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호텔 투자 등 멈추고 지금 빚부터 갚아야"
입력 2016.09.27 07:00|수정 2016.09.28 12:05
    아시아나항공은 보유지분 매각·유증 등으로 자본확충
    대한항공은 한진해운 이슈로 재무구조 개선 '집중도' 떨어져
    양호한 현금흐름, 한진해운 지원· 호텔사업 등에 활용돼
    •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이 '부채비율 낮추기'라는 공통과제를 두고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가능한 자본확충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는 데 반해 대한항공은 내외부 요인들이 겹쳐 재무구조 개선 속도가 늦어지고 있다.

      시장은 그나마 항공사업 여건이 좋은 바로 지금,  대한항공이  '차입금 감축'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양호해진 현금흐름을 재무구조 개선에 쓰지 않고 호텔사업등 본업에서 벗어난 계열사 지원에 쓰는 일부터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고강도 구조조정이 본궤도에 올랐다. 상반기에만 지분매각, 회사채·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등으로 1조원 가량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이어 올 9월말엔 계획한 액수만큼 조달할 가능성은 낮지만 유상증자도 진행할 예정이다. 비수익 노선을 합리화 해 더 많은 이익이 차입금 상환에 쓰이도록 하는 수익구조 개선 대책도 내놓았다.

      아시아나항공은 동원할 수 있는 재무구조 개선 수단이 한정적이라 아직 가시적인 효과를 보고 있지는 못하다. 그러나 시장 관계자들은 "체질 개선을 위해 구조조정을 진행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 이에 비해 대한항공은 재무구조 개선 속도와 의지가 상대적으로 빈약하다는 평가다.

      우선 한진해운발(發) 물류사태가 좀처럼 매듭지어지지 않으면서 자체적인 재무상황을 들여다볼 집중도가 떨어지고 있다. 한진해운에 투입될 자금확보를 놓고 시간이 흘러가면서 대한항공의 재무부담이 추가로 확대될 가능성까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다.

      대한항공 이사회는 2주 간의 논의 끝에 한진해운에 하역비 600억원을 지원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그러나 지원방식과 시점을 둘러싼 진통이 컸다. 대한항공의 한진해운 지원 방안이 쉽게 마련되지 않으면서, 그 과정에서 금융권까지 가세해 한진 계열사에 대한 여신현황을 점검하겠다고 나섰다.

      대한항공이 약속한 지원금을 한진해운에 투입하며 그간 한진그룹과 이견을 보여온 정부의 압박은 수그러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한진해운이 여전히 2000억원에 달하는 하역·운송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추가 자금마련이 수월하지 않을 경우, 정부나 금융권이 대한항공에 또다시 부담을 안길 가능성이 열려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현재 국내 은행권에서 차입한 규모가 4조원에 달하고 있는데, 금융권의 압박에 대응할 방안은 뾰족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대한항공은 이익금이 차입금 감축이 아닌, 계열사(호텔사업) 지원 등 본업에서 벗어난 영역에 쓰이는 점이 지속적으로 우려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한한공은 한진인터내셔널이 진행하는 1조원 규모의 미국 LA호텔 재건축 사업에 내년까지도 투자를 이어간다.  '빚'을 갚기보다는 신사업 투자에 대한항공의 현금이 수시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그간 대한항공은 시장환경 면에서 수익성에 도움을 받아왔다. 환율·유가가 항공산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저가항공사(LCC)들의 가격공세 영향도 덜 받아왔다. 다행히도 대한항공은 LCC들의 주력 노선이 아닌 미주·구주를 비롯한 중장거리 노선에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항공업(본업)에만 집중하면 이익창출 구조가 안정화할 수 있다는 것을 LCC들이 보여주고 있음에도 불구, 대한항공은 수익을 차입금 상환이 아닌 계열사 지원 및 비주력 사업 등에 투입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올해는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에 따른 여파를 최소화하는데 집중하고, 내년부터는 재무건전성 강화를 꾀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