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주총 안건에 '범죄자' 선임 올리지 말라"
입력 2017.02.20 07:00|수정 2017.02.20 07:00
    정기주총 전 임원 선임 두고 경고의 목소리 낸 연기금
    '봐주기식' 인사· 재벌 2-3세 경영에 '찬성 기대치 마라"
    • "전관예우 안 됩니다. 사고 친 분도 안 돼요. 이번엔 제대로 선임하세요"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둔 기업들이 안건 상정에 연기금들의 감시의 눈길이 날카로워지고 있다. 삼성물산 합병건을 두고 주요 연기금의 신경이 곤두서 있는데다,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의 필요성이 확대되고 있는 점을 의식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국내 주요 연기금 관계자들은 대기업 관계자들에게 주총 안건 상정과 관련, 사전 경고를 보내고 있다. 거수기 이사회와 계열사 밀어주기, 낙하산 인사 등을 두고 정기 주총에서 찬성표를 던질 수 없다는 점을 공고히 한 것이다.

      일단 재벌가 자녀의 경영 참여도 집중 검증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만취해 난동을 피거나, 갑질 논란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후계자들이 경영일선에 등장하면 누가 동의할 수 있겠냐"면서 "이사회는 쉽게 넘어갈지 몰라도 주총에서 찬성표를 던질 의향은 없다"고 밝혔다.

      그동안 쉽게 넘어갔던 전관예우 행태도 따져보겠다는 언급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금융지주의 경우 주총에서 사외이사들을 재선임하는 안건은 무난히 통과되는 것이 관례적이었지만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회사에 피해를 끼친 임원진을 연임하는 '봐주기식' 선임도 가리겠다는 지적이다.

      부실 계열사를 지원하기 위해 그룹 내 주력 계열사가 자산을 사준 특정 그룹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부당거래 의혹 관여자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겠다는 주장이다. 사외이사 뿐 아니라 외부 감사 인력 선임 시 부적절한 전력은 없는지 살펴볼 방침이다.

      이런 움직임은 정계가 혼돈양상을 띠는 가운데 행여 주총 관련 사안으로 연기금으로 비난의 화살이 다시 쏠릴까 하는우려도 반영된 때문으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물산 합병으로 인해 국민연금에 대한 비난여론이 거칠어진 것도 한몫하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연기금들의 이런 전례없는 태도에 기업들은 '그렇게까지 따질 필요가 있는가'라면서도 다소 긴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전엔 미리 짜놓은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으며 수월하게 주총을 마치는 곳도 있었지만, 올해 정기 주총에선 기업들도 만발의 준비가 필요하게 됐다.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려 소액주주까지 가세할 가능성이 크다.

      연기금의 관계자는 "삼성물산 합병건을 두고 관련 기업과 연기금의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느때보다 살벌해졌다"면서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신중히 접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