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러리에 그친 해외 자본…미래에셋으로 기우는 PCA생명 인수전
입력 2016.10.24 07:00|수정 2016.10.24 13:41
    미래에셋 유력했지만 10월 들어 중국·홍콩 자본 등장 변수
    엑셀시어 자금 조달 어려움…중국 보험사도 완주 여부 불투명
    “해외 후보는 ‘가격 인상 압박용 카드'…결국 미래에셋 인수할 것”
    • 3파전 구도였던 PCA생명보험 인수전의 승자는 미래에셋생명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은 일찌감치 인수전에 뛰어들었고 의지나 여력, 금융당국 승인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뒤늦게 참여한 해외 자본은 결국 가격 상승을 위한 들러리 역할에 그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7월말 PCA생명 인수의향을 밝힌 미래에셋그룹은 8월 입찰적격후보(숏리스트)에 선정됐고, 지난달 본입찰에도 참여했다. 당시엔 마땅한 경쟁자가 없었기 때문에 무난하게 인수에 성공할 것으로 점쳐졌다.

      그러다 이달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중국 신생 보험사가 뒤늦게 인수후보로 참여했다. 홍콩계 사모펀드(PEF) 엑셀시어캐피탈도 이달 말까지 말미를 얻어 본입찰에 참여하기로 하고 자금조달에 나섰다.

      미래에셋그룹은 즉각 이에 반발했다. 비록 잠정적인 일정을 무시하고 다른 경쟁자가 나타난 데 매각자 측에 불편한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진다. 비록 일정이 단정적으로 제시된 것은 아니었지만 미래에셋생명과 매각자 측은 지난달 말까지를 제안 유효기간으로 설정해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생명이 여러 가지 면에서 유리하긴 했지만 매각자 측은 미래에셋이 제시한 가격에 만족하지 못했다”며 “매각자 측이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가져오기 위한 압박용으로 해외 자본들과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PCA생명의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계는 2857억원이다. 영국 푸르덴셜그룹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정도를 원했지만, 미래에셋생명은 PCA생명 가치를 1500억원가량으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명보험업계 평균인 PBR 0.5배 수준이다.

      해외 자본 참여라는 변수가 있었지만 최근엔 다시 미래에셋생명으로 우선권이 돌아가는 양상이다.

      엑셀시어캐피탈은 국내 증권사를 선정해 인수금융을 조달하고, 프로젝트펀드를 결성하는 방안을 고려했다. 그러나 금융회사들은 생명보험 업황과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자본확충 부담, 금융당국의 승인 가능성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자금을 지원하겠다던 금융회사도 있었지만 준비 부족으로 기한을 맞추기 어려웠다. 실사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보험사 역시 완주 가능성이 크지 않다. 신생 회사로 그 실체나 인수 의지에 대해 신뢰를 가지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3사 중 가장 늦게 실사법인 물색 움직임을 보이며 ‘허수’에 가까운 후보란 지적도 있었다.

      IB 업계 관계자는 “인수의지나 자금 여력, 금융당국 승인 가능성을 감안하면 결국 처음 예상대로 미래에셋생명이 승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미래에셋생명과 매각자가 가격 조건을 좁히기 위한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PCA생명은 푸르덴셜그룹이 1999년 인수한 영풍생명이 전신이다. 푸르덴셜그룹은 우리나라 보험업의 성장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 따라 PCA생명(지분율 100%)을 매물로 내놨다. 지난해 모건스탠리를 주관사로 삼아 매각을 본격화했고, 이번 매각은 골드만삭스가 주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