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산업가스 매각, "해외후보들 부담...SK도 미지근"
입력 2016.12.02 07:00|수정 2016.12.05 14:20
    2일 예비입찰
    독과점이슈에 자체 M&A에 주요 SI 참여 '불투명'
    SK 높은 가격에 '부담'…자체투자 확대 가능성 속 참여 저울질
    결국은 '가격'…인수자- 매각측 괴리감 줄일까
    • 산업용가스 제조업체 대성산업가스 매각이 시원치 않게 진행되는 모양새다. 시장점유율 1위인 업체인 점을 고려하면 매력적인 매물이란 평가지만 독과점이슈, 자체적인 M&A 등으로 전략적 투자자(SI)들 상당수의 인수 전 참여가 불투명하다. 일부 후보는 인수포기 가능성이 높은데다 유일하게 '기댈 곳'으로 꼽힌 SK그룹마저 높은 매각가에 주춤하는 모습이다.

      이번 매각은 대성합동지주 자회사 대성산업의 수 천억원 대에 달하는 차입금 상환이 목적이다. 매각측인 골드만삭스PIA와 대성합동지주는 차입금 상환 스케쥴에 맞춰 이르면 내년 초까지 매각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국내외 SI업체를 비롯해 약 10곳이 티저레터(Teaser Letter)를 받고 인수를 검토 중이다.

    • ◇ 합작관계 끝낸 에어리퀴드, 독과점 이슈 놓인 에어프로덕트…믿는 건 SK?

      매각흥행엔 주요 SI들의 참여가 필수적이지만 실제로 참여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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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성산업가스에 이어 국내 산업용가스 점유율 2위인 에어프로덕츠는 독과점 문제에 발목이 잡힐 전망이다. 현재 산업용가스 시장은 대성산업가스가 점유율 24.4%로 1위, 에어프로덕츠코리아(22.6%), 프렉스에어코리아(16.2%), 에어리퀴드코리아(13.8%), 린데코리아(11.1%) 순으로 뒤를 잇고 있다. 업계 1위 대성산업가스를 인수 시 시장 점유율 50% 가까이 달하는 탓에 독과점 이슈가 불거질 여지가 크다.

      에어프로덕츠에 이어 국내 업계 3위 프렉스에어와 5위 린데의 참여 또한 불투명 하다.

      이들은 올해 초 합병논의를 이어오다가 한차례 무산되었으나 최근 이 논의가 다시 추진 중이다. 본사간 합병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대성산업가스 인수에 참여할 여력이나 필요성이 크게 줄어들었다.

      에어리퀴드의 인수추진 가능성도 크게 낮아졌다. 에어리퀴드는 지난 2014년 대성합동지주에 지분 40%를 매각하며 합작관계를 청산한 이른바 대성산업가스의 '옛 주인'.  프랑스본사와 일본법인을 통해 각각 지분 20%씩 보유하고 있다가 총 1856억원에 대성합동지주에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대성합동지주는 곧이어 대성산업가스 지분 60%를 골드만삭스PIA 컨소시엄에 매각, 당시 매각금액은 1980억원이었다.

      달리 말해 매물(Target)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은 후보인 에어리퀴드로서는 5000억원(지분 100%기준)에도 못미치는 가격에 매각한 지분을 2년만 2~3배나 높은 가격에 사야 하는  구조인 셈이다.

      결국 매각 측이 기대하는 인수후보는 SK그룹 단  1곳으로 좁혀진다.

      SK그룹 또한 매각 측으로부터 티저를 받고 인수를 저울질 중이지만 인수 전 참여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최근 검찰수사로 움츠리고 있는 상황 속에서 많게는 조(兆)단위 거래에 선뜻 뛰어들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다.

      업계에 따르면 SK는 이미 매각 측으로부터 프라이빗형태로 대성산업가스 인수제안을 받고 인수를 준비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대성그룹이 공개매각으로 전환, 현재는 후보업체들과 경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내부적으로도 사장단, 임원인사가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인 탓에 주도적으로 M&A를 추진할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SK머티리얼즈를 비롯한 반도체 소재분야 확장은 조대식 SK㈜ 사장이 주도해 왔다. 조 사장은 박정호 SK C&C 사장 공동대표이사를 맡으며 SK그룹의 신성장동력을 책임지는 인물 중 하나로 손꼽혔다. 하지만 현재 SK그룹의 임원인사가 불투명한 가운데 전적으로 조 사장 주도로 이뤄지는 대규모 M&A가 부각 되는 것이 쉽지 만은 않을 것이란 평가다.

