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트론 FI, "LG 매각 몰랐다"…투자회수 '고민'
입력 2017.01.23 18:20|수정 2017.01.24 09:35
    LG, "지난해 비공개 입찰했다" 입장…보유지분 51%만 매각
    49% 보유 FI 이사회 당일 인지해 '당황'…"투자자 배려 안했다"
    매각거래 완료 후 투자회수 방안 SK와 논의 이어질 듯
    • LG그룹의 전격적인 LG실트론 경영권 매각은 수년간 실트론에 자금이 묶인 재무적 투자자(FI)들과 사전 협의나 통지 없이 진행됐다.  FI들은 23일 이사회 결의과정에서 상황을 인지, 현재 대책 마련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LG그룹은 실트론 지분 51% 매각에 대해 "지난해 말 비공개 경쟁입찰을 진행했고 복수의 국내외 인수후보를 대상으로 예비입찰-본입찰을 진행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후 23일 ㈜LG는 SK㈜는 각 자 이사회를 열어 매각을 의결했다. 크레디트스위스(CS) 등이 SK측 자문을 제공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실트론 지분 29.4%를 보유한 우리은행 등 대주단과 19.1%를 보유한 KTB PE등 FI들은 매각 과정 자체를 인지하지 못했다. 양사 관계자들은 모두 "이번 매각에 대해 이사회 결의가 난 이후 상황을 전해들었고 대응 방향을 논의 중이다", "지분 매각과 관련해 사전 협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지분 49%를 보유한 투자자는 전혀 배려하지 않고 LG그룹의 지분만 넘긴 것"이라는 언급도 나왔다.

      지난 2007년 LG실트론 지분 49%를 인수한 FI들은 이후 다양한 투자회수를 검토했으나 성사시키지 못했다.  2011년 기업공개(IPO)를 추진했지만 반도체 경기가 꺾이고 태양광 시장도 침체되며 실패했다. 지난해 오릭스 PE가 FI 지분 일부 인수를 추진한 바 있으나 LG그룹과 주주간계약(SHA) 협상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며 끝내 무산됐다.

      실트론의 주인이 바뀜에 따라 FI들은 투자회수를 위해 새로운 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SK와 함께 다시 상장을 추진하거나, SK에 지분을 되사달라고 요청하는 전략 등이 언급된다. 다만 아직 SK-LG간 거래가 완료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 실트론 매각은 관계기관 승인 등 계약상 선행조건이 충족된 후 연내 마무리될 예정이다.

      LG그룹 관계자는 "비주력사업 정리 차원에서 실트론 매각을 단행한 것"이라며 "반도체 설계 담당 계열사인 실리콘웍스는 현재로서는 그룹이 가져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