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美 부동산펀드 열흘 만에 완료…PB들 '쓴 맛'ㆍ회사도 추가부담
입력 2016.10.13 07:00|수정 2016.10.17 09:37
    [Weekly Invest] 미래에셋 “대체투자 수요 확인”
    실상은 PB들에 판매량 할당
    미래에셋 계열사 투자도 증가
    • 미래에셋그룹이 국내 최초 미국 부동산 공모펀드를 완판하며 시장에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회사 측 설명과 다르다. 판매부진에 PB들이 곤욕을 치른데다 미래에셋그룹도 600억원이 넘는 투자를 집행하는 등 모집이 힘들었다는 평가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달 21일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9-2호’를 출시했다. 목표 모집액은 3000억원으로 미래에셋대우, 미래에셋증권을 통해 판매됐다.

      이 펀드는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프라임 오피스 빌딩 4개 동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국내 최초의 미국 부동산 공모펀드로 개인들도 기관투자자처럼 규모가 큰 실물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한 상품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내세운 투자 포인트는 ▲미국 최대 손해보험사인 스테이트팜이 20년 장기 임차를 통해 안정적인 임대료 수익을 거둘 수 있고 ▲임대료를 매년 2%씩 인상하기로 돼 있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 할 수 있으며 ▲저금리 시기에 연 6% 수준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이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출시 열흘 만에 완판되자 개인투자자의 높은 관심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저금리 시대 우량자산에 대한 대체투자 수요가 많이 증가했음을 확인했다”라며 “향후 공모펀드 시장에 다양한 국내외 우량자산을 대상으로 한 상품을 선보일 수 있는 계기가 됐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상을 살펴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설명과는 거리가 멀다.

      이 상품은 최소 가입금액이 1000만원으로 상대적으로 고액인 탓에 대부분 PB들을 통해 팔려나갔다. 이 과정에서 PB들에 상당한 실적 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매력이 떨어진다는 점은 PB들을 더욱 난처 하게했다. 저금리 시대에 상대적인 고수익을 준다지만 ▲폐쇄형 상품으로 7년간 투자금이 묶이고 ▲미국 부동산투자 이다 보니 현지 상황을 알지 못 하는데다 ▲환위험 노출 위험과 매각 가격에 따라 원금손실이 날 수 있다는 점에서 고객들한테 선뜻 권하기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PB들 사이에선 사실상 ‘미래에셋’ 브랜드만 믿고 투자하라는 상품이란 말도 나왔다. 아직도 미래에셋그룹의 발목을 잡고 있는 ‘인사이트’ 펀드를 떠올리기도 했다. 인사이트 펀드는 미래에셋그룹이 국내 최초로 내놓은 ‘글로벌 스윙펀드’로 지역과 관계없이 주식이나 채권 등 한가지 투자 대상에 자산 전부를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다. 2007년 설정 이후 9년째 마이너스 수익률을 이어오다 최근에야 플러스로 돌아섰다.

      한 미래에셋그룹 PB는 “그룹에서 상품판매에 나서라고 하나 상품매력이 떨어져 고객에게 쉽게 권하기 어려웠다”라며 “상품이 좋을 때는 PB당 10억원 정도는 파는데 이 상품은 PB당 1억~2억원 정도 판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에 미래에셋그룹으로 인수된 미래에셋대우 PB들은 피인수 기업의 ‘쓴맛’을 봤다. 그룹 차원에서 1500억원의 할당량을 주고 판매에 나서라고 지침이 내려왔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도 1500억원 판매에 나서는데 미래에셋대우증권도 최소한 그 정도는 채워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마감일인 지난 28일 3000억원 설정액을 채우지 못하자 결국 미래에셋대우증권 450억원ㆍ미래에셋증권 220억원 등 그룹 계열사에서 총 670억원의 고유자금 투자를 집행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책임운용 및 판매를 위해 처음부터 20% 내외 범위에서 미래에셋그룹에서 투자할 계획에 있었다" 며 "사모 등으로 기관투자자의 투자문의도 많아 수요는 충분했으나 장기상품으로 투자자의 신뢰 확보를 위해 미래에셋그룹에서 투자를 진행했던 것이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이번 상품 판매가 선착순 모집으로 진행됐는데, 투자자들이 자칫 이 상품에 투자금이 몰리는 것으로 착각할 소지가 있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상품 흥행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정작 중요한 투자자 보호에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