 이상의 지분을 사면 1명의 사외이사 선출 권한이 제공된다. 대신 기존 보유지분이 있을 경우 합친 지분율 4%가 아닌, 신규 매입 지분이 4%를 넘어서는 인수자에 해당된다. 그간 우리은행 인수를 검토해 왔던 숱한 투자자들이 지속적으로 제기한 '경영참여 가능' 요구에 대해 제시한 대답인 셈이다.

      대신 정부는 투자자가 사외이사 추천권한을 행사할 경우, 주식의 처분제한 기간을 늘리기로 했다. 즉 사외이사를 추천하지 않는 투자자라면 매각 종결일로부터 처분제한이 6개월이다. 하지만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경우엔 처분제한은 기본적으로 매각 종결일로부터 1년, 혹은 추천 사외이사가 재임기간 중에서 더 긴 기간으로 늘어난다.

      윤 공자위원장은 "투자회수에 대해선 중장기적 관점의 투자자가 들어올 걸로 예상하고 있다"며 "단기간의 수익 추구가 목표인 투자자라면 어려운 입찰과정 없이 시장가로 주식을 사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새 사외이사 선임은 계약체결 직후인 11월까지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논의할 예정이다. 새 사외이사가 선임되면 이들이 포함된 임원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를 구성해 차기 행장 후보 추천도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안동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매각소위원장은 "올해 12월 30일 현 행장 임기가 종료되고 보통 때라면 임추위가 10월쯤 열렸었다"며 "매각종료 직후 새 이사회를 꾸려서 차기 행장까지 뽑으려면 적어도 5주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론 내년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새 행장이 선임될 걸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은행 이사회는 총 11명이다. 은행장과 부행장, 감사로 구성된 사내이사 네명, 내년 3월 임기만료 사외이사 네명, 2018년 3월 임기만료인 사외이사 두명,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가 추천한 비상무이사 한명 등이다.

      예금보험공사는 30%가량의 지분 매각 후에도 잔여지분 21%를 남긴 최대주주로 남는다. 예보를 포함, 금융당국은 이번 매각이 성사되면 민간의 경영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매각과 동시에 우리은행과 맺은 경영약정은 해지한다. 다만 잔여 지분 관리를 위해 예보의 비상무이사 추천권한은 그대로 제공된다.

      ◆PBR 0.4배는 매력 vs 예정가격이 관건…우리은행 경영개선 '진실성' 확인 필요

      이번 매각방안을 두고 투자업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다만 결국 거래가 성사되려면 '가격조건'이 채워져야 한다는 컨센서스는 나오고 있다.

      현재 우리은행 주가는 주가순자산비율(PBR) 0.4배 이하에 형성돼 있다.  과거 매각이 진행될 당시 0.6~0.7배보다 더 떨어진 상황.  지분을 인수한 후에 다른 시중은행 수준만큼 경영개선이 이뤄져서 0.6~0.8배까지만 오른다고 가정할 경우 꽤 투자할만한 거래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인수가격이 어느 선에서 형성되느냐 여부가 관건이 된다. 주당 1만원 수준인 현재 시장가격보다 얼마 이상을 높인 가격을 '예정가격'(최저낙찰가격)으로 정하느냐가 핵심이다. 이와 관련, 윤 위원장은 "13000원대는 돼야한단걸 알고 있고, 주가가 상승한다면 나머지 부분에 대해선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라며 "매각할 수 있는 시간은 (무한정은 아니고) 제한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사회 자리를 제공하겠다는 방안에 대해 투자업계에서는 "당연히 제공되어야 할 사안이고 현실적으로 실현된다면 메리트가 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일례로 30% 지분을 매각할 경우 비슷한 성격을 지닌 2~3개 업체가 이사회 자리를 갖고 특정 사안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면 우리은행 민영화를 통한 경영개선, 그리고 주가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이 제안이 100% 보장될지, 또 경영에 참여할 만큼 정말 실효성이 있는지 여부가 고민거리로 꼽힌다. 극단적으로 1~2개 업체가 입찰에 참여했고 지분을 인수했는데 이들의 성격이 전혀 다르고 한 목소리를 낼 수 없다면 사외이사 자리를 차지해도 그닥 메리트를 누리지 못한다.

      게다가 사외이사를 배출하기 위해 4%를 넘어가는 지분 투자를 할 이유도 없다는 단점이 있다. 이번 공자위 매각방안에 따르면 지분 매각 최대치인 8%를 사더라도 한 명의 사외이사 선임권을 준다. 4% 이상에 해당하는 '상당한' 규모의 지분 투자엔 인센티브로 사외이사 재직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려 준다는 방안을 언급했을 뿐이다.

      이 경우 서로 다른 지분 규모를 낙찰받은 과점주주임에도 동일한 사외이사 선임 권한을 받는 것도 형평성 문제가 지적될 수 있다. 임기 만료 이후의 사외이사 재선출 문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다.

      예보의 잔여지분에 대한 우려도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21% 잔여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가 과점주주들의 참여와 노력으로 경영개선 및 주가상승이 발생하면 추가 이익을 노린다는 대외 명분은 있다. 하지만 어쨌든 매각 후에도 예보가 대주주인데다 비상임이사 추천권한이 그대로 남아 있다.

      결국 당국이 구두로 약속한 사외이사 추천권이 실효성있는 투자유인일 수 있겠느냐는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키기 어렵다. 아울러 이런 보장도 대외적으로 당국의 입장을 밝혔지만 구속력은 없는 계약이고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과점주주들이 추천한 사외이사가 뽑히지 않는다면 리스크가 생긴다.

      최근 우리은행의 경영개선이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것이냐가 투자포인트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비록 익스포져는 적지만 우리은행은 대우조선해양 여신을 아직도 '정상' 수준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이런 여신이 얼마나 있을지, 또 다른 부실채권(NPL)들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등에 따라 예상못한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최종적으로 실사과정에서 매각 측이 우리은행의 여신 현황과 내역을 구체적으로 오픈할지, 제대로 분류가 되고 충당금이 쌓인 것인지 아닌지 여부가 이번 매각의 현실적인 리스크로 떠오른다. 단일 경영권 매각이 아닌, 지분 분산과 과점주주 매각을 도입한 상황에서 정부가 이런 내역까지 공개할지는 미지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