      이 같은 이유로 SK그룹 경영진 또한 무리한 인수추진을 하지 않는다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SK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SK가 대성산업가스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적정가격 이상 제시하진 않을 것"이라며 "경영진 또한 일정수준 이상의 무리한 가격을 제시하면서 인수를 추진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결국은 가격…인수후보-매각측과 괴리감 줄일 수 있을까

      매각 측은 순수 지분가치(100%기준)만 약 1조5000억원 이상을 기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현실적으로 최소 1조 2000억원 이상의 현금이 들어와야만 대성합동지주의 대대적인 차입금 상환이 가능한 매각이 될 상황이다.

      문제는 회사의 현금창출력이다.

      대성산업가스는 지난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 958억원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 기준 580억원, 단순 연환산했을 경우 1160억원 수준이다. 대성산업가스가 지분 49%를 보유한 그린에어의 지난해 EBITDA 430억원을 포함해 연 환산 1400억원가량을 만들어내는 기업이라 가정 할 경우에도, 매각금액은 EBITDA 대비 10배이상의 멀티플이 적용되는 셈이다.

      업황이 좋은 상황에서 회사가 현재 혹은 그 이상의 꾸준한 현금을 만들어 낸다면 높은 가격에 대한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다. 하지만 상황이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연간 약 200억~250억원가량의 시설투자(CAPEX)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탓에 1000억원이상의 현금을 꾸준히 창출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향후 성장성도 의문이다. 최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주요 전방산업 업체들이 3D낸드 반도체, OLED 디스플레이 분야에 공격적 투자 집행에 나서면서, 특수가스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이에 맞춰 대성산업가스도 국내공장에 대한 설비투자 및 중국시장 진출을 통한 특수가스 분야로 다각화를 꾸준히 꾀하고 있다.

      대성산업가스는 반도체용 NF3가스 공급계약을 위해 지난해 중국 켐차이나와 현지 합작회사 '리밍'을 설립했지만, 중국의 반도체 수요 저하로 기대만큼의 고객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기존 매출처인 에어프로덕츠와의 계약도 종료되면서 신규 NF3 고객 확보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유력 인수 후보인 SK가 SK에어가스와 SK머티리얼즈 등 계열사를 통한 산업가스 분야에 공격적 투자에 나선 점도 대성산업가스 입장에선 ‘악재’로 꼽힌다. 경기도 이천시에 위치한 SK하이닉스의 M14공장의 현재 가동률은 약 50%수준으로, SK는 2024년까지 15조원을 들여 공장증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경우 계열사인 SK에어가스의 SK하이닉스를 대상으로 한 공급물량이 점진적으로 늘어나게 되면서 시장점유율 또한 현재수준보다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SK머티리얼즈 또한 활발한 조인트벤처(JV)설립과 M&A를 통해 특수가스 분야에서 대성산업가스의 입지를 잠식해가고 있다. 최근 LG디스플레이가 대성산업가스로부터의 특수 가스 공급 비중을 줄이고 SK머티리얼스 물량을 늘려가는 등 이미 가격경쟁 양상은 시작됐다.

      반도체 분야 한 관계자는 “SK가 인수에 참여한다면 주 목적은 화학 업체들에 제공해온 일반가스 외에 특수가스 분야 영향력 확보 목적이겠지만, 특수가스 분야에서 대성산업가스의 기술력과 고객망이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에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관계자 또한 "시장을 주도하고 있거나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는지 여부가 멀티플을 산정하는 주 요인이지만 대성산업가스의 기술력은 단순 수입 업체에 불과한 수준"이라며 "전반적으로 성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향후 (공장)가동률 또한 가늠하기 어려운 탓에 멀티플 10배이상을 들여 인수에 나설 업체가 많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