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압도적인 가격에 보바스병원 인수…의료사업+이미지 개선?
입력 2016.10.21 07:00|수정 2016.10.21 07:00
    '사회공헌' 강조…그룹 이미지 쇄신 꾀해
    인수대금 중 대부분 재단·병원에 유보금으로…추가 병원운영 가능
    병원MSO 활용한 '간접적' 의료사업 진출 가능성도
    • 호텔롯데가 늘푸른의료재단 산하 보바스기념병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가격ㆍ비가격 모든 면에서 다른 인수후보군에 월등히 앞섰다.

      시장에서는 그간 의료사업을 하지 않았던 롯데가 병원 인수에 나선 이유에 주목하고 있다.

      호텔롯데가 본입찰에서 제안한 가격은 약  2900억원. 이는 다른 원매자들이 제시한 가격보다 무려 3~4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야쿠르트가 700억원, 인천사랑병원과 구재상 대표의 케이클라비스자산운용 컨소시엄이 800억원, 그리고 솔본 계열이 1000억원 가량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가 제시한 2900억원 가운데 20%인 약 600억원은 늘푸른의료재단에 무상출연금으로 쓰인다. 나머지 80%는 신규차입금으로 사용된다. 850억 규모의 회생채권을 변제하고 재단이 신규로 발행하는 채권을 호텔롯데가 인수하는 방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당초 보바스병원이 매물로 나왔을 당시 예상됐던 가격은 청산가치(670억원) 및 회생채권규모(850억원) 등을 고려한 1000억원 내외였다"며 "롯데가 병원의 회생채권을 변제한 후 남은 금액은 실질적으론 인수자가 활용할 수 있는 금액이 된다는 점을 고려해 높은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역시 거래에 참여했던 한 병원 관계자는 "회생채권을 변제하고 남은 금액은 사실상 재단과 병원에 유보금으로 쌓이는 것"이라며 "인수자가 직접 이를 활용할 순 없으나 재단 및 병원을 통해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 의료법상 비영리법인인 의료법인은 정해진 부대사업(주차장·장례식장 등) 외 다른 사업에 투자할 수 없다. 하지만 병원사업과 같은 공익 목적에 투자하는 것은 가능하다. 늘푸른의료재단과 보바스병원에 쌓인 유보금을 병원부지 및 건물을 매입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롯데가 장기적으론 보바스병원을 바탕으로 병원사업에 진출하려는 포석을 마련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신격호 총괄회장 역시 노인요양병원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MSO(Management Service Organization·병원경영관리회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의료사업에 진출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병원MSO는 의료행위 외에 의료기기·의약품 등 구매, 인력관리, 진료비 청구, 마케팅 등 병원 경영 전반의 컨설팅을 제공한다. 병원·의료재단 및 외부투자자 투자로 설립되는 일종의 지주사 형태다. 컨설팅을 제공받는 병원으로부터 수수료를 거둬 수익을 창출하는 식이다. 투자자는 수익을 배당받을 수 있다. 다만 의약품의 경우 수익배분이 제한된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롯데는 그간 의료사업을 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병원을 늘리는 등 직접 병원운영에 나서기보다 보바스병원을 활용한 의료사업을 생각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병원 산하 영리자회사로 병원MSO를 만든다면 아예 불가능한 시나리오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부가 2013년 발표한 '제4차 투자활성화 대책'에 따르면 병원은 산하에 영리자회사를 둘 수 있다. 해당 자회사는 의료기기 연구개발·장애인 보조기구·의료관광 등 영리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자회사는 지분의 49%까지 외부투자를 유치받을 수 있으며 수익을 배당하는 것도 가능하다.

      보바스병원은 이미 중국과 아랍에미리트에 있는 현지병원에 브랜드명과 인력, 의료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자문료 명목의 수수료를 받는 해외사업을 하고 있다. 이를 활용해 해외 현지병원에도 병원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할 수 있다는 평가다.

      이런 배경에도 불구, 롯데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높은 인수가격을 써낸데 대해 최근 검찰 조사 등으로 무너진 그룹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도 염두에 두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한 거래 관계자는 "롯데는 최근 그룹 내 이뤄진 전방위 수사로 인해 훼손된 그룹 이미지 개선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지금껏 해왔던 장학재단 등 보다 '특별한' 것을 찾던 중에 보바스병원을 선택한 것으로 전해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롯데그룹도 우선협상대상자로 확정된 직후 "사회공헌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보바스병원 인수 목적을 밝히기도 했다. 그리고 다음주 중 발표할 '그룹 혁신안'에도 CSR(사회책임경영)을 강조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롯데그룹은 "보바스병원의 재활시설과 어린이병동 위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지만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아직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