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증 앞둔 삼성重의 연이은 수주, 독일까 약일까
입력 2016.10.24 07:00|수정 2016.10.29 17:35
    해양플랜트 두 건 수주 가시화 단계
    내달 1조원대 유증 앞두고 '호재' vs '수익성 따져봐야"
    • 삼성중공업이 최근 해양플랜트 수주 재개를 목전에 두고 있다. '수주 낭보'가 내달 마무리되는 삼성중공업의 유상증자와 회사 기업가치 개선에 미칠 영향을 놓고 시장의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주요 해외 외신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최근 BP사가 발주하는 미국 멕시코만의 원유생산설비 프로젝트에 대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모잠비크 지역에서 부유식 LNG설비를 짓는 프로젝트들에 대해서도 단독협상을 벌이고 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삼성중공업이 두 해양플랜트 프로젝트를 수주할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올해 해양플랜트 수주가 없던 삼성중공업이 단번에 대폭 일감을 늘릴 기회를 잡은 셈이다.

    • 일단 해당 프로젝트들은 삼성중공업이 독자적인 디자인을 가졌거나 사업경험이 풍부한 지역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과거와 같은 대규모 손실 발생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모잠비크 프로젝트 건의 경우 회사가 처음 건조해보는 설비이긴 하나 발주사가 삼성중공업만의 디자인(prototype)을 검토해 채택했다는 점, 과거 회사가 해오던 3조~4조원 프로젝트에 비해 규모가 작다는 점 등이 사업리스크를 낮추고 있다"라고 말했다.

      멕시코만 프로젝트에 관해서도 "이 건은 회사가 지난 20여년간 경험해본 미국 멕시코만에서 진행된다"라며 "까다로운 해상환경 때문에 큰 적자를 안긴 노르웨이·북해 등의 지역에서 진행된 건들에 비해 시행착오가 적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선수금환급보증(RG)을 발급해주는 은행권의 보다 엄격해진 해양프로젝트 사업성 평가도 대형 조선사의 저가수주 위험도를 낮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해양플랜트'의 사업적 성격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히 크다. 해양플랜트 사업은 아무리 통제를 잘하더라도 공정 과정에서 원가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현재 최종계약이 성사되지않은 만큼 이번 거래의 '저가수주' 여부를 사전적으로 판단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대개 프로젝트가 상세설계 단계에 돌입해야 원가 변동 등의 변수가 발생해서다.

      다만 과거 사례들과 정황을 놓고 보면 해양플랜트 수주 재개를 둘러싼 불안감을 완전히 떨쳐내기도 어렵다. 조선업계 전문가는 "국내 조선사들은 발주사의 요구에 의해 발생할 추가비용에 대한 안전장치를 사전에 충분히 마련하지 못해왔다"라며 "이러한 부분들이 얼마나 개선되느냐가 앞으로 건조할 해양플랜트의 수익성을 높일 핵심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지지부진한 유가 흐름도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해양플랜트는 통상 유가가 배럴당 60~70달러일 때 손익분기점에 달한다. 현재 유가는 아직도 배럴당 50달러의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답보상태에 머물면서 발주사들의 엄격한 원가 통제가 지속되고 있다"라며 "건조과정에서 발생할 변동 요인을 놓고 초기 계약단계에서부터 충분히 협의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라고 밝혔다.

      이번 수주소식이 마침 삼성중공업이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있는 와중에 전해지고 있다는 점도 시장의 관심을 높이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내달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유증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의 유증에 참여할지를 고민하는 투자자 입장에선 회사의 미래가치 향상 여부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이런 측면에서 회사가 곧 손에 쥘 일감이 이익을 늘릴지의 여부는 중요한 대목이다.

      조선업계는 "오비이락일 수 있지만 해당 해양플랜트 수주 두 건에 대해서 만큼은 대규모 적자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아 보인다"라면서도 "양질의 수주라면 유상증자가 성공적으로 완료되는 데 기여하겠지만, 수주의 성격에 따라서는 유증을 위해 무리하게 수주를 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간 꾸준한 일감확보는 유상증자 논란이 제기되기 이전부터 삼성중공업의 최대 현안 중 하나이자 기업의 미래를 결정지을 근원적인 요인으로 거론되어 왔다. 즉 안정적이고 수익성 있는 수주가 이어질 경우에는 당장의 유상증자와 상관 없이 삼성중공업의 생존이 담보될 수 있지만, 일감확보가 이어지지 않으면 유상증자의 효과도 지속되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현재 국내외 조선사들의 수주잔고 감소 속도가 가파른 가운데 올 2분기 매출기준으로 대형 3사 수주잔액은 현대중공업 23조원, 삼성중공업 13조원, 대우조선해양 25조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