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지분 엘리엇, 삼성전자에 뭘 할수 있나
입력 2016.10.11 07:00|수정 2016.10.12 12:15
    [삼성그룹 vs 엘리엇 2차전] 소수주주권 행사 위해 사전 준비 가능성
    주주제안·이사해임청구·주총 소집 등 가능
    내년 3월 정기주총 정조준한 듯
    • 삼성물산에 이어 삼성전자에 대한 주주권 행사에 나선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의 향후 행보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0.6%의 지분율을 바탕으로 소수주주권을 행사하며 삼성전자 경영진을 괴롭힐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본격적인 밀고당기기는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전후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엘리엇이 계열사 블레이크 캐피탈·포터 캐피탈을 통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은 76만여주다. 소각하기로한 자사주를 제외하면 0.62%의 지분율이다. 지난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취득한 지분(7.12%)보다는 크게 낮다.

      그러나 엘리엇은 이 지분만으로도 상법에 보장된 거의 모든 소수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일단 상법 제542조의6은 0.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소수주주에게 ▲주주제안권 ▲회계장부 열람권 ▲부정행위 이사 해임 청구권 ▲주주대표소송권 등을 허용하고 있다.

      보통 지분 3% 이상을 보유한 주주에게만 주어지는 권리지만, 상법은 6개월 이상 일정 지분을 보유한 소수주주에게도 같은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중요한 점은 엘리엇의 삼성전자 지분 취득 시기다. 공교롭게도 엘리엇은 지난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소수주주권을 주장했다가 법원에서 패배했다. 엘ㄹ엇의 청구에 대해 법원이 '지분 보유 기간이 6개월을 넘지 않아 근거가 없다'며 각하한 것이다.

      한국 법원에서 한 번 쓴맛을 본 엘리엇이 같은 잘못을 반복할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이다. 10월5일 삼성전자 이사진에 서신을 보낸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지난 4월부터는 이번 '분쟁'을 계획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엘리엇은 오는 27일로 예정된 임시주주총회(프린팅사업부 분할)에는 아무런 제안을 하지 않았다. 엘리엇이 서신을 보낸 시기 및 요구사항(배당·사외이사 확충)을 고려하면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를 조준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특히 내년 주총에서 엘리엇 측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삼성전자의 정관상 최대 이사의 수는 13명, 현재 선임된 이사 수는 9명으로 사외이사 3명을 추가하는 데 정관을 고칠 필요는 없다. 단, 사외이사는 사외이사후보 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자만 선임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사외이사후보 추천위원회는 권오현 부회장과 김한중 전 연세대 총장, 이병기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박재완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장 등 3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돼있다. 엘리엇이 사외이사를 추천하려면 이들의 검토를 받아야 한다. 내년 정기주총 6개월 전, 주주제안 4개월 전에 서한을 통해 입장을 밝힌 건 그 사이 관련 교섭을 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엘리엇은 공개 서한을 통해 삼성전자 이사회가 한국인·남성으로만 구성돼 있어 다양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를 감안하면 미국 등 다양한 국적으로 구성된 여성 이사 추천이 있을 수 있다.

      내년 주총에서 '깜짝 주주제안'을 내놓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엘리엇의 요구사항 중 '배당 확대'가 있는만큼 이를 위한 구체적인 압박이 예상된다.

      예컨데 금전과 주식 외에 '현물'도 배당할 수 있게 하고, 이사회의 결의 외에 '주주총회의 결의'로도 배당을 할 수 있게 바꾸자고 제안하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삼성물산에 제안한 내용이기도 하다. 당시엔 주총에서 모두 부결됐다.

      엘리엇은 소송을 통해 목표 기업을 압박하는 전술도 즐겨 사용해왔다. 순환출자 구조와 적은 배당을 문제삼아 회계장부 열람권을 행사한 후 꼬투리를 잡아 소송전에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