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키우는 SK네트웍스‐ 새 수장 '최신원' 색깔 짙어진다
입력 2016.10.20 07:00|수정 2016.10.21 15:42
    최 회장 부임 후 공격적인 행보
    실적 부진 패션사업 정리하고
    동양매직 인수, 렌탈사업 강화
    면세점 사업 재도전 나서기도
    "SK그룹과 분리 준비" 의견 나와
    • SK네트웍스가 사세 확장을 통해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통신(SK텔레콤)과 에너지(SK이노베이션) 등 그룹의 주력 계열사들이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시작점은 최신원 SKC 회장이 대표이사로 부임하면서다.

      SK네트웍스는 동양매직 인수로 렌탈사업을 강화했다. 부진한 패션사업은 정리하면서 면세점 특허권 획득에 재도전했다. 전문성을 강화하는 SK그룹의 방향성과는 다소 다르게 SK네트웍스는 자체 생존력을 키워 국내외 유통 전반에 대한 사업 확장을 꾀하고 있다. 최신원 회장의 색깔이 짙어지면서 그룹 모태인 SK네트웍스가 사실상 사촌들과의 결별 준비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 2016.10.14_사세확장 매진 중인 SK네트웍스,

      최근 몇 년간 SK네트웍스는 그룹의 고민거리 중 하나였다. 상사가 그룹의 모태였다는 점, 그리고 그룹이 커지고 개별 계열사들의 협상력이 커지면서 상사의 존재감이 약해졌다는 점은 여타 재벌들과 공통점이다. 시장에선 상사업 전반에 대한 우려를 표했고, SK네트웍스 역시 뚜렷한 방향성을 보여주지 못한 게 사실이다.

      SK네트웍스가 전환의 계기를 마련한 것은 올 들어서다. 그룹 맏형인 최신원 SKC 회장이 지난 3월 SK네트웍스의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다. 6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예정에 없었던 확대경영회의를 열어 “우리가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팔지 등 사업의 근본을 고민하고 혁신 방안을 내놓으라”는 주문은 기폭제가 됐다.

      SK네트웍스는 렌탈사업을 주력 사업으로 키울 계획이다. 지난해 2월 KT렌탈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인수 비용이 높아지자 포기했다. 그리고 올 하반기에 동양매직이 매물로 나오자 6100억원이라는 꽤 높은 인수 가격을 써내고 동양매직을 품에 안았다. SK네트웍스는 동양매직 인수로 렌탈사업 강화와 함께 제조업도 영위할 수 있게 됐다.

      SK네트웍스는 기존 렌탈서비스인 카라이프의 사업 확장도 꾀하고 있다. 내년 중 AJ렌터카를 제치고 렌터카 보유대수 2위에 오르고, 2018년에는 렌터카 보유 10만대를 돌파해 롯데렌터카와의 양강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인수합병(M&A)을 통해 일거에 수만대의 렌터카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적자사업 부문은 정리에 나섰다. 특히 패션부문은 지난해 164억원 영업이익을 올려 전년 334억원보다 절반 이상 줄었고, 사업부문별로도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지난 9월 현대백화점에 매각하기로 하고 협상 중이지만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면세점 특허권 획득에는 재도전에 나섰다. 올해 사업 확장의 사실상 마침표다. 최신원 회장은 “어떤 사업자보다도 경쟁력이 있다”며 워커힐면세점을 반드시 되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직접 출사표를 던졌다. 워커힐은 최종건 SK그룹 창업주가 생전 마지막으로 인수하고 거주했던 곳이어서 최신원 회장에게는 남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워커힐이 ‘쉐라톤’과 ‘W’의 브랜드를 떼낸 것이 면세점 특허권 획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업계 평가가 엇갈린다.

    • SK네트웍스의 사업 확장은 자체 생존력 강화에 방점이 찍혀있다. 그동안 주력사업이었던 EM(에너지마케팅)과 IM(정보통신마케팅)은 낮은 성장률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캐시플로우 창출원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 주력 계열사들이 직접 챙기기 시작하면서 장기적으로는 관련 사업을 계속 영위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에 스스로 생존할 수 있으면서 그룹 계열사들과의 시너지를 누릴 수 있는 사업, 즉 렌탈사업을 중장기 성장 축으로 잡게 됐다는 것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SK네트웍스의 사업 확장을 보면 크게는 유통이지만 작게는 여러 사업들을 영위하면서 사실상 작은 그룹 형태로 진화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SK 브랜드를 갖고는 있지만 그 색깔은 점차 옅어지고 최신원 회장의 색깔은 짙어지는 느낌이다”라고 전했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이 ‘따로 또 같이’를 표방하고 있는데 SK네트웍스는 말 그대로 최신원 회장의 생각대로 흘러가고 있다”며 “그룹 모태라는 회사의 상징성을 생각하면 최신원 회장이 SK네트웍스를 결국 가져가게 될 것이라는 얘기가 안팎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SK네트웍스의 사업 확장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트레이딩과 자동차 사업과 관련해 브라질, 이란 등 해외 시장 진출도 꾀하고 있다.

      재무적 요건은 뒷받쳐주고 있다. 2013년 이후 중국 부동산 관련 지분(2908억원), 단말기 유통 소매사업(1346억원), 대치동 사옥(3090억원), 북방동업 지분(2118억원, 2015~2018년 동안 분할 수령) 등 자산 및 사업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와 차입금 감축 등에 힘입어 순차입금은 줄고 재무안정성 지표는 개선되고 있다. 장부가 기준 약 3조원(담보설정금액 4453억원)에 달하는 부동산도 보유하고 있어 대체자금조달력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