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9 도입 1년 앞으로…은행들 유가증권 '바겐세일' 예고
입력 2017.01.18 07:00|수정 2017.01.18 07:00
    2018년부터 IFRS9 적용…지분 매각 시 당기손익 인식 안 돼
    올해가 지분 매각해 이익 늘릴 마지막…은행 매각 집중될 듯
    기업銀 KT&G 및 은행들 보유 포스코·SK그룹 지분 잠재 매물
    • 올해 은행들은 보유중인 유가증권 매각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1년 후 새 국제회계기준 IFRS9(금융상품)가 적용되면 주식 처분에 따른 순이익 증가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구조조정 중 출자전환 하거나 경영권 분쟁에 백기사로 참여하는 등 방식으로 일반 기업들의 주식을 보유해왔다. 기업은행은 정부로부터 지분을 현물출자 받기도 했다.

      은행들이 기업 주식을 보유해야 할 이유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바젤III 도입 후 주식에 대한 위험가중치가 높아져 건전성 관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은행이 투자기관이 아님에도 구조조정 기업 주식을 오래 가지고 있을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도 많아졌다. 은행들은 기회가 날 때마다 보유 지분을 줄이며 일회성 이익을 거둬왔다.

      이런 움직임은 올해 더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IFRS9 도입 영향이다.

      현재 회계기준에선 금융상품의 손상을 늦게 인식해 경기 불안정성을 키운다는 지적이 있다. 내년부터 IFRS9이 도입되면 손상 인식 기준이 ‘발생손실’에서 ‘기대손실’로 바뀐다. 미래 손실을 조기 인식하기 때문에 은행이 쌓아야 할 충당금 부담이 늘어난다.

      금융자산의 분류 체계 변경에 따른 영향이 크다. 현재는 주식 처분손익을 당기손익으로 인식하게 돼 있다. IFRS9에선 기타포괄손익으로 분류한 지분은 매각 하더라도 처분손익을 당기손익으로 인식하는 것이 금지된다.

      증권사 연구원은 “주식의 손익 변동을 매 분기마다 인식하지 않기 위해 자본계정 쪽으로 분류했다면 처분 시에도 손익계산서에는 반영할 수 없게 된다”며 “내년부터는 지분 매각에 따른 회계상 이익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올해 은행들이 보유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각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대표적인 매물은 정부가 기업은행에 현물 출자한 KT&G 주식이다. 기업은행은 2015년 이 지분을 올해 말까지 매각하기로 결정한 바 있으나 낮은 주가가 부담스럽다. 이마트 지분도 매각할 계획이다.

      은행들은 2000년대 중반 이후 포스코 경영권 방어를 위한 백기사 역할을 자처하며 지분을 가지게 됐고, 포스코 역시 은행주를 보유했다. 최근엔 전략적 제휴 관계가 약해지며 서로 보유 지분을 줄여나가는 모양새다. 다만 포스코와 돈독한 관계를 이어온 우리은행은 지분을 계속 가지고 갈 가능성이 있다.

      KB국민은행의 SK㈜ 지분 역시 SK그룹의 지주사 지배구조 변경 때 백기사 형태로 참여해 가지게 된 것이다.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도 수천억원 규모 합병 전 SK C&C 지분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처분한 상태다.

      금호타이어는 매각 진행 중이다.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은 채권단 운영위원회에 들어가 있다.

      은행들은 주가 수준과 시장 상황을 살펴 주식 매각 시점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얼마 남지 않은 일회성 이익 증가 요인이고 은행들이 정치 변동성에 민감하다는 점을 들어 매각을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은행 재무·기획 담당 관계자들은 “내년이면 주식 매각에 따른 순이익 반영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올해 매각할 필요성은 있다”며 “아직 연초고 인사도 이어진 터라 구체적인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