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국내 '공급과잉'·해외 '회계처리'에 진퇴양난
입력 2017.01.20 07:00|수정 2017.01.23 10:58
    올 상반기 국내 주택물량 공급 '제동' 걸려
    회계처리 신뢰도↓…해외사업장 '보수적' 기조 지속
    투자자들 "작년 결산자료, 투자향방 가를 전망"
    • [편집자주] 몇 번의 광풍이 지나간 건설업계가 다시 주목 받고 있다. 국내 주택경기의 반짝 호황에 다시 살아나는 듯 했지만 이제는 다시 주택경기 둔화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발목을 잡았던 해외 사업은 그 규모가 감소했지만, 잠재적인 리스크 현실화 가능성으로 여전히 뇌관이다. 쉽사리 진정되지 않는 국내외 악재로 자칫 과거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베스트조선은 안팎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난해 정기평가에서 신용도가 조정된 대형 건설 3사를 점검해봤다.

      대우건설은 올해 국내외서 획기적인 실적상승의 돌파구는 찾기 어려울 전망이다. 국내 주택시장이 불확실성에 둘러쌓여 있고 해외 건설시장은 저유가의 늪에서 이제 막 탈출한 탓에 수주물량 급증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무엇보다 대우건설은 현재 '회계처리 신뢰도 저하'라는 악재에 마주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지난해 대우건설의 결산자료가 나와야만 추후 투자방향을 결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30% 달하는 주택 매출비중…계속 이어갈지 '미지수'

      국내 대형 건설사들은 2014년 '어닝쇼크' 이후 해외사업 대신 국내 주택사업의 비중을 늘려왔다. 이들은 2015년~2016년 내내 이어진 국내 부동산 경기 호조로 줄어드는 해외매출을 만회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사정이 다르다. 저금리 시대가 끝나면서 국내 부동산 경기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대우건설도 과거 국내 부동산 호경기를 타고 국내 주택부문의 매출 비중을 높게 유지해왔다.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주택부문 매출액은 2조500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004억원을 기록하며 높은 영업이익률도 거뒀다.

      올해는 국내 주택시장이 각종 불확실성에 휩싸여있다. 올 상반기 국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며 국내 주택 공급물량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금리가 오르면 주택거래가 줄고 집값이 떨어져 시장이 둔화하기 때문이다.

      2015년~2016년 동안 7만 세대 이상을 공급한 대우건설은 올 상반기엔 3만 가구 이상의 물량을 주택시장을 쏟아내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대우건설은 올해 전국에 총 2만7312채의 푸르지오 브랜드 주택을 공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 국제 유가가 오르고 있긴 하지만 올해 해외건설 수주 규모도 전년 수준에서 큰 폭으로 확대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해 해외수주 규모는 10년 이래 최저치인 300억달러 이하를 기록할 정도로 해외 시장은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 김선미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택 공급과잉으로 2018년 이후로는 대우건설의 실적 둔화가 불가피하다"라며 "이를 만회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주택사업의 착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총 22조원에 달하는 사우디 주택사업은 5단계에 걸쳐 진행되는 중장기 사업으로 올 1분기 내로 마스터플랜·베이직디자인 작업이 마무리 될 예정이다.

      회사 측도 해외사업보다는 국내사업에 지속해서 힘을 실을 계획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국내주택은 작년과 크게 변함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예정이며 해외사업장은 유가에 따라 변동가능성이 있어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 대우건설 해외사업장 미청구공사 적극 방어中

      대우건설은 지난 수년간 수주산업을 괴롭혀 온 미청구공사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하다. 건설사의 미청구공사는 공사대금 결제구조 상 조선사의 미청구공사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현대건설을 상대로 구체적인 공사원사·미청구공사를 요구하는 등 미청구공사 규모를 비롯한 건설업 회계처리가 도마 위에 올라 있다.

      대우건설의 공사원가 대비 미청구공사 비중은 9.7%로 국내 대형 건설사 중 높은 축에 속하고 있다. 작년 9월말 연결기준 미청구공사 규모는 2조원대로 대부분이 해외사업장에 몰려있다. 내년부터 도입예정인 IFRS(국제회계기준)15을 고려하면 회사는 미청구공사 규모 관리에 한층 더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새 기준 도입 시 미청구공사나 아파트 선분양 등 진행률을 확인하기 어려운 금액을 수익으로 인식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대우건설의 재무부담은 현재 감사가 재진행중인 지난해 3분기 재무제표과 밀접하게 연관돼있다.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이 대우건설 작년 3분기 감사보고서에 '의견거절'을 제시하면서 대우건설의 지난해 결산 실적은 보수적으로 처리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우건설은 현재 잠재부실을 내재한 곳으로 지목되는 해외사업장들에 대한 전수조사에 협조하는 등 회계리스크에 적극 대응 중이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보수적 회계처리로 지난해 대우건설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크게 개선될 여지가 줄었다"라며 "투자자들은 결산 자료를 보고 난 후에 투자여부를 구체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