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송도에 발목잡힌 포스코건설, 안팎 악재는 미제(未濟)
입력 2017.01.20 07:00|수정 2017.01.23 10:57
    송도개발사업·CSP 제철소 공사미수금 여전히 뇌관
    수익성 저하에 우발채무 리스크 확대…‘엘시티’ 정치 스캔들에도 노출
    • [편집자주] 몇 번의 광풍이 지나간 건설업계가 다시 주목 받고 있다. 국내 주택경기의 반짝 호황에 다시 살아나는 듯 했지만 이제는 다시 주택경기 둔화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발목을 잡았던 해외 사업은 그 규모가 감소했지만, 잠재적인 리스크 현실화 가능성으로 여전히 뇌관이다. 쉽사리 진정되지 않는 국내외 악재로 자칫 과거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베스트조선은 안팎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난해 정기평가에서 신용도가 조정된 대형 건설 3사를 점검해봤다.

      포스코건설을 바라보는 안팎의 우려가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 브라질 CSP 제철소, 송도 개발사업 등 포스코건설의 발목을 잡은 각종 이슈들은 해결되지 못한 채 뇌관으로 남아있다. 해외 수주는 줄고, 안전판이었던 계열사 수주도 끊긴지 오래다. 비중이 크게 늘어난 주택 부문은 다시 고민거리로 됐다. ‘스캔들’마저 끊이지 않으며 회사의 이미지는 추락하고 있다.

      지난해 포스코건설은 브라질 CSP 제철소 프로젝트를 비롯한 해외사업에서 큰 폭의 원가 상승이 발생했다. 2016년 3분기까지 연결기준 2833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그 결과 2015년까지 실질적인 무차입 상태에서 순차입금이 5560억원까지 늘었다.

      해외사업 원가율 문제는 진행형이다. 주요 진행 해외 프로젝트의 원가율 수준은 95% 내외로 부진하다. 브라질 CSP 제철소 프로젝트는 공사 지체상금 등의 문제로 여전히 준공 전 상태다. 연결기준 공사미수금만 4400억~4600억원가량, 별도기준으로 브라질법인 대여금 2100억여원에 대한 대손상각 가능성이 있다. 주요 손실사업장인 사우디 아람코 황이송설비와 이라크 쿠르드 카밧 화력발전소의 준공도 올해로 계획돼 있어 준공시점 전후로 추가 손실 가능성이 있다.

    • 국내 민간개발 사업에 대한 우발채무 리스크도 현실화할 수 있다.

      포스코건설은 송도국제도시개발과 관련해 책임분양, 책임준공, 책임매각 등의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 여기에는 정해진 기간 내에 약정된 금액이 대출금상환적립계좌로 입금되도록 해야 할 의무, 차주의 부도사유가 발생되지 않도록 할 의무 등이 포함돼 있다. 2016년 9월말 기준 포스코건설의 송도국제도시개발 관련 특수관계자에 대한 지급보증은 9402억원, 재개발·재건축 조합비 대출 및 토목·SOC 사업에 대한 채무인수 약정이 361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6월에는 피에스아이비의 채무 3567억원을 인수했고, 그해 11월에는 송도국제도시개발 만기도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차입금 8787억원에 대한 채무 인수를 결정했다.

      NICE신용평가는 “해운대 엘시티 복합사업, 송고 RM 2블럭 주상복합, 파라다이스시티, 고양관광문화단지(한류월드) 주상복합 등 대규모 개발사업에 참여했다”며 “부동산 경기 둔화 및 입주율에 따른 공사비 선투입 부담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금융시장과 건설업계가 바라보는 포스코건설의 전망은 밝지 않다. 앞서 언급한 문제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못했고, 부동산 경기 둔화에 따른 국내 민간 부문의 위험 확대는 더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표면적인 유동성 대응능력은 나쁘지 않다. 2016년 9월말 연결기준 포스코건설의 총차입금은 1조4380억원가량으로 그 중에서 66%인 9550억원이 1년 이내 만기도래한다. 현금성자산이 8800억원 정도, 미사용 여신한도가 5000억원 이상이다. 문제는 역시 수익성 악화 기조에 더해지는 우발채무 현실화 가능성이다.

      2014년 이전까진 포스코 계열공사가 매출의 30% 내외를, 해외사업이 20~30%를 차지했다. 최근까지 이어진 국내 주택경기 호조와 해외 및 플랜프부문의 수주환경 저하 영향으로 2016년 9월말 기준으로 계열공사 5%, 해외사업 17%로 줄었고, 민간부문은 60%를 넘어섰다.

    • 신규수주가 늘지 않았음에도 공사잔량은 33조원(2016년 9월말 별도기준)에 육박한다. 한국기업평가는 “재건축 및 재개발사업의 비중 확대, 플랜트부문의 미착공잔고 증가 영향으로 풍부한 공사잔량이 매출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음을 나타낸다”며 “장기 미착공사업의 경우 수주 취소로 연결될 위험이 큰데 미착공사업의 계약시작일로부터 경과기간이 장기화하고 있는 점은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주택건설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고점이었던 국내 주택경기가 올해는 둔화 추세로 접어들었고, 중장기적으로 건축부문 실적도 예전 수준으로 회귀할 것”이라며 “포스코건설의 부동산 경기 민감도가 확대됐고 해외와 플랜트, 계열사 사업 부문의 확대가 어려워 회사 전체의 수익성 감소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회사 지원 확대 가능성도 부담이다. 2월에 포스코엔지니어링을 합병하게 되면 별도 기준으로만 약 1800억원의 순차입금이 증가하게 된다. 포스코엔지니어링도 최근 5개년 연결 기준 원가율이 96%에 달해 수익성이 좋지 못하다.

      안팎에서 연이은 ‘스캔들’은 회사의 이미지는 깎아 내리고 있다. 총 사업비 3조원에 이르는 해운대 엘시티 개발사업과 관련된 특혜·로비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포스코건설은 책임시공까지 약속했다. 회사 측은 “수익성만 따졌다”는 입장이지만, 수사 결과에 따라 후폭풍이 불 것으로 보인다. 피에스아이비 지분 인수도 시끄럽다. 포스코건설이 공동 출자자인 시행사 테라피앤디의 지분을 고의로 강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현재 양측은 소송을 진행 중인데 포스코건설이 패하게 되면 송도 사옥 매각이 백지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룹 관계자는 “그룹의 인사 및 조직개편, 포스코엔지니어링 합병을 앞두고 포스코건설 내 구조조정 가능성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며 “건설업계 전반의 어려움에다가 ‘포스코’만의 이미지 추락 사례들도 이어지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