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금융지주', 물산-전자 지분 정리가 '신호탄' 될듯
입력 2016.08.25 07:00|수정 2016.08.28 17:29
    생명-화재 순환출자 고리 3개…추가지분 확보 불가능
    화재 등이 보유한 물산 지분 6% 처분할 듯
    총자산 3% 계열사 투자한도 5000억원 남아
    전자 등 지분 일부 정리 뒤 화재 지분 확보 가능성
    • 삼성그룹이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려면 촘촘한 법적 규제를 넘어서야 한다. 공정거래법의 '순환출자 금지'와 보험업법의 '3% 룰'이 대표적이다.

      계열사 지배력 강화와 투명한 지배구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쫒는 삼성그룹 입장에서 금융지주회사 전환은 외면하기 어려울 거란 평가다. 규제 회피를 위해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지분을 정리하는 시점이 금융지주회사 설립의 출발점이 될 거란 분석이다.

      삼성생명은 지배력 확보를 위해 최근 3년간 꾸준히 금융계열사 지분을 확보해왔다. 지난 18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증권 지분 8%를 사들이기로한 것도 이 같은 차원의 결정이다.

      문제는 현재 지배구조 아래에선 삼성화재 지분(현재 보유 14.98%)을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 기준인 30%까지 늘릴 수 없다는 것이다. 공정거래법상 신규 순환출자 금지 원칙 때문이다.

      지난 6월말 기준 삼성그룹의 남은 순환출자 고리는 7개다. 이 중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를 연결하는 고리가 3개다. 모두 삼성물산에서 출발해 생명과 화재를 거쳐 다시 삼성물산으로 돌아간다.

      지분 규모와 지배구조를 감안했을때 이 고리를 해소하려면 삼성화재, 삼성SDI, 삼성전기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6%를 매각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분석이다. 매각시 삼성그룹의 모든 순환출자가 해소되는 효과도 생긴다. 삼성그룹은 오는 2017년까지 모든 순환출자를 해소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삼성물산은 현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최대주주 일가가 지분 30% 이상을 안정적으로 보유하고 있어 6%가량 매각한다 해도 경영권에 큰 영향을 주진 않는다. 다만 삼성그룹 경영권의 핵심 지분인데다, 이 지분의 가치가 시장가격 기준 1조7000억원에 달하기 때문에 쉽게 매각 방향을 결정하긴 어려워 보인다는 지적이다.

      보험업법상 규제는 삼성생명이 직접 연관된 이슈다. 보험업법은 계열사의 주식 및 채권 투자한도를 자기자본의 60% 혹은 총자산의 3%로 규정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총자산의 3%가 자기자본의 60%보다 작기 때문에 총자산의 3%로 규제받는다.

      현재 삼성생명의 계열사 투자 규모는 5조2000억원으로 집계된다. 총자산의 3%인 5조7000억원까지 남은 한도가 5000억원에 불과하다.

      삼성생명이 삼성화재를 자회사로 편입하려면 지분 15%를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데, 이 지분의 시장가치가 2조원에 달한다. 지금 당장 매입이 불가능한 셈이다. 지주회사를 먼저 분리한 후 유예기간 동안 삼성화재 지분을 사들이는 방법도 있지만, 이 경우 지주회사에 대규모의 현금을 남겨둬야 한다는 부담이 생긴다.

      이 때문에 금융권 일각에서는 삼성생명이 머지 않은 시기에 삼성전자 지분 일부 매각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투자한도 확보와 더불어, 어차피 금융지주회사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선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최대주주 지위에서 내려와야 하는 까닭이다.

      만약 삼성생명이 삼성물산에 지분을 매각한다면 1.63%, 다른 곳에 매각한다면 3.25% 이상을 매각해야 2대 주주로 내려올 수 있다. 현재 삼성전자 지분 1%의 가치는 2조3600억원에 달한다. 삼성생명 입장에선 계열사 지분 매입을 위한 현금 및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를 대비하기 위한 자본 확보 차원에서도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회사 전환 유예기간이 최대 7년(5년+2년)이지만, 삼성그룹 입장에선 전환 신청 전 가능한 한 모양새를 갖춰두는 게 유리하다"며 "최소한 계열사간 지분 정리는 모두 끝낸 후 금융지주사 설립에 나설 것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