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1조' 영업이익 거뒀지만 부채는 줄지 않았다
입력 2017.02.21 07:00|수정 2017.02.22 10:10
    [취재노트]
    • 대한항공의 새 수장에 오른 조원태 사장이 연초 분주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장 취임 직전 대규모 유상증자를 확정한 데 이어 노조와의 갈등 봉합, 직원들과의 소통 확대를 위한 현장 방문을 이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이달말 처음으로 선보이는 보잉 차세대 여객기 787-9 드림라이너 도입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경영진이 이 비행기에 들어가는 부품 일부를 생산하는 항공우주사업본부를 직접 챙기며 대한항공 항공기 공동개발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대한항공의 항공기 도입은 재무적 요인보다는 사업적 요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사안이다. 노후 항공기 교체와 신규 항공기 도입을 통해 취항노선을 확장, 이익 증대는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한항공 항공기는 주로 금융리스 방식으로 들여오기 때문에 차입금은 오히려 늘어난다.

      대한항공 부채는 지난해에도 줄지 않았다. 대한항공이 발표한 2016년 실적자료를 보면 별도기준 부채규모는 2015년 수준인 15조3900억원대를 이어갔다. 아시아 항공사 중 가장 큰 규모의 부채다. 작년에 거둬들인 1조1200억원 영업이익을 한진해운 지원분 손실처리, 항공기 도입, 강달러로 늘어난 이자비용 등에 쓰느라 부채규모가 1%도 줄어들지 않았다.

      4500억원의 유증으로 재무부담이 줄긴 했지만 미미한 수준이다. 대주주인 한진칼의 유증 참여 부담과 주가 희석을 감수했음에도 부채비율은 현재 환율 적용 시 700%대가 될 전망이다. 홍콩 국적 항공사인 케세이퍼시픽 부채비율(261%) 대비 두 배가 넘는 높은 수치다.

      새 수장 취임에도 대한항공의 부채 줄이기 전략엔 별다른 변화가 없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들이다. 조원태 사장은 재무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한 전략보다는 영업효율화를 위한 비용절감을 강조하고 있다. 당장의 영업이익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재무안정성에 대한 경각심이 다소 떨어지는 모습이다.

      아직까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에 필요한 큰 그림의 전략을 그리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제 막 본격 경영 시험대에 오른 조원태 사장 입장에서도 부채 줄이기보다는 이익 늘리기가 성과를 보이는 데 있어 한결 쉬운 과제로 다가올 수 있다.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이내에 승부를 봐야하는 임원들에게도 부채 감축보다는 눈앞의 이익이 중요할 것이다. 연임 또는 승진을 위해서는 이익을 내는 일이 더 높은 점수를 받는 탓이다.

      회사가 인식하고 있는 것처럼 지금의 우호적인 항공시장 환경은 변동성이 큰 환율과 유가와 같은 외생변수에 기인한 측면이 있다. 외부변수에 대한 실적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선 재무적인 버퍼를 사전에 마련해놓아야 한다.

      대한항공은 지난 17년간 인명사고를 내지 않은 항공사로 세계시장에서 위상을 높이고 있기도 하다. 아시아에서 가장 빚이 많은 항공사인 점은 이런 대한항공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채 씁씁함을 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