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대우 IB통합 요원?…실력은 대우證 불구, 미래證 '점령군' 행세
입력 2016.09.30 07:00|수정 2016.10.06 19:18
    미래에셋대우 실무진이 일하고 계약은 미래에셋증권이
    미래에셋대우 트랙레코드로 영업 다니는 경우도
    "업무 협의 중 위압적으로 나와 감정싸움"
    • 연말 통합을 앞둔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대우의 투자금융(IB) 조직 사이에서 잡음이 흘러나오고 있다.  정통 IB 영역에서  '토종 빅3'의 자존심을 지켜온 미래에셋대우 IB조직이 실적이나 실력 면에서 월등하지만 피인수 대상이다보니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반면 중하위권을 면치 못해온 미래에셋증권 IB조직 일부는 '점령군' 행세를 하고 있다는 평가다. '대우'의 과거 트랙레코드를 '미래에셋' IB 실무진이 마치 자사 실적인양 마케팅에 활용하다가 지적을 받는 일까지 나오고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대우의 최근 5년간 리그테이블 실적은 큰 차이가 난다. 옛 대우 시절부터 IB부문 각 영역에서 고른 활약을 보인 미래에셋대우는 주식·채권 부문에서는 매년 선두권 다툼에 앞장섰다. 반면 미래에셋증권은 IB 부문에서 이렇다할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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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럼에도 불구, 최근 영업의 무게감은 미래에셋증권 쪽에 실리고 있다. 조직 규모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역량이 뛰어난 조직(옛 우리투자증권)에 힘을 실어준 NH투자증권의 사례와는 정반대라는 평가다.

      최근 기업공개(IPO) 주관사를 선정한 대성전기공업에서 감지된 미묘한 기류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대성전기공업의 입찰제안요청서(RFP)는 양사 협의 후 미래에셋증권이 수령했다. 그러면서 제안서 마련과 설명회(PT) 과정에서는 경험 많은 미래에셋대우 실무진이 대거 투입됐다.

      그러나 정작 주관사로 선정된 후 계약은 미래에셋증권이 맺었다. 미래에셋대우측 실무진은 1명만 파견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 IPO에서는 양사 컨소시엄 구성 이후 미래에셋대우를 앞에 내세웠다. 하지만 이는 제일모직(현 삼성물산) IPO의 성공으로 과거 삼성그룹과 미래에셋대우의 관계가 좋았던 터라 불가피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미래에셋증권이 내세울만한 대형사 상장 실적이 없기 때문이었을 거라는 평가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반면 미래에셋은 내세울만한 레코드가 드물어 무리한 영업을 강행한다는 평가도 종종 제기된다.  최근 '고가밸류' 논란이 제기되어 밴드 최하단에 공모가가 확정된 게임업체 미투온 IPO의 경우.  주관사인 미래에셋이 올해 겨우 두번째로 IPO 주관이다보니 이를 성사시키고자 발행사의 요구에 휘둘린다는 지적도 나왔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미래에셋증권 일부 부서가 아직 합병 전임에도 불구, 미래에셋대우의 실적을 바탕으로 영업을 다니고 있다는 불만도 회사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미래에셋증권 담당자가 대우증권(미래에셋대우)의 트랙레코드가 실린 설명서를 들고 영업을 온 경우가 있었다"며 "실무 경험이 더 많은 대우증권쪽와 일을 진행하고 싶다고 하니 '어차피 합병할 회사이니 똑같지 않느냐'며 무마하려 했다"고 말했다.

      IB부문은 영업 실적에 따른 성과보상을 받는다. 미래에셋증권이 미래에셋대우의 실무능력을 바탕으로 거래를 수주하면 회사 전체적인 차원에서의 결과물은 큰 차이가 없겠지만, 내부 인력들에게 돌아가는 파이의 크기는 서로 다를 수 있다.

      미래에셋대우 IB부문 실무자는 "미래에셋증권측 실무자들과 업무 협의를 하다보면 시종일관 위압적인 자세로 나와 감정싸움으로 번질 뻔한 경우가 많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합병 후 팀워크나 시너지가 생기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은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대우의 합병 후 조직 운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금까지 논의된 결과로는 관리 부서의 경우 통합하고, IB 등 영업부서의 경우 본부를 구분해 현 조직을 유지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 경우 발행기업 입장에서는 현 미래에셋대우의 트랙레코드를 믿고 일을 맡겼지만, 정작 업무는 현 미래에셋증권 출신 실무진이 담당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 고객에 대한 서비스의 질이 이슈가 될 수 있는데다, 미래에셋대우 출신 인력들의 반발 등으로 인수 후 통합(PMI) 과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펀드의 판매할당 목표를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대우에 동일하게 배분해 경쟁을 시키는 등 리테일(소매)이나 퇴직연금 부문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미래에셋대우 인력들은 합병 후 평가 과정에서 불이익을 당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대우 IB부문은 오는 11월 중순 미래에셋증권이 입주해있는 서울 을지로의 센터포인트빌딩으로 사옥을 옮긴다. 12월말 정식 합병을 전후해 새 조직의 틀이 확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