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조사서 집중타 맞은 삼성 미래전략실의 미래는…
입력 2016.12.06 17:23|수정 2016.12.08 20:24
    그룹 컨트롤타워에서 비선 실세 지원 핵심으로 부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부정적 인식 있다면 없애겠다”
    내년 정기인사에서 다뤄질 가능성 커져
    • 28년만에 이뤄진 재벌 총수들에 대한 국정조사는 말 그대로 ‘삼성’ 국정조사였다. 대통령 비선 실세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 그 대가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여부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이 과정에서 삼성 미래전략실(이하 미래전략실)의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적 책임도, 권리도 없는 미래전략실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의 배후로 지목되면서다. 국정조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부정적 인식이 있다면 미래전략실을 없애겠다”고 밝히면서 미래전략실의 미래는 더욱 불투명해졌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은 이건희 회장 시절인 1998년 구조조정본부로 출범해 전략기획실로 명칭이 바뀌었다. 이후 2008년 삼성 특검으로 사회적 물의가 빚어지자 해체됐고, 그 뒤 2010년 이건희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뒤 미래전략실로 부활했다. 미래전략실은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다. 전략과 인사지원, 법무, 커뮤니케이션(홍보), 경영진단, 기획, 금융일류화추진팀으로 구성된 조직은 그룹의 미래 성장 전략과 각 계열사 간 사업 조정 등을 모두 총괄하고 있다.

    • 6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해-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삼성 미래전략실은 집중타를 맞았다. 지난해 7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건에 대해 자문업체의 반대 권고에도 불구하고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 합병 건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핵심 작업으로 알려져 있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삼성그룹 의사결정은 이사회가 아닌 미래전략실에서 이뤄진다”며 “미래전략실은 막강한 권한 행사를 하면서도 책임은 지지 않으려고 하며, 사업을 위해서 많은 경우 무리한 판단을 하게 되고, 심할 경우 불법적인 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도 미래전략실 때문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한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갤럭시노트7 조기 출시를 종용했고, 단종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미래전략실에 대한 질타가 계속해서 이어지자 이재용 부회장은 미래전략실의 해체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부회장은 "오늘 여러 의원님들로부터 미래전략실에 대한 질타가 있었고, 질문 중에 이에 대해 많은 의혹과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며 "국민 여러분이나 의원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면 미래전략실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래전략실은 선대 회장께서 만드신 것이고 회장께서 유지를 해온 것이라 지금 이 자리에서 (폐지 유무를 결정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조심스럽지만 부정적인 인식이 있으면 없애겠다"고 강조했다.

      미래전략실의 불투명한 미래는 예견됐었다. 그룹 내부에선 이재용 부회장이 미래전략실의 유지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이 부회장이 주력 계열사를 중심으로 한 사업 구조조정, 즉 ‘실용주의’ 노선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전략실의 역할이 점차 축소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몸집을 줄이고 있다. 삼성 미래전략실은 지난해 말 계열사를 담당하는 전략1팀과 전략2팀을 통합하고 비서팀은 해체하는 수순을 밟았다. 비(非)전자 계열사를 담당했던 전략2팀이 화학 계열사 매각으로 역할이 축소됐고, 비서팀도 인력이 줄면서 팀을 운영할 이유가 없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전략실은 대통령 측근 실세 지원에 연루되면서 검찰의 집중 타깃이 됐고 압수수색이 이어졌다. 검찰은 이재용 부회장 외에도 장충기 그룹 미래전략실 차장,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 등도 최근 불러 조사했다. 또 지난 11월 23일에는 그룹의 2인자 최지성 미래전략실 부회장의 집무실도 압수수색했다.

      삼성그룹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사태 처리, 하만 인수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 지주사 전환 등 갈 길이 바쁘다. 그룹 차원에서도 사업 구조조정이 계속 이뤄져야 하고, 승계 작업도 병행돼야 한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 등기이사 선임으로 경영 전면에 나선 상황에서 미래전략실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오히려 방해가 된 셈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미래전략실 폐지를 언급했지만 당장 어떠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예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미래전략실이 그룹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은 확실한만큼 추가적인 조직 축소, 또는 역할론 조정 등이 이뤄질 수 있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삼성그룹은 연내 정기인사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팎에선 대략 내년 2~3월쯤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 때 미래전략실에 대한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미래전략실은 어디까지나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의 유물이기도 하고, 글로벌 스탠더드를 요구하는 지금의 시대에는 적합하지 않은 조직"이라며 "내년 인사가 이재용 체제의 공식적인 첫 인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어떤식으로든 미래전략실의 미래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