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銀産분리 논란…한국투자·DGB금융 영향력 커질까?
입력 2017.02.17 07:00|수정 2017.02.20 09:01
    은산분리 완화 지연에 산업 발 묶여…법 개정 여전히 불투명
    지분율대로 출자하거나 은행주주만 지분 확대할 가능성 낮아
    증자 부담 적고 시중銀 주도권 매력 느낄 한국·DGB에 시선
    서로 다른 주주간 이해관계, 금융당국의 승인 부담은 걸림돌
    • 은산(銀産)분리  논란으로 난항을 겪는 인터넷전문은행이 금융과 핀테크의 결합이라는 취지 구현은 물론, 산업자본의 출자도 어려워지고 있다. 이로 인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에 참여한 주주들 중 '금융주력자'인 한국투자금융지주와 DGB금융지주의 존재감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들은 자금력도 있고 법률 규제 부담도 상대적으로 덜 한데다 경영 주도권 확보가능성에 따른 시중은행 라이선스 획득 가능성도 노려볼 수 있기 때문.

      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법안 통과를 위해 국회와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은산분리 완화를 담은 은행법 개정안,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등이다.

      당초 목표인 지난해 제·개정은 무산됐고 2월 임시국회에서도 법안이 다뤄질지 미지수다. 국정농단 사태 후 은산분리 완화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저축은행처럼 운영하면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차기 정권이 선긋기에 나선다면 인터넷전문은행에 더 깐깐한 잣대를 들이댈 가능성도 있다.

      영업 준비에 들어간 케이뱅크는 물론, 본인가를 앞둔 카카오뱅크도 자본 확충이 필요하지만 계획을 내놓기 조심스러울 상황이다. 법 정비가 이뤄지기 전엔 산업자본의 지분확대가 쉽지 않다. 불가피하게 사업 속도를 조절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 현행법 아래서 자본확충을 해야 한다면 기존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부담을 지는 것이 가장 수월하다. 각 주주들의 입지가 달라지지도 않고 정부의 승인을 따로 얻을 필요도 없다.

      현실화 가능성은 크지 않다. 비금융주력자나 소액 주주들은 사업적 시너지효과, 주요 주주사와의 관계를 고려해 들어오기는 했지만 은행업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부 회사는 수백억원을 들인 후 재무부담에 허덕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때가 되면 주주에서 빠지려 할 수도 있다.

      결국 남은 다른 방안은 금융주력자인 주주의 추가 출자에 기대는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지점을 둘 수는 없으나 전국을 영업권역으로 하는 시중은행이다. 시중은행 라이선스가 없었던 금융주력자 주주엔 매력적으로 느껴질 사안이다.

      이미 카카오뱅크는 한국투자금융의 지분율이 절반 이상이다. 은행법에 따르면 은행의 대주주는 금융주력자라도 지분율 10%, 25%, 33%를 넘을 때마다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 부분에선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

      한국투자금융은 금융업 영역 확대가 숙원이었던 만큼 시중은행 라이선스를 공고히 하기 위해 추가로 자금을 들일 여지가 많다. 지주 안에서도 “법 개정이 안 된다면 우리가 이끌면 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다른 금융주력자로 KB국민은행이 있지만 모바일금융플랫폼 리브(Liiv)를 가진 터라 서비스 영역이 겹치는 인터넷전문은행을 키우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른 시중은행에 힘을 쏟게 되는 모양새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

      케이뱅크도 앞으로 2000억원의 증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금융주력자인 우리은행은 KB국민은행과 마찬가지 이유로 의지가 강하지 않다. 자본확충 부담을 덜기 위해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추가로 지출할 여유도 없다는 지적이다. 케이뱅크 담당 부서도 별도로 두고 있지 않다.

      시선은 오히려 DGB금융에 모아진다. DGB금융은 지난해 DGB캐피탈을 통해 기존주주인 뱅크웨어글로벌이 보유한 케이뱅크 지분 3.2%를 인수했다. DGB금융이 전면에 나선다면 핀테크 사업 강화, 해외 기반 확대 등 자사 목표와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 무엇보다 대규모 투자 없이 영업권역을 전국으로 넓힐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DGB금융의 케이뱅크 내 입지가 강해진다면 지방은 대구은행, 전국은 케이뱅크라는 구도를 갖추게 되고 향후 카드업 등 겸영업무 확대도 기대할 수 있다”며 “단기 성과를 보고 참여한 것이 아닌 만큼 멀리 내다보고 주요 주주인 KT와 공조 관계를 형성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의 형국이 한국투자금융과 DGB금융이 온전한 시중은행 라이선스를 누리는 데 반사이익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는 셈이다. 다만 걸림돌이 없지는 않다.

      우선 다른 주주들의 반발이 나타날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향후 법 개정 및 추가 출자에 따라 한국투자금융의 지분을 카카오로 옮기는 내용의 주주간계약(SHA)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의 자금 투입이 어렵다 쳐도 한국투자금융의 영향력 확대를 반길지는 의문이다.

      케이뱅크 역시 DGB금융이 전면에 나선다면 지분 구조 변경이 불가피하다. 20곳에 달하는 기존 주주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DGB캐피탈의 참여는 중금리 대출이라는 목표 고객군이 유사하기도 했지만 우리은행이 다른 ‘은행’ 혹은 ‘지주’의 참여를 불편해 했던 면도 있었다.

      DGB금융도 현재로선 큰 기대를 드러내지 않는 분위기다. 주주간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자금만 더 들이고 실효는 없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KT와 우리은행 등 설립 당시 주요주주에 힘이 실려있는 현재의 주주간계약은 바뀌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이제 와서 포기하자니 기회 비용이 너무 크고, 출범 시켜놓고 방치하자니 절름발이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일부 주주에 대한 지분율 확대를 용인하는 것은 특혜 시비를 걱정해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증자나 지분구조 변경은 주주들이 알아서 협의할 문제”라며 “현행법 아래라면 동일인 보유한도, 비금융주력자 보유한도 등은 지켜져야 하고 비금융주력자가 지분율 확대 효과를 내기 위해 우회 방안을 쓰는 것은 허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