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장한 롯데그룹, 내년엔 '숨고르기' 국면 맞는다
입력 2016.12.09 07:00|수정 2016.12.09 18:55
    공격투자는 잠시 뒤로…경영투명성 확보 시급
    지주사 전환작업 착수 둘러싼 불확실성 여전히 존재
    특검조사 향방에 따라 지배구조 개편 착수여부 결정
    • 롯데그룹의 내년도 사업·재무 전략이 올해 내내 미뤄졌던 지배구조 개편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이에 롯데는 그동안의 공격적인 외형 불리기 작업을 뒤로하고 경영투명성 제고를 통한 숨 고르기 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런 국면전환을 위한 전제조건이 만만치 않다. 올 연말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권을 되찾아야 하고 특검이 조사 중인 롯데그룹에 대한 면세점 특혜 의혹으로부터도 완전히 벗어나야 하는 난제가 있다. 특검조사를 둘러싼 분위기가 첨예한 만큼 롯데가 내년에 어떠한 궤도에 들어설지를 두고 시장에서는 불확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 경영투명성 강화 위해 할일 많은 롯데, 내년엔 그룹 색깔도 바뀔 전망

      롯데는 내년에 1년반 가량 미뤄온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재돌입한다. 우선 올 하반기 철회된 5조원대 규모의 호텔롯데 상장을 재추진, 지주사 전환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지주사 전환과 관련해서는 호텔롯데 단독 지주사 전환 혹은 롯데쇼핑과의 합병후 지주사 전환이라는 그간에 시장에서 거론된 시나리오 중 하나가 선택될 전망이다.

      지배구조 개편에 따른 비용부담 절감을 위해 일본 소재 롯데 계열사를 계열분리하는 안도 거론된다. 이 경우 LG그룹 사례 벤치마킹 가능하다. 안상희 대신경제연구소 지배구조연구실 연구위원은 "신 회장이 단독 대표이사로 있는 롯데홀딩스·L투자회사를 제외한 계열사들 중심으로 계열분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롯데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넓은 의미에선 그룹의 경영투명성 제고 작업 차원이지만 구체적인 차원에선 수십개에 달하는 계열사들의 수익성 제고와 직결된다.

      업계 관계자는 "대표적으로 롯데쇼핑 아래 모여있는 각종 유통사업부를 지주사 중심으로 정리하면 여러 사업부의 수익성을 꾀할 수 있다"라며 "동시에 호텔롯데가 상장되면 각 계열사가 비용측면에서 손해를 보며 호텔롯데와 불필요한 연결고리를 유지해오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부터 벗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룹의 지주사 전환은 지난 수년간 사들인 다양한 업종의 회사를 유기적으로 배치, 본격적인 인수효과를 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롯데가 인수한 회사들의 유기적인 성장을 아직까진 잘 이끌어내지 못했다"라며 "롯데가 거대한 기업이다보니 시장에서는 지주사 전환을 통해 통합하고 변화하기를 오랫동안 기대했다"고 언급했다.

      이와 더불어 롯데 수뇌부 역할을 해온 롯데정책본부도 역할이 최소화된다. 현재 롯데는 맥킨지 컨설팅그룹을 통해 구체적인 정책본부 축소안을 마련하고 있다. 결국 신 회장이 올 하반기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질적성장이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 ◇ 특검조사 향방이 지배구조 개편 착수여부 좌우할 전망

      이 모든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좌우할 요소는 바로 특검조사의 향방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신동빈 회장은 올해 검찰조사에서 횡령 여부에 대한 기소는 피했다. 호텔롯데 상장을 가로막는 하나의 걸림돌을 제거한 셈이다. 한국거래소는 대표이사가 횡령 같은 회계상 범죄를 저지를 경우 3년 동안 상장을 신청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 등 총수 일가에 대한 횡령·배임 사건 재판이 아직 진행 중인 만큼 지배구조 개편작업 재착수를 위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더 어려운 문제는 특검조사의 결과다. 면세점 특혜 의혹을 둘러싼 롯데그룹에 대한 특검조사가 대가성이 있었다고 입증될 경우 신 회장의 처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죄나 혹은 제3자 뇌물제공죄 적용 여부에 따라 연루된 기업인들이 참고인 신분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 될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최근 열린 대기업 청문회에서 다른 기업의 총수들과 마찬가지로 '대가성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신 회장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로 지원한 것이 면세점 사업권 확보와 '형제의 난' 검찰 수사와 관련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전혀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현재로써는 구체적인 호텔롯데의 상장작업 재착수 시점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롯데그룹은 "사장단 회의에서조차 내년 상반기 호텔롯데 상장 재추진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을 정도로 그룹이 불확실성에 휩싸여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