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회장, 1兆 금호타이어 되찾을 묘수는
입력 2017.01.20 07:00|수정 2017.01.23 10:56
    박 회장 지분 100% SPC 활용해 자금 조달할 가능성
    메자닌 활용 여부나 금호타이어 지분 가치평가 불투명
    합병형 LBO나 인수 후 계열사 이전도 쉽지 않을 듯
    • 박삼구 회장이 금호타이어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어떤 방식을 택할지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장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은 적고 우군의 지원을 받을 여지는 크지 않은 상황이다. 계열사로의 위험 전이를 우려할 시장과 채권단의 분위기도 살펴야 한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채권단은 다음달 중순까지 금호타이어 인수우선협상대상자인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채권단이 계약 조건을 전달하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30일 안에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소폭 조정될 수는 있으나, 박삼구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기 위해선 더블스타가 제시한 금액인 1조원가량을 조달해야 한다.

      아직 전망 하긴 이르지만 인수합병(M&A) 업계에선 박삼구 회장이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인수에 나설 것이란 의견이 많다. 금호산업 인수 때 가용 자원 대부분을 소진한 터라 박삼구 회장 개인 이름으로 거액을 조달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SPC는 개인보다 투자구조 변경이 용이하다. 우호 세력이나 투자자 입장에서도 개인보다는 형식적이나마 법인 형태인 것이 낫다. 채권단도 박삼구 회장 지분 100% SPC는 개인과 동일시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SPC를 활용한다면 통상 M&A처럼 선-중-후 구조가 고려될 수 있다. 박삼구 회장이 후순위 지분 100%를 투입하고, 중순위 메자닌을 발행하며, 선순위 차입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금호타이어 지분이 차입금 담보로 먼저 제공된다면 중순위엔 상당히 높은 수준의 수익보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자금조달 수단으로 각광받는 콜옵션부 CB(전환사채)를 활용한다면 계열사에 CB 인수권리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부담을 덜 수도 있다.

      다만 메자닌 활용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신주인수권부사채(BW)나 CB 등은 형태는 채권이지만 주식으로서의 성격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단이 이러한 점을 감안해 메자닌을 발행한 SPC에 제3의 주주가 참여한 것으로 본다면 박삼구 회장의 일신전속권인 우선매수권은 쓰기 어려워진다.

      메자닌을 사용하기 어렵다면 박삼구 회장의 지분 출자보다는 차입금 비중이 높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얼마나 늘릴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주식의 담보인정비율(LTV)은 통상 40~60%, 아주 높아야 70%다. 금호타이어 인수 지분(42.01%) 시가의 70%를 인정받는다면 4000억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경영권에 대한 높은 평가를 기대해야 한다. 대기업집단으로 계열사 간 채무보증도 기대하기 어렵다.

      인수 후 구조 변경을 통해 부담을 줄이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인수자인 SPC와 피인수 대상인 금호타이어를 합병해 SPC의 차입금 상환 부담을 금호타이어에 넘기고 현금흐름을 만드는 방식 등이다.

      대법원은 과거 ㈜신한 LBO 사건에서 SPC가 피인수회사의 예금 및 부동산을 활용해 차입금을 조달하는 경우엔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반면 동양메이저의 한일합섬 LBO 사건에선 SPC와 피인수회사의 합병을 거쳐 피인수회사의 현금을 차입금 상환에 썼으나 적법한 것으로 판단한 바 있다.

      대형 법무법인 변호사는 “SPC와 금호타이어 합병은 한일합섬 사례와 같이 전형적인 합병형 LBO(Leveraged buyout, 차입매수)로 법적으로 문제될 소지는 적다”면서도 “상장 요건을 유지하면서 합병하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채권단이나 주주들의 합병 동의도 받아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가뜩이나 차입금이 과다한 금호타이어에 SPC의 차입금이 고스란히 얹어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일부 채권 금융회사는 차입금 만기 연장을 놓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했었다. 한일합섬 LBO 사건에선 합병 시 주주총회를 거쳐 주식매수청구권을 받아주는 등 주주들의 위험 회피 기회가 주어졌다는 점도 고려됐지만, 금호타이어 거래에서 그러한 자금부담을 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박삼구 회장이 SPC 지분을 계열사에 통째로 넘길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금호타이어 주식은 인수 후 1년까지 매각제한(락업)이 있다. SPC도 인수를 위한 도구일 뿐 실질은 금호타이어 지분과 동일시 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마찬가지로 1년의 락업이 걸릴 수 있다.

      채권단이 계열사로의 위험 전이를 경계하고 있는 만큼 까다로운 자금 조달 및 인수 구조를 요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자금조달 거래에 참여한 적이 있는 IB 업계 관계자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구조화 전략에 밝지만 거래 규모가 크기 때문에 인수에 성공할지 예단하기 어렵다”며 “인수 전략을 짜는 부서에선 골머리를 앓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