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포스코와 현대제철ㆍ동국제강은 무얼 하고 있나?
입력 2016.09.27 07:00|수정 2016.09.28 12:07
    [Invest Column] 2015년 기준 총 CAPA 8600만톤…국내 수요는 5600만톤 그쳐
    매년 수급상황 악화되지만 철강사들의 확장기조는 여전
    中·日 경쟁사들은 대형 M&A 통해 경쟁력 확보 지속
    • 정부가 민간 자율에 맡긴 철강업 구조조정이 결국 '예견된 수순'을 밟고 있다.

      철강업은 애초부터 민간 차원의 해결이 쉽지 않다는 우려가 많았다. 그러나 정부에 무언가를 기대하려 해도 한진해운 사태 등에서 현 정부의 조정력 부재와 무능함만을 확인했다.

      오히려 정부가 철강업 구조조정을 '방해'하는 모양새가 비춰진다. 작년 이뤄진 철강업계 선제적 구조조정 사례인 '포스코특수강(현 세아창원특수강)과 동부특수강(현 현대종합특수강) M&A'건에선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조치를 부과했다.  값싼 중국 철강재가 유입되는 데 대한 대응도 못하고 있고 최근 불거진 미국 관세 이슈에도 손을 놓고 있다.

      그렇다고 철강업 구조조정에 청사진을 제시한 것도 아니다. "이번 정부에서는 그 어떤 산업에서도 무언가를 기대해선 안된다"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시장과 철강업계에서 나온다. 결국 이제는 업계 스스로 살 길을 찾아나서야 생존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정작 철강회사들이 보여준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남의 회사 탓하기', '리더가 앞장서서 불필요한 설전 벌이기', '부정적인 분석리포트 없애기'  수준이다. 그러면서 포스코 회장이 연임하느냐, 마느냐 이슈에만 매달려 있다.

      최근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철강업 공급과잉 관련 중간보고서를 둘러싼 논쟁은 이런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 BCG는 "후판 500만톤 생산능력 감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고, 각 업체들은 "해당 결과를 따를 이유는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부는 "철강협회가 진행중인 컨설팅 결과에 대해 정부가 관여하는 부분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사실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이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 애초부터 자율적인 감축 '합의'는 기대하기 어려웠다는 예상이 많았다.

      포스코는 철강재 중 후판이 차지하는 비중이 20~30%대에 이른다. 초고강도 해양구조용강 후판개발(2015년)·고급 후판재 양산을 위한 슬라브 크랙 저감 기술 개발(2016년) 등 매년 후판 부문에서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다. 철강업계에선 "여기에 권오준 회장의 내년 연임문제가 그룹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철강재 구조조정과 같은 문제가 적극 논의되기조차 힘든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마디로 지금 포스코의 관심사가 아니라는 의미다.

      현대제철의 경우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어쨌든 현대중공업 등 범현대가 물량를 든든히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조선업 경기가 둔화하더라도 자사 후판공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전체 철강재 중에서 후판이 차지하는 비중도 12%대로 3사 중 가장 낮다.

      동국제강은 이미 2차례에 걸쳐 후판공장을 폐쇄한 바 있다. 최근 브라질 CSP 고로제철소 개관으로 유입될 슬래브(후판 원재료)의 생산처가 필요하기 때문에 남은 공장을 폐쇄할 유인이 떨어진다. 이로 인해 동국제강 내부에서는 "그간 선제적으로 후판 폐쇄를 진행해왔는데 추가로 우리 회사에 설비감축을 요구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3사 입장이 그러하니 어쩔수 없다"고 끝내기에는 공급과잉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하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전체 조강생산능력은 8600만톤이지만 실제 생산량은 7400만톤에 그쳤다. 여기에 국내 철강 소비량이 5600만톤 수준에서 머무르고 있고 조선업·자동차·건설 등 주요 철강소비산업의 전망은 갈수록 부정적이다. 게다가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심화로 수출도 여의치 않는 상황이다

      각 사들도 결국 공급과잉 해소와 구조개편이 필요하다는 데는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공감만 할 뿐, 실제 노력은 뒷받침 되고 있지 않고 각 업체들의 설비 확장기조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조강생산능력은 2006년 기준 각각 3000만톤·1065만톤이었다. 10년 뒤인 작년 각 업체의 생산능력은 각각 4761만톤·2362만톤으로 증가했다.  게다가 포스코는 광양에 7CGL(용융아연도금강판라인) 증설 투자를 진행하고 있고, 현대제철 역시 특수강을 중심으로 증설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철강협회'가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하지만 헤매기는 매한가지다. 외부 컨설팅 업체의 중간보고서 내용이 유출되며 혼란을 가중시켰고 이에 대한 대처도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협회장이 권오준 포스코 회장인 상황에서 객관적인 업무수행이 근본적으로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권 회장은  공개석상에서 경쟁사(현대제철)을 공급과잉 주범이라고 비난하는 상황이다.

      그러면서 '3개 공장은 폐쇄해야 한다'라는 입바른 지적이 나오자 정작 내놓은 응답이 "누가 모르느냐", "우리가 왜 폐쇄해야 하느냐" 수준이다. 그럼 어떤 식으로 대비하겠느냐고 따져물은들 돌아오는 대답은 "밝힐 수 없다"는 동문서답 정도.

      정부와 한국 철강회사들이 모두 헤매고 있는 사이. 주변국 경쟁사들은 경기불황에 대한 대비책을 다양하게 내놓고 있다. 정부와 회사들이 하나가 되어 자율적인 조정을 진행 중이다. .

      일본은 이미 2012년 신일본제철과 스미토모금속공업과의 합병(합병후 신일철주금)으로 지난해까지 2조2000억원의 비용절감 및 영업이익 증가효과를 거둔 바 있다. 중국은 허베이강철-서우드강철, 바오산강철-우한강철간 합병으로 올해 세계 2위, 3위권 대형 철강사를 출범시켜 수급조절과 경쟁력 강화에 나선 바 있다. 더 무서운 것은 기술혁신·제품품질에서도 이미 한국업체들을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정부가 못나선다면 본인들의 생존을 위해 업계라도 무언가 대비책을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 포스코나 현대제철, 동국제강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