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PEF 출자 시장, 올해 국민연금 보기는 어려울 듯
입력 2017.01.13 07:00|수정 2017.01.13 07:00
    삼성그룹 합병 이슈로 수뇌부 공백에 계획 수립도 차질
    “어수선한 분위기·시장에 쌓여 있는 자금도 부담 요소”
    중소형 LP들은 국민연금 방침 따라 전략 수정 불가피
    운용사 “이럴 때일수록 정상적으로 운용할 것” 기대도
    • 올해 사모펀드(PEF) 시장의 변동성은 여느 해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대표 기관출자자(LP)인 국민연금이 ‘삼성 합병 개입 의혹’으로 어수선한 상황이라 새 출자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갖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연금과 보조를 맞춰야 하는 다른 LP는 물론 올해 펀드 결성을 준비하는 운용사(GP)들도 국민연금의 결정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국민연금은 2013년, 2015년 등 격년으로 대규모 블라인드 펀드 출자 공모를 진행해왔다. 작년엔 해를 거르지 않고 바로 출자에 나섰다. 당시 공모에 참여한 운용사들엔 ‘출자 규모를 줄이더라도 매년 공모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뜻을 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올해도 출자에 나서야 하지만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국민연금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찬성에 대한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 문형표 이사장이 구속되는 등 전·현직 수뇌부가 수사대상에 올랐고 실무진도 수사에 대응하느라 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다. 연초 운용전략실장과 대체투자실장 인사를 단행하며 분위기를 다잡으려 하지만 당분간 내부 동요를 피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국민연금 출자 PEF 운용사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시스템에 의해 운영되는 큰 조직이긴 하지만 어수선한 상황을 감안하면 올해 출자는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 기관출자자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국민연금이 PEF 출자같은 세부 계획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기도 하지만 국내 PEF 시장에 너무 많은 자금이 풀려있다는 점도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2년 연속 출자에 나선 국민연금은 운용사를 정하는 데 고심했다는 후문이다. 이미 자금을 줄 만한 곳들은 다 받아갔고 새로운 펀드 결성 시기도 도래하지 않아 마땅한 후보를 찾기 어려웠던 탓이다. 올해 역시 지난해와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전체 자산군의 조화를 살펴 세부적인 자금 분배 계획을 짜나가야 하는데 현재 사정 상 다른 때에 비해 준비가 늦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출자 전략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더 덜릴 것”이라고 말했다.

    • 국민연금이 출자 시장에 나서느냐 마느냐 여부는 다른 LP의 운용 전략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의 결정에 따라 시기를 조절하거나 올해 출자를 거를 가능성도 있다.

      홀수 해에 대형 출자를 진행해왔던 교직원공제회는 올해도 출자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거론된다. 지난해엔 별다른 공모 절차 없이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와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에 500억원씩을 내줬다. 모두 국민연금의 PEF 운용사로 선정된 곳들이다. 다만 국민연금 없이 단독진행여부를 할지는 아직 미지수.

      행정공제회는 지난해 국내 출자를 걸렀기 때문에 ‘원론적으론 올해 공모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역시 국민연금을 비롯한 다른 기관과의 매칭을 생각해야 한다. 자금 모집 수요와 국민연금 등 다른 LP의 움직임을 살핀 후 계획을 확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연말에 출자사업을 시작해 다음해 상반기에 운용사를 선정하는 전략을 이어오고 있다. 가장 먼저 운용사를 선정하지만 그 해의 출자 사업을 선도한다기 보다는 전해 출자사업에 참여한 운용사들의 막판 자금모집 창구 역할을 맡아왔다. 공무원연금 역시 비슷한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중반 이후 대형 기관의 운용사 선정이 완료되면 남은 자금조달 수요를 살펴 출자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대표적인 큰손인 산업은행은 상대적으로 국민연금과 무관하게 출자를 진행할 수 있다. 내부적으로 시기는 앞당기길 원하는 분위기다. 국민연금이 출자에 나서더라도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그에 앞서 우수한 운용사를 선점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달 말 인사를 앞두고 있어 계획은 유동적이지만 예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큰 틀은 나와 있다.

      다른 대형 LP인 우정사업본부나 새마을금고중앙회의 움직임은 올해도 미미할 전망이다. 우정사업본부는 2014년 IMM PE에 3000억원을 몰아준 후 대규모 공모는 진행하지 않고 있다. 올해는 새로 개발한 자산운용 모듈을 적용하느라 아직 구체적인 계획도 세우지 못했다. 최근 ‘안전제일’ 기조인 새마을금고는 올해에도 블라인드펀드 출자 계획이 없다. 다만 프로젝트펀드에 대한 출자는 지난해와 같이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6월 기준 PEF 운용 규모는 약 1조2000억원이다.

      소수의견이지만 그래도 국민연금이 기존 방침대로 올해 출자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는 의견이 아예  없지는 않다.

      올해 펀드레이징을 준비하려는 운용사 관계자는 “오히려 지금 상황이 기금운용을 보다 독립적이고 합리적이며 투명하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어려운 상황일수록 시스템에 따라 운용사업을 잘 챙기려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