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넋 놓고 있다 "IFRS4 2단계 연기하자"
입력 2016.10.20 07:00|수정 2016.10.21 15:42
    이미 1년 연기돼 2021년 예정
    IASB 연기 승인 가능성은 낮아
    선진국선 이미 부채 시가 평가
    • 국내 보험사들이 국제회계기준(IFRS4)2단계 도입 연기를 주장하고 나섰다. 연초부터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여러차례 제기됐지만 시간과 비용을 핑계로 외면하다, 막상 코 앞에 닥치니 ‘도입이 너무 빠르다며 반대 목소리를 내기 시작 한 것이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오는 11월 정례회의에서 ‘IFRS4 2단계 한국 적용 2년 연기’와 관련한 사항을 논의하고, 이를 승인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달 한국회계기준원이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의 요청을 받아 제기한 안건이다.

      IASB가 특정 국가의 특정 업종만 수혜를 받을 수 있는 해당 안건을 승인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 보험사들은 여러 창구를 통해 도입 연기의 필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최근 생보협회에서 진행한 미디어 대상 강의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제기됐다. 당시 생보협회측 강사는 ‘ 솔벤시(Solvency)2와 신지급여력제도’에 대해 설명하며 “IFRS 도입으로 여러 회계 이슈가 불거지고 있다”며 “IFRS4 2단계 도입도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회계법인들이 수익을 위해 IFRS를 도입을 밀어붙였고 그 때문에 다른 상당수 기업들이 힘들게 됐다”며 “도입을 안 하거나 최소한 도입을 연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감독당국이 IFRS4 2단계 도입에 앞서 업계 충격을 완화하고자 2013년 도입한 부채적정성평가(LAT) 제도 개편을 놓고도 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감독당국은 LAT 평가시 운용수익률에 기반한 할인율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판단에 2018년까지 현행 4%의 할인율을 시중금리 수준으로 낮추려는 제도 개편을 준비 중이다. 이에 대해 보험사들은 금리 방향성을 예측하기 힘든데 감독당국이 무리하게 제도개편을 실시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충실히 IFRS4 2단계를 준비해왔느냐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이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3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각 보험사로부터 IFRS4 2단계와 관련한 종합계획서를 제출 받았다. 2월에 행정지도 공문을 보낸 후 3월에 한차례 제출 받았지만, 내용이 미흡해 다시 한 번 계획서를 요구했다. 4월에는 진웅섭 금감원장이 직접 보험사 최고경영자들을 만나기도 했다.

      그럼에도 보험업계의 반응은 미진했다. 교보생명 등 일부 보험사가 관련 컨설팅 계약을 맺은 정도였다. 자본이 대폭 줄고 재무부담이 커질 거라는 경고에도 막상 최근 1년새 자본을 확충한 보험사는 메리츠화재 등 단 3곳, 규모는 1400억여 원에 불과했다.

      그러다 올 연말 솔벤시2나 보험부채적정성평가(LAT) 등 IFRS4 2단계에 대비하기 위한 선행 제도 도입이 잇따라 예정되자 ‘연기하자’는 논리를 들고 나온 것이다.

      보험업계의 주요 반대 논리 중 하나는‘IFRS4 2단계의 경우 유럽 위주로 도입을 검토 중이며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은 도입하지 않고 있다’이다.

      전문가들의 설명은 다르다. 미국과 일본이 IFRS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지 않은 건 맞지만, 두 국가는 이미 감독 기준 등을 통해 부채 시가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중국 역시 국내 회계기준에서 보험사 부채를 시가에 준해 평가하고 있다.

      IFRS4 2단계 도입은 2020년 예정에서 2021년 예정으로 이미 1년 연기됐다. 이르면 올해 상반기 예정이었던 ‘기준서’발행이 내년 3월로 미뤄진 까닭이다. 한국회계기준원에서 제시한 몇가지 기준이 IASB에서 받아들이며 최대 40조원으로 예상됐던 국내 보험사 자본 확충 부담도 7조~20조원으로 대폭 줄어든 상황이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코리아디스카운트를 줄이기 위해 IFRS를 도입한 것인데 자칫‘얼마나 부실하면 이러느냐’는 오해가 더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