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의 반도체 '경영권 매각' 카드…'전략적 판단' 시급해진 SK하이닉스
입력 2017.02.17 07:00|수정 2017.02.20 09:02
    日 도시바, 지분 20% 매각에 이어 '경영권 포기'도 시사
    '소수 지분' 한계로 저조했던 흥행전, 中 업체 등 재진입 가능성↑
    하이닉스, 낸드 경쟁력 확보 '기회'·판도 변화는 '위협'
    • 자본 잠식 위기에 놓인 일본 도시바가 핵심인 반도체 사업의 ‘경영권 매각’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그간 소수 지분 인수전을 진행 중이던 SK하이닉스 등 후보들은 이전과 다른 경쟁구도에 직면하게 됐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선 경쟁사에 비해 역량이 부족했던 낸드 분야 기술력을 경영권 인수로 단숨에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다. 동시에 풍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뛰어들 수 있는 경쟁 업체의 위협을 방어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최대 1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인수 금액이 거론되면서 SK그룹의 전략적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15일 일본 주요 현지 언론에 따르면 도시바는 일본 내 80여곳의 은행 등 채권단에 대출금 만기 연장을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도시바측은 자금 마련 방안으로 핵심 사업인 반도체 자회사의 일부 지분(20%) 매각 뿐 아니라 해외 경쟁사 등으로의 경영권 매각까지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도시바가 당초 14일로 예정됐던 실적발표를 오는 3월로 연기하는 등 시급한 채무 변제에 나선 상황에서 핵심사업의 ‘경영권 매각’이라는 최후의 카드까지 꺼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도시바는 원전사업에서 7조원 이상의 대규모 손실을 기록해 내달까지 수 조원의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자본잠식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그동안 소수 지분(20%) 인수를 추진해 온 SK하이닉스는 새로운 구도를 맞이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20% 지분 인수전에서 하이닉스는 3조원 초반을 제안한 것으로 거론된다. 글로벌 PEF 한 곳이 가장 큰 금액인 4조원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반도체 업체들의 도시바 소수 지분 인수로 확보할 시너지에 대한 의문과 일본 정부 차원의 기술 보호 정책의 영향으로, 전략적 투자자(SI)보다 재무적 투자자(FI)의 인수 가능성을 높게 전망해왔다.

      하지만 약 8조원에서 최대 10조원까지 거론되는 경영권 매각이 진행되면 인수전 양상은 크게 바뀔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이 경우 칭와유니 등 국가적 지원을 바탕으로 자금 여력이 풍부한 중국 업체의 재진입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수 지분 매각은 협력을 통해서 중·장기적으로 시너지가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 차원이다보니 인수전도 생각보다 흥행하지 않았고, 자금 투입 대비 효과에 대한 우려도 컸었다”라며 “경영권 지분 매각이 실제로 이뤄진다면 글로벌 반도체 시장 판도가 달라질 수 있는 이슈다 보니 SK하이닉스 입장에서도 재무적 부담은 차치하고 전략적인 ‘베팅’을 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낸드 부문 기술력 확보 시급한 SK하이닉스 입장에서도 제한적 지분 인수(20%)보다 경영권 인수가 유리하다. SK하이닉스는 D램 분야에서 글로벌 2위권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차세대 먹거리인 낸드 시장 점유율은 선두인 삼성전자(36.6%)는 물론, 도시바(19.8%), 웨스턴디지털(17.1%)에 밀려 4위권에 그쳐있다. 특히 취약한 부분인 3D낸드에 확보할 수 있는 특허와 원천기술에서도 낸드 플래시 기술의 ‘원조’격인 도시바의 자원을 활용할 수 있다.

      증권사 반도체 담당 연구원은 "중국 업체들이 공언한대로 투자를 집행할 경우 2018~2020년 정도에 유의미한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SK하이닉스와 중국 업체들의 수준 차는 시간상 1~2년 정도 되는데, 중국업체가 도시바를 인수한다면 그 격차마저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측은 인수 조건 변경 관련해 "현재 공식적으로 답변할 수 있는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