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공동투자펀드(PEF)…시장은 '갸우뚱'
위상호 기자 | wish@chosun.com | 2017.03.17 07:00
Edited by 현상경 부장 | hs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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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에 맡겨 심사투자 및 결과 책임 부담 줄 듯
딜소싱 부담 줄고 투자금은 늘리고…운용사도 긍정적
"해외 사례에 비하면 이례적이고 필요성 의문" 지적도

국민연금이 새로 내놓은 공동투자(Co-Investment) 펀드를 통해 일일이 검토하고 참여하기 어려웠던 투자처에도 접근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외부기관에 추가 투자능력 일부를 맡기면서 투자 및 관리에 대한 부담을 줄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모펀드(PEF) 업계에선 고개를 갸웃거리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해외 사례를 봐도 공동투자를 위해 별도 펀드를 설정하는 경우를 찾기 어려운데다 국민연금의 조건을 충족할 운용사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국민연금은 국내사모투자 위탁운용사 선정계획 공고를 통해 올해 1조5500억원을 출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장 예상대로 라지캡(Large Cap.) 부문은 없어졌지만 공동투자 펀드가 신설됐다. 국민연금 등 유한책임사원(LP)이 참여한 블라인드 펀드와 함께 하되 국민연금이 직접 나서지 않고 외부 운용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집행하는 방식이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투자기관들을 많지 않은 인력으로 대규모 자산을 운용하다 보니 다양한 투자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내부 의사 결정 절차가 길고 복잡해 투자 적기를 놓치게 되는 경우도 많다. 공동투자 펀드를 활용할 경우 이러한 아쉬움을 달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민연금의 심사 및 투자 부담, 결과 책임을 밖으로 돌리는 효과도 있다.

보통의 공동투자는 투자금이 부족하거나 건당 투자 제한에 막히는 경우 운용사가 펀드의 출자자(LP)에 요청하고, LP가 심사 후 화답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그러나 별도의 공동투자 펀드가 있으면 외부 운용사가 이런 번거로움을 대신하게 된다. 업무 일부를 외주 주는 형식이다.

국민연금은 투자금을 추가로 얹었다가 낭패를 본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런 비판 가능성에서도 한발 멀어질 수 있다. 유례없는 격동기를 지나는 국민연금의 사정을 감안하면 공동투자 펀드가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도 정치적 부담을 줄이는 방안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공동투자 펀드도 투자처를 정하지 않은 블라인드 펀드 성격이다. 그러나 LP가 운용사에 간접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국내 사정을 감안하면 국민연금에 체리피킹(Cherry Picking)의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도 있다. 뒤에서 좀 더 손쉽게 우량 투자처인지를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운용사들 입장에서도 나쁠 것은 없다. 공동투자 펀드는 운용사의 거래 발굴 기여가 낮아 관리보수도 낮은 편이다. 그러나 국민연금 출자 블라인드 펀드 운용사와 돈독한 관계만 맺어 놓으면 투자 집행은 수월해진다. 국민연금도 공동투자 펀드의 취지를 ‘우수한 심사 능력과 네트워크를 활용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블라인드 펀드 운용사들도 적기에 더 큰 투자에 나설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공동투자펀드그러나 운용사들 사이에선 공동투자 펀드에 대해 생소하다거나 꼭 필요성이 있는냐 하는 의문을 갖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동투자는 운용사의 필요성에 따른 것이고 LP에 추가 투자 기회를 부여한다는 서비스적인 측면이 있다. 때문에 해외에선 추가 자금에 대해 관리보수나 성과보수를 주고 받지 않는 것이 관례다. 국민연금의 사정이나 필요성은 있겠으나 비용을 들이면서까지 별도 펀드를 운용하는 것은 통상적인 형태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은 공동투자 펀드 운용사에 펀드 총액의 20% 이상을 의무 출자하도록 했다. 딜소싱 부담이 줄어든 만큼 출자 비율을 높여 책임운용을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 때문에 지원 가능한 곳은 크게 좁아진다. 국민연금이 최대 2000억원을 출자한다면 운용사도 500억원을 내야 하는데 독립계 운용사는 검토도 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자금력과 심사 조직을 가진 은행계, 증권계 운용사간 각축이 예상된다.

블라인드 펀드에 다양한 LP가 있다는 점도 변수다. 국민연금은 블라인드 펀드에서 핵심 출자자인 경우가 많으나, 펀드 내 의결이 국민연금의 뜻대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블라인드 펀드는 물론 공동투자 펀드도 관계자가 많을수록 공조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국민연금이 공동투자 펀드 출자자를 2인 이내로 제한한 것도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국민연금 출자 펀드 운용사 관계자는 “기존에도 직접 공동투자는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번 공동투자 펀드가 정석적인 방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한 투자에 대해 집행하는 자금 규모는 달라질 것이 없지만 국민연금 운용역 입장에선 한 운용사를 통해 집행되는 금액을 분산할 수 있다는 정도의 효과는 기대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3월 16일 13:22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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