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몰리는 바이오벤처社…'활용법' 못 찾는 제약 빅3
입력 2017.02.21 07:00|수정 2017.02.22 10:08
    뜨거운 바이오벤처 투자 열기…빅3 제약사는 요지부동
    바이오벤처, PEF·VC 등 자금조달 창구 확대
    오너 입김 센 국내 제약사의 보수적인 성향
    • 바이오·제약 투자열기에 힘입어 대형 제약사와 바이오 업체 간의 인수·합병(M&A)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빅3 제약사(유한양행·녹십자·한미약품)와 바이오 벤처업체 간 M&A는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소규모로 이뤄지고 있는 이들 빅3의 바이오 업체 투자는 미래 먹거리 사업보다는 단순 투자수익 확보차원에 그치고 있다는 평가다. 바이오 산업에 투자금이 몰리다보니 벤처업체들의 대형 제약사와의 협력 유인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간 국내 대형 제약사와 바이오 업체 간 합종연횡의 필요성과 중요성은 과거부터 꾸준히 언급돼 왔다. 자본력과 공장 등 생산시설을 갖춘 제약사와 기술력을 갖춘 바이오 업체 간 M&A로 제약사는 신약 파이프라인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신용평가사 연구원은 "국내 제약사는 글로벌 제약사가 만든 의약품을 가져다 파는 상품매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신약개발에 대한 필요성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며 "제약업 특성상 자체적인 R&D(연구&개발)를 통한 신약 개발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기술을 갖춘 바이오벤처를 M&A하는 방법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글로벌 제약사들은 적극적인 M&A를 통해 몸집을 불려왔다. 다국적 제약사인 사노피는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기 위해 젠자임을 인수했다. 화이자와 노바티스는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던 파이프라인과의 시너지 확보 차원에서 각각 워너램버트·파마시아, 알콘을 인수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내 빅3 제약사의 매출 대비 R&D 투자비중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지만 사실상 투자성과는 아직까지 미미한 수준"이라며 "빅3 (제약사) 내부에서도 상품매출 등 기존 사업으로는 한계가 분명해 M&A에 나서야 한다는 점만큼은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빅3 제약사들의 자금여력도 충분하다. 2016년 3분기 말 기준 유한양행·녹십자·한미약품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각각 4696억원, 2387억원, 2702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시장 안팎의 요구에도 불구, 제약 빅3와 바이오 벤처업체 간 조합을 찾아보긴 힘들다. 오히려 그간 이뤄진 빅3의 바이오 벤처업체 투자는 당시 기대했던 M&A나 R&D 시너지 효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단순 투자차익을 얻는 수단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초 한올바이오파마의 주식 100만여주를 장내 매도했다. 2015년 7월 한올바이오파마의 주식 174만여주를 처분한 후 추가로 매도한 것이다. 2012년 한올바이오파마 주식 374만여주(지분 9.1%)에 296억원을 투자했던 유한양행은 주식 처분으로 130억여원의 차익을 거뒀다. 녹십자와 한미약품 역시 바이오 업체 투자로 최소 20%에서 최대 100%를 웃도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 바이오 투자가 늘면서 바이오 벤처업체들이 빅3 제약사의 투자 없이도 충분히 기술 개발을 이어갈 수 있게 된 점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이에 더해 이들 제약사의 M&A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까지 영향을 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적극적인 바이오 산업 지원 정책에 더해 국민연금 등 연기금·공제회 등 기관투자자는 물론 개인들까지 바이오 투자에 몰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모펀드(PEF)나 벤처캐피탈(VC) 등으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하기 쉬워져 임상 진행 등 지속적인 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금 확보 니즈가 강한 업체들이 굳이 대형 제약사를 찾을 필요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 바이오 투자 운용역도 "초기 지분투자 이후 후속투자가 이뤄져야 R&D 제휴가 현실적으로 가능해지고, 나아가 글로벌 제약사와 같은 M&A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현재 바이오·제약에 몰리는 국내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대형(제약)사의 지분투자가 후속투자·인수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것도 아예 이해 안 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문경영인이 아닌 오너가 지배하는 빅3 제약사의 보수적인 성향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된다.

      빅3 제약사는 병원·약국을 대상으로 다국적 제약사가 개발한 전문의약품을 판매하는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영위하고 있다.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 등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한 것도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는 평가다.

      한 증권사 제약 담당 연구원은 "전문경영인이 운영하는 다국적 제약사와 달리 국내 대부분의 제약사들은 오너가 직접 경영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차이"라며 "오너의 보수적인 입김으로 인해 순수 현금만 가지고 M&A 나서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하기 때문에 주식교환 등을 통해야 하는데 지분율을 희석시키면서 바이오 벤처업체에 투자하려는 국내 제약사는 많지 않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