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특별법 내년 일몰…중기청·금융위 줄다리기에 VC들 '한숨'
입력 2016.10.21 07:00|수정 2016.10.21 07:00
    벤처기업특별벌 내년 일몰…벤처투자업체 통합 근거법 필요성 대두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져"…신기사·창투자 규제환경 '온도차'
    VC, "부처 간 관할권 다툼으로 VC만 골치아파"
    •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의 내년 일몰을 앞두고 벤처캐피탈(VC) 업계에선 벤처투자업체 근거법을 통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VC업체를 관할하는 정부 부처간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어 통합법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관할 주무부처 사이에서 VC업체만 골머리를 앓고 있는 모습이다.

      올해 5월 중소기업청은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하 벤처기업특별법)'의 재개정을 위해 산업연구원에 연구용역을 줬다. 벤처기업 및 벤처투자 범위에 대한 내용을 담은 벤처기업특별법은 1997년 처음으로 시행됐다. 이후 10년 동안 한시적으로 운영하다 2007년 다시 10년을 연장, 오는 2017년이면 다시 10년 기한이 종료된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연구용역 결과를 연말 쯤 받은 뒤 어떤 방향으로 재개정 할 것인지 본격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VC업계에선 이번 일몰 및 재개정을 계기로 중소기업창업지원법·여신전문금융업법·벤처기업특별법을 모두 통합해 관리 및 규제감독 시스템을 일원화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벤처투자를 하는 창업투자회사(창투사), 신기술사업금융회사(신기사)를 관리하는 주무부처가 달라 행정적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창투사는 중소기업청, 신기사는 금융위원회 관할이다.

      김영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전무는 "모두 같은 벤처투자를 하는 업체들이 각각 중소기업청, 금융위원회의 감독을 받다보니 납입자본금 및 투자조건 등 적용받는 규제도 제각각"이라며 "VC업계에선 내년 벤특법 일몰을 계기로 VC 관련 통합법을 마련하는 것을 올해 가장 중요한 사안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벤처캐피탈(VC) 투자를 하는 업체들은 중소기업창업지원법 근거한 '창투사'와 여신전문금융업법에 근거한 '신기사' 라이선스를 취득하는 게 일반적이다. 라이선스를 취득하면 각종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대부분의 업체들은 둘 중 하나의 유형으로 등록하고 있다.

      문제는 창업투자회사와 신기술금융회사에 적용되는 규제 정도가 다르다는 점이다. 신기술사업금융회사 관련 규제가 지속적으로 완화한 동안 창업투자회사 규제완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한 VC업체 운용역은 "지난 2013년 금융위가 성장사다리펀드 사업을 시작하면서 펀드사업을 놓고 중기청과 금융위의 관할영역 다툼이 시작됐다"며 "금융위는 신기사 요건을 완화해 신규 업체들을 모두 끌어들이겠다는 것이고, 중기청은 지금껏 키워 온 펀드 및 VC사업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두 부처간 영역다툼으로 VC업체 근거법의 규제 정도가 차이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 금융위는 올해 3월 신기사의 설립자본금을 20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완화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발표해 지난달 시행했다. 새롭게 벤처투자를 하고자 하는 업체들의 신기사 라이선스 취득에 걸림돌이 됐던 설립자본금 부담을 줄여준 것이다. 이에 따라 신기사 업체들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 2014년 기준 18개에서 올해 9월 기준 27개사로 늘었다. 창업투자조합도 결성할 수 있게 돼 중기청이 진행하는 모태펀드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다른 VC업체 운용역은 "업계에선 신기사와 창투사 규제 차이를 부처 간 관할권 다툼의 결과로 보고 있다"며 "창투사가 신기사보다 투자에 제약이 많아 신기사로 전환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그마저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중기청은 올해 1월 신기사의 창투조합 결성을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중소기업창업지원법을 개정하며, 창투사가 신기사로 전환하기 위해선 운용 중인 창업투자조합을 모두 청산해야 한다는 단서 조항을 붙였다. 중기청 관할인 창투사들이 모두 신기사로 전환할 경우 관할영역이 줄어들까 우려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신기사 전환을 막는 규제는 풀렸으나 여전히 운용 중인 조합의 출자자 각각에 동의를 받아야 해, 여전히 어려움은 존재한다. 실제로 지금까지 창투사에서 신기사로 전환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한 창업투자회사 운용역은 "VC업체에 대한 통합법이 마련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 이지만, 그렇게 될 것이라고 보는 VC업체들은 아무도 없다"며 "주무부처가 서로 밥그릇 다툼을 하느라, 당사자인 VC업체들의 이야기도 듣는 척만 하고 있어 벤처투자업체들만 투자활동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