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첨병' 인터넷은행 동력상실...은산분리 합의 부재
입력 2017.02.24 07:00|수정 2017.02.27 09:27
    언급→도입안까지 불과 9개월…사회적 논의 부족
    '창조경제 치적 위해 속도전 도입' 지적
    은산분리 당위성에 대한 논란 앞으로 지속될 듯
    • 규제 개혁을 통한 창조경제 추진 일환으로 도입이 추진된 인터넷전문은행이 동력을 상실하는 모양새다. 은산(銀産)분리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제도 도입에만 집중한 결과다. 자본확충에 나설 길이 막히며 초기 영업경쟁력에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인터넷은행 K뱅크가 영업개시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왜 인터넷은행에만 은산분리를 허용해야 하나'라는 본질적인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이처럼 정책 입안의 토대가 부실했던 까닭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는 지난 22일 인터넷은행 도입 관련 은산분리 완화 등을 담은 법안을 상정하고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현재 국회에 제출돼 있는 5건의 은행법 개정안·인터넷은행 특별법안은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의 인터넷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현행 4%에서 34~50%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야당 일부 의원이 은산분리 완화의 당위성에 대해 반발하며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대기업집단에 대한 경제력 집중이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은산분리를 완화할 경우 은행이 산업자본의 사금고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은산분리 완화는 현 인터넷은행 도입 방안의 전제요건이다. 문제는 이런 근본적인 부분에 대한 합의가 없이 추진됐다는 점이다.  국회 입법조사처조차 "은산분리규제 완화를 전제로 도입을 추진하며 예견되었던 상황"이라고 평가할 정도다.

      금융시장에서는 인터넷은행을 창조경제의 '치적'으로 만들기 위해 정부와 금융위원회에서 졸속으로 추진한 결과라는 비판이 나온다.

      인터넷은행이 처음 언급된 건 2014년 9월 열린 제2차 규제개혁 장관회의에서다. 이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인터넷 규제 장벽 완화를 주문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규제개혁 방향을 사물인터넷(IoT)와 '인터넷금융'의 양대 축으로 결정했다.

      이후 인터넷은행이 공식석상에서 직접 언급된 건 그해 11월의 일이다.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은 당시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인터넷은행 설립을 검토할 단계는 됐다"고 밝혔다. 다만 "산업자본 허용 및 소유 제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면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전제했다.

      임종룡 현 금융위원장이 취임한 2015년 이후 인터넷은행 도입은 급물살을 탔다. 2015년 1월부터 4월까지 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가 논의를 거쳤고, 금융연구원 주관으로 한 차례 공개 토론회를 가졌다. 그리고 2015년 6월 금융위는 인터넷은행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처음 언급된 후 9개월만에 대형 정책이 입안됐다. '산업자본 허용 및 소유 제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국회의원 총선에서 야당이 다수당이 되며 국회에서의 은산분리 통과는 더욱 어려워졌다.

      사회적 합의가 부실했던만큼 은산분리 완화의 당위성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여지가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 시책에 따랐다곤 하지만, K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주주들이 몇천억을 투자했다고 해서 그것이 은산분리를 완화해줄 이유가 되진 않는다"며 "인터넷은행에 대한 은산분리의 예외 적용이 어떤 파급 효과를 미칠지 좀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