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잘 만들겠다는 이재용 부회장…결국 해법은 '지주사'뿐
입력 2016.12.08 07:00|수정 2016.12.09 18:39
    건설·상사 등 옛 삼성물산 비중 절대적…”합병 시너지 기대 어려워”
    전자 포함 비금융지주사 역할 아니면 의미 없어
    • 지난 6일 재벌 총수들에 대한 국정조사는 말 그대로 ‘삼성’ 청문회였다. 대통령 비선 실세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 그 대가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여부를 놓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질타가 쏟아졌다.

      이재용 부회장은 “합병이 승계를 위한 절차가 아니었다”는 기존 해명을 고수하면서 “삼성물산을 정말 좋은 기업으로 만들어놓고 모든 분들이 이런 오해를 풀게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 부회장이 언급한대로 삼성물산이 더 좋은 기업이 될 수 있을까? 지금의 상황만 놓고 보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관련업계와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통합’ 삼성물산의 사업부문은 건설, 상사, 패션, 리조트, 바이오 이렇게 5개 부문으로 나뉜다. 건설과 상사는 삼성물산, 패션과 리조트는 제일모직(전 삼성에버랜드)의 사업 파트였고 바이오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이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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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성적표를 놓고 보면 합병 당시 내세웠던 양사 시너지는 기대하기 어렵다. 부문별 매출과 영업이익 비중을 살펴보면 옛 삼성물산의 건설과 상사가 80% 이상을 기록,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3분기만 놓고 보면 두 부문의 매출은 5조원이 넘지만 영업이익은 1600억원에 그친다.

      합병 당시 더 높은 가치를 인정 받은 과거 제일모직 사업 파트는 사실상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3분기 패션과 리조트 매출 합산은 1조원을 좀 넘고, 영업이익은 500억원도 안 된다. 기업가치 제고의 청사진을 그릴 것이라고 하는 바이오부문은 사업 특성상 적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언젠가 ‘잭팟’을 터뜨릴지도 모르는 바이오를 제외한 기존 사업에서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는 사업은 보이지 않는다. 건설 부문의 경우 해외 수주는 사실상 중단됐고, 국내 건설 경기도 사실상 올해가 고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턴어라운드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상사 부문은 모든 재계의 고민이다. 개별 계열사들의 협상력이 커지면서 상사 역할은 크게 축소되고 있다. 패션부문은 부진한 브랜드의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지만 녹록지 않다.

      삼성SDS의 물류부문과 IT서비스부문의 인적분할, 그리고 물류부문과 삼성물산의 합병 시나리오 역시 지배구조 개편과 더불어 삼성물산이 현재 사업부문으로는 기업가치 제고가 역부족이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실 삼성 측과 국민연금의 입장처럼 두 회사의 합병 시너지를 기대하는 시장 관계자들은 없다. 결국 회사 자체의 사업성이 아닌,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승계 작업 과정에서 발생되는 프리미엄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 외국계 투자은행(IB) 관계자는 “회사 측이 밝힌 입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순진한 투자자들은 아무도 없다”며 “결국 삼성물산이 언젠가 삼성그룹 비금융계열사들의 지주회사가 될 것이라는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10월말 이후 하향세였던 삼성물산 주가가 최근 소폭 상승세로 전환하는 등 등락을 거듭하는 것도 사업성 기대가 아닌, 지배구조 이슈 때문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 대상에 포함한다고 밝히면서도 지주사의 삼성물산 합병 가능성은 부인했다. 그럼에도 시장에선 삼성그룹이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야 하는 상황에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며 그 과정에서 삼성물산의 가치는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오너가 지배하는 삼성물산의 위상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시간이 문제이기 때문에 삼성물산 주가를 두고 “기다리라”고 증권업계에서 한 목소리를 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장은 '건설+상사+패션+리조트+바이오', 각 사업을 합치기만 한 유기성이 떨어지는 '통합' 삼성물산을 기대한 것이 아니다. 오너가 소유한, 삼성전자 등 주요 비금융계열사들을 관리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새로운 미래전략실 역할을 할 '지주사' 삼성물산을 기대하고 있다. 시장의 생각과 “삼성물산 합병이 승계를 위한 절차가 아니었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해명은 배치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