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이 든 달콤한 사과?"…삼성·LG·SK의 아이폰 딜레마
입력 2017.02.27 07:00|수정 2017.03.13 14:30
    삼성 손 잡은 애플…'혁신 실종' 비판에 적극적 대응 전망
    공격적 판매 확대 전망 거론·부품사들 기대감도 커져
    '공급망 다변화·단가인하 압력' 애플 사업 '부작용' 만만치 않다는 평가도
    • “혁신이 실종됐다”는 비판에 휩싸인 애플이 차기 아이폰 출시를 통해 부활을 꾀하고 있다. 아이폰 탄생 10주년을 맞아 삼성과 손을 잡고 OLED디스플레이의 도입을 결정하는 등 차별화 전략에 힘을 쏟고 있다. 아이폰7의 예상외 성공을 바탕으로 판매량도 이전 대비 높은 수준을 기대하고 있다.

      애플에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삼성·LG·SK 등 국내 계열사들에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이전과 같은 ‘장밋빛 전망’과 다른 신중한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세계 최대 수요처를 통해 달콤한 단기 수익을 누렸지만, 단가 인하·공급망 다각화라는 애플 전략의 부작용을 경험하며 쌓아온 ‘학습 효과’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절치부심' 애플, 아이폰 차기 모델 변화 선택…각 부품사 '호황' 기대감↑

      최근 IT·전자 부품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아이폰 차기 모델인 ‘아이폰 8’(가칭) 초도 공급 물량을 1억2000만대 수준으로 결정해 각 부품사들과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7의 초도물량 약 8000만대(일반 5000만대·플러스 모델 3000만대) 대비 50% 가까이 증가한 물량이다. 애플은 이중 LCD를 도입한 일반 모델을 3000만대, OLED 디스플레이를 도입한 플러스 모델의 공급량을 9000만대 수준으로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현재 모바일용 OLED디스플레이는 삼성디스플레이가 글로벌 점유율 97% 수준을 차지해 사실상 독점 생산하고 있다. LCD 대비 접거나 휘는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이후 총 10조원 이상을 투자해 애플 수주에 맞춰 모바일 OLED 증설 투자에 나섰다. 올해 2분기부터 본격적인 독점 공급이 시작될 전망이다.

      다른 국내 주요 부품 공급사에도 애플의 공격적 확장에 대한 기대감이 퍼지고 있다. 애플은 듀얼카메라·모바일 D램의 추가 물량 공급계약을 두고 각각 LG이노텍과 SK하이닉스와의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품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은 애플의 설비 증설 요청을 받아들여 베트남 공장 생산량을 전년 초 대비 3배 가까이 늘리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이노텍은 지난해 애플에 약 3200만대 듀얼카메라를 공급했지만, 올해 공급량은 1억1000만대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마이크론에 이어 3순위 공급업체였던 SK하이닉스도 애플과 모바일 D램 공급 확대를 두고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애플이 SK하이닉스에 일부 물량을 보장하는 대신 신규 설비 증설을 요청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LG디스플레이의 교훈?'…보수적 접근 나선 삼성·LG·SK

      부품 계열사들에 애플이 더 이상 ‘장밋빛’만은 아니라는 부정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실제 각 부품사들도 애플과의 계약에 점차 신중한 모습을 띠고 있다. 그간 애플이 보여온 부품 공급처 다각화·단가 인하 압력으로 전략으로 인한 ‘학습효과’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애플은 전 세계에서 ‘공급망 관리를 통한 비용 절감’를 가장 잘 활용하는 기업으로 손꼽힌다. 대규모 보장 물량을 바탕으로, 동일 부품을 한국·대만·일본 등 여러 부품사로 분산해 단가 인하 경쟁을 유도하는 전략이다. 애플이 스마트폰 성장률이 한 자릿수대로 하락한 상황에서도 꾸준히 30%대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원동력으로도 거론된다. 지난해 아이폰 7의 생산을 앞두고 팍스콘 등 대만 부품사들이 비용 삭감 요구에 반발해 공급을 보이콧하는 등 갈등이 가시화 되기도 했다.

      LG디스플레이가 직면한 ‘수주 공백’이 애플 사업의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애플이 LCD 대신 삼성의 OLED 채택을 결정하면서, 당장 LCD를 공급해온 LG디스플레이는 올해 2분기부터 대규모 공급처를 잃게 됐다. 매출의 약 30% 이상을 애플로부터 거둬온 LG디스플레이는 뒤늦게 OLED 전환·중국 공급 확대 등으로 대처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최소 2019년 하반기까지 애플로의 공급이 쉽지 않아졌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투자자들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결국 애플과의 계약을 앞둔 삼성·LG·SK도 저마다의 ‘안전 장치’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 공급 계약 과정에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오는 2019년까지 약 3년간 배타적 독점 공급 계약 조건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애플은 일정 물량 이상을 공급받지 못할 경우 삼성으로부터 위약금을 지급받는 조항을 넣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당장 애플의 OLED 도입이 시급한 상황에서 삼성이 유리한 협상 고지를 확보한 것으로 풀이된다"라며 "애플도 단기에는 삼성에 의존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론 LG디스플레이의 일본(Tokki) 증착장비 도입을 직·간접적으로 돕는 등 LG·샤프의 모바일 OLED 양산을 유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내부적으로 애플의 D램 증설 요청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D램분야에선 보수적 투자방침을 유지하면서, 애플로 인한 공급 부족을 활용해 수익성 극대화를 노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아이폰7 플러스 모델에 듀얼카메라를 독점 공급했던 LG이노텍은 베트남 공장을 통한 R&D 투자 및 공격적 증설로 시장 점유율 선점 전략을 펼 계획이다. 아이폰 매출 반영이 시작된 지난해 4분기엔 분기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등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올해도 카메라 부문에서만 약 4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올해는 독점 대신 하반기 이후부터 샤프와 물량을 공동으로 공급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외에도 시장에선 소니의 카메라 사업부를 인수한 중국의 오필름 등 경쟁사들의 투입 가능성까지 관측되면서, LG이노텍의 증설 결정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체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은 정체한 상황에서, 애플·삼성·중국 업체(Oppo·Vivo·화웨이 등)간 프리미엄 시장 점유율 경쟁은 치열해지는 상황"이라며 "달콤한 애플 매출이 '재고'로 돌변하는 상황을 부품사들도 겪었기 때문에, 이전과 달리 부품사들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