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헝셩그룹 IPO, 상장 첫날 손해보며 실권주 털어낸 신한금융투자
입력 2016.08.25 05:00|수정 2016.08.26 10:21
    기관투자자 강력항의..."주관사가 손절매한것 아니냐"
    신금투 "오버행·공시대리인 고려"반박...주가급등하며 잠잠
    시장평가는 냉랭, "발행사들이 싫어할만한 처리방식"
    • 중국 완구기업 헝셩그룹의 기업공개(IPO)를 주관했던 신한금융투자가 상장 첫날 2%에 달하는 실권주를 일괄 처분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기관투자자들은 강력 항의했고, 신금투는 오히려 손해를 봤다.

      이후 헝셩그룹 주가가 연일 상승세를 보이면서 논란은 수그러들었지만 업계의 반응은 탐탁치 않다.

      헝셩그룹은 지난 18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일반 청약 경쟁률이 0.77대1에 그쳤다. 올해 상장 기업 중 첫 미달 기록이다. 이보다 먼저 진행된 기관 청약의 경쟁률도 93대1에 불과했다. 최근 공모주 투자 붐을 감안하면 반응이 영 시원찮은 축에 속했다.

      '차이나 디스카운트'가 다시 부각된 것이 원인이었다. 중국원양자원 부실 공시가 주목을 받자 비슷한 시기에 상장을 준비했던 헝셩그룹도 도매금 취급을 당했다. 상장 시점도 두 번이나 미뤄졌다. 공모가격 역시 희망공모가 범위(3400원~5300원)에서 하단인 3600원으로 결정됐다.

      이로 인해 실권주 2.18%(174만2386주)가 발생했다. 계약조건에 따라 상장 주관사인 신한금융투자가 이를 떠안아야 했다. 실권주가 발생하자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도 이를 질책했다.

      ◇ 주관사가 상장 첫날에 실권주 일괄처분...기관투자자, '뭐하는 짓이냐' 항의 이어져

      신금투는 약 62억원을 들여 실권주를 매입했다. 그리고 상장 첫날에 이를 대부분 시장에 팔았다. 매각가격은 공모가격보다 22%나 싼 주당 2800원. 상장 당일의 거의 최저가격 수준이었다. 받은 현금은 49억원에 그쳤고, 신금투는 13억원 가량을 손해 봤다.

    • IPO주관사가 상장 첫날에 보유지분을 팔아치우자 기관투자자들은 즉각 신한금융투자 측에 항의했다. 주가를 올려줘도 시원찮을 판에 뭐하는 짓이냐는 항의였다. "상장주관사가 손해 보면서 지분을 내다판 것은 앞으로 헝셩그룹 주가가 더 떨어질 것이라 보고 손절매 한 것 아니냐", "투자자들은 외면하고 자기들만 살겠다고 처분했다"는 원성들이 나왔다.

      통상 국내 증권사들은 실권주를 떠안게 될 경우 최소 1~2개월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량 매도로 주가가 불안정해지면 발행사와 투자자 모두 피해를 입을 수 있어서다.

      실권주를 일괄 매도까지 했지만 정작 신한금융투자가 이번 거래로 거둔 실익은 적었다. 고생고생하며 IPO를 주관하며 현재까지 거둔 이익은 고작 '3억원'에 그친다.

      헝셩그룹으로부터 받은 인수수수료가 41억원. 이 가운데 25억원은 상장주관사 의무매입분 (0.86%, 69만주ㆍ6개월간 매각제한)를 사느라 썼다. 그러고도 16억원이 남았지만 '실권주 매입→처분'에서 13억원의 손해를 봤다. 나중에 의무매입분을 처분하게 될때 주가가 좀 올라와야 차익이 나고 체면이 선다. 신한금융투자는 2014년부터 2년 넘게 헝셩그룹의 상장을 준비하며 비용ㆍ시간ㆍ노력을 들였다.

      ◇ 신금투 , "오버행·공시대리인 이슈 고려한 판단"...시장반응은 '냉랭'

      상황에 이렇게 흘러가자 신한금융투자 역시 적지 않게 당황한 모습이다. 무엇보다 '신뢰 상실' 논란이 문제였다. 고객들로부터 "주관사로서 지켜야 할 도리를 지키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올지 전전긍긍하게 됐다.

    • 이에 대해 신한금융투자측은 "주가가 떨어질 것을 감안해 손실을 털어내려는 목적은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헝셩그룹의 '주가 부양'이 목적이었다고 밝혔다. 즉 실권주 2%로 인해 지분이 언제든 시장에 풀릴 수 있다는 '오버행 리스크'가 살아있으니 서둘러 처리하는 게 오히려 주가에 도움이 되었다는 것. 3600원이던 공모가에도 2600원까지 주가가 하락했으니 불안감도 컸다.

      게다가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들은 헝셩그룹의 '공시대리인'이라는 점에서 부담이 적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국내 상장한 중국 기업은 상장을 주관했던 증권사가 국내에 공시를 대행한다. 하지만 지분을 일정분량 가지고 있다보면 자연스레 내부정보를 습득할 기회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 정보의 비대칭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또 주가하락을 걱정해서 어쨌든 시초가가 형성된 이후 (오전 9시30분 이후) 처분을 진행해 영향을 최소화하려 했다고 밝혔다. 유사한 사태가 다시 벌어지더라도 이런 식의 처리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는 것.

      이런 논란은 상장 이틀째부터 헝셩그룹 주가가 폭등하면서 수그러들었다. 헝셩그룹은 상장 바로 다음날 가격제한폭(30%)까지 올랐고 이후에도 상승세가 이어졌다. 22일 들어서는 거래량도 상장 첫날대비 3배 가까이 늘었다. 23일 종가는 4120원을 기록하며 상장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주가가 일단 오르니 기관투자가들의 항의도 잠잠해졌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 대한 업계의 평가는 냉랭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실권주 발생부터가 흔한 일은 아니고, 이 물량을 주관사가 첫날 털어내는 것은 더욱 흔한 일이 아니다"며 "오히려 먼저 블록딜을 시도하는게 보편적인데 그래야 시장 충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식의 매도처리는 일단 발행사부터가 싫어한다는 설명이다.

      과연 '오버행 이슈 해소가 사안을 좌우할 핵심이유 였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분 보유기간에 대한 판단은 각각의 증권사마다 다르며 오버행 해소 차원의 접근이라는 신한금융투자의 설명도 맞는 말이기는 하다"면서도 "하지만 증권사가 오버행 이슈만을 위해 내부적인 의사결정을 거쳐 이렇게 처리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