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적투자자 모신 현대카드…정태영 부회장 실력 입증할 때
입력 2017.02.16 07:00|수정 2017.02.17 10:14
    새 주주, 투자 수익에 초점
    "미래 청사진 보여줘야"
    • 현대카드가 GE와 결별 후 어피니티-칼라일 등 사모펀드(PEF)를 새로운 주주로 초빙했다.  당장 ‘새 주주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에서부터 '이들이 만족할만한 기업가치 개선 방향이 보여질까'라는 궁금증이 제기된다.

      관건은 현대카드가 '현대차 계열'이라는 꼬리표 없이, 단독 브랜드로서 미래가치를 증빙하는 작업이 될 전망이다. 즉 정태영 부회장의 경영능력이 확실히 입증되어야 중장기적으로 정 부회장의 금융계열사 지배력 강화에 있어 재무적투자자(FI)들이 '우군'으로 작용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 현대카드는 이번 주주 초청과 관련해 "과거에도 GE라는 주주와 함께 잘 협업해온 이력이 있는만큼 어렵지 않다"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두 주주의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사실 GE-현대카드 또는 현대캐피탈의 관계는 '현대차 그룹'과 'GE그룹'이라는 그룹대 그룹 성격이 적지 않았다. 게다가 GE는 금융회사이자 전략적 투자자로서 성격이 짙지만 이번에 참여한 사모펀드들은 투자수익 극대화에 초점을 맞추는 철저한 FI들이다.

      주주 교체로 인한 변화는 당장 현대차 계열 생명보험사인 현대라이프에서도 감지된 바 있다. 현대라이프는 지난 2015년말 방카슈랑스에 강점이 있는 대만 푸본생명으로부터 증자를 받아 2대 주주로 참여시켰고 이후 방카슈랑스를 기반으로 실적개선을 이뤄내고 있다. 마트에서 보험상품을 파는 등 혁신적이지만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았던 마케팅 전략을 버리고 오히려 보험 본연의 판매전략에 집중한 결과라는 평가다.

      올해에는 푸본생명의 입김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라이프는 지난해 말 ‘재무통’으로 불리는 이주혁 대표가 갑작스럽게 사임하고, 이재원 전략기획본부장을 새롭게 대표로 선임됐다. 해외 경험이 풍부한 이재원 대표는 ING생명 마케팅 담당 부사장을 역임한 바 있으며, 오랜 기간 전략분야에 몸 담은 ‘전략통’으로 알려졌다. 이 본부장이 새롭게 대표에 오른 것에 대해 보험업계에선 푸본생명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 본부장은 유학파로 ING생명 근무 시절 현대라이프의 푸본생명 측 사외이사인 로버트존 와일리 전 한국ING생명 대표와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다”라며 “이 대표가 새롭게 오면서 이전의 현대라이프와 어떻게 달라질지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대카드 역시 비슷한 일을 겪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것.

      게다가 지금 현대차그룹은 3세 정의선 부회장의 승계 이슈가 언제든 본격화될 수 있는 민감한 시기를 맞고 있다. 승계가 이뤄진다면 금융계열사 지배구조에도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이를 감안할 때, 현대카드 등 현대차 계열 금융사 입장에서는 지금이 새로운 주주를 맞이하면서 앞으로의 변화를 준비할 적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FI는 현대카드 지분에 대해 기존 주주들(현대차-기아차-현대커머셜)에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분의 향방이 현대카드를 비롯한 현대차 금융사의 지배구조 변화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관건은 이렇게 참여한 FI와의 원만한 관계다. 결국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실적’이다.

      현대카드는 수년째 12% 수준의 시장점유율에 머물러 있다.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6%로, 2015년 이후 2% 이하에 머물러 있다. 현대카드로 대표되는 ‘문화마케팅’은 과도한 마케팅비용 지출로 회사의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게다가 카드업에 대한 전망은 부정적이다. 연평균 카드수익 증가율은 11년 이전 20.7%에서 이후 3.4%로 둔화했다. 체크카드 시장에서 은행계 카드사들이 두각을 나타내며, 전업계 카드사(삼성, 현대)들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평가도 나오는 판국이다. 이전에는 현대차그룹이란 ‘우산’이 있었지만, 지배구조 개편과정에서도 여전히 유효한지는 미지수다.

      결국 현대카드로서는다양한 전략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고 FI들로서도 향후 추진될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이 스토리를 통해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다. 이는 결국 새 주주와 협업을 통해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이자, 테스트이기도 하다는 의미다.  이 테스트에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하게 되면 현대라이프 또는 현대카드에 참여한 주요 주주들로서도 이들 회사에 대한 투자를 장기화하는 한편, 정태영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게 될 것이란 의미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현대카드 투자자를 만족시킬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라며 “동시에 정 부회장이 현대차 금융그룹 건설을 위해 주도적으로 인수한 현대라이프를 정상궤도에 올려 놓는 것은 남은 과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