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재도약' 외친 NH농협금융, 결국 정부에 손 벌리나
입력 2016.12.01 07:00|수정 2016.12.02 15:35
    "비은행 순익 비중 50%까지 확대 목표"
    상반기 NH농협銀 부실 상각에 자금줄 막혀
    목표 달성 위해 정부 보증 '농금채' 활용할 수도
    • NH농협금융지주가 2017년 경영전략을 발표했다. 지속 가능한 경영 기반을 구축하겠다며 여러 내용을 담았지만, 핵심인 '자본 확충' 방안이 빠졌다는 지적이다. 뚜렷한 자금 조달 방안이 없는 상황에서 농업금융채(농금채) 발행에까지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NH농협금융은 은행과 비은행 손익 비중을 5대 5로 맞추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거시경제 환경이 불안정하므로 손익을 다양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서는 증권사 대형화 추세와 새 보험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대비해 NH투자증권과 NH농협생명·손보의 덩치를 키워야 한다.

      부진한 증권·보험업황을 고려하면 지주 차원의 증자가 필요하지만, NH농협금융은 여력이 없다. 그룹 캐시카우(Cash Cow)인 NH농협은행의 대규모 부실 상각으로 '자금줄'이 막혔기 때문이다. 배당금과 명칭사용료 등 이전과 같은 수준(5000억원 규모)의 수입을 기대하기 어려워 계열사 지원에 필요한 자금을 NH농협금융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현재 NH농협금융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다. 비상장 은행계 금융지주는 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 발행에 따른 법적 근거가 없어 이를 통한 자금 조달이 불가능하다. 금융당국에서 관련 내용을 담은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을 10월 중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었지만, 국정 공백 탓에 절차 진행이 늦어지고 있다.

      NH농협은행이 코코본드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도 여의치 않다. 지난달 13일 NH농협은행 코코본드에 따른 NICE신용평가의 신용등급(AA) 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락해 발행 여건이 불리해졌기 때문이다. 신용등급이 추가 하락해 조달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 은행채 10년물 기준 'AA-' 등급의 유통금리는 'AA' 등급 대비 31bp 높다.

      내부적으로 NH농협금융은 내년 하반기를 전후해 지주나 은행에서 코코본드를 발행하는 방법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에서 은행 대손준비금을 자본으로 인정하면 NH농협은행의 자본비율이 높아져 신용도가 회복될 것이고, 조달 비용을 다시 낮출 수 있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NH농협금융의 이 같은 구상에 시장은 회의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장금리 상승이 대출자산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 같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낮은 금리와 정책 자금으로 연명하던 한계기업이 무너지면 특수은행인 NH농협은행이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른 은행 담당 애널리스트도 "대손준비금 자본 인정이 신용등급 상승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 같지도 않고, 내년 은행업황은 올해보다 더 나쁠 것으로 보인다"면서 "NH농협은행의 계획대로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NH농협금융이 농금채 발행 '카드'를 꺼내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농금채는 농협법 제156조(상환에 대한 국가 보증)에 의해 정부가 원리금을 보증할 수 있고, 덕분에 타 금융채 대비 조달 비용이 저렴하다. 다만 이 방법을 택할 경우에는 정부 보증 채권으로 민간 금융사를 지원한다는 '도덕적 해이' 논란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NH농협금융의 계획대로 증권·생보·손보 등 비은행 계열사의 순익을 높이기 위해서는 증자가 필수인데 농금채 이외에는 딱히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면서 "비은행 계열사의 자본 확충이 없다면 '수익을 다각화해 2017년을 재도약 원년으로 삼겠다'는 전략은 구호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