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치훈의 삼성물산, 보여줄 카드 많지 않다
한지웅 기자 | hanjw@chosun.com | 2017.03.20 07:00
Edited by 이도현 팀장 | dohyun.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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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치훈 사장 체제 유지…총수 부재 속 영향력 확대 전망
제일모직 합병 정당성 확보 위해선 사업적 성과 보여줘야
현재 사업으론 역부족…수익성 미미하고 성장성도 ‘불투명’
계열사 합병-구조조정 外 마땅한 방안도, 대안도 없어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하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든 상황에서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최치훈 사장이 보여줄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 새 성장동력 발굴은 차치하고도 기존 사업의 수익성부터 시장의 기대를 밑돌고 있다. 꾸준히 거론되는 그룹 내 사업부 합병과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 절감 정도가 유일한 방안이라는 평가다.

그룹 초유의 사태 속에 삼성물산의 현 경영진은 유임된다. 삼성그룹 계열사는 일제히 오는 24일 주주총회를 연다. 그룹차원의 경영진 인사는 없다. 삼성물산은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을 선임할 뿐 새로운 사내이사 선임은 주총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았다. 사실상 최치훈·김신·김봉영 대표이사 사장의 체제가 유지될 전망이다.

미래전략실은 해체됐고, 삼성물산을 ‘정말 좋은 회사’로 만들겠다던 이재용 부회장은 구속수감 됐다. 이 부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은 최치훈 사장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정당화하기 위해선 시너지 효과를 입증해야 한다. 회사가 밝힌 통합의 효과는 2020년까지 매출 60조원, 영업이익 4조원의 달성이다.

회사는 지난해 매출 28조1000억원, 영업이익 1400억원을 기록했다. 부문별로는 리조트(레저+식음)부문 1570억원, 상사부문 700억원, 건설부문이 340억원 영업이익 흑자를, 패션부문(-450억원)과 바이오부문(-760억원)은 적자를 기록했다.

주가는 하락세다. 삼성물산은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정점이라 여겨졌지만 지난해 말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 후 삼성물산과의 합병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힌 후 투자자들의 시선은 차가워졌다. 여기에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의혹이 불거지고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수사가 시작되면서 투자심리는 얼어붙었다. 올해 대규모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지만 선뜻 시장에 나오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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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이 바쁘지만 사업적 성과 또는 합병의 시너지 효과는 미미하다. 회사 주력인 건설부문의 갑작스런 성장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 주택경기는 활황이던 2015년을 기점으로 성장세가 꺾였다. 방어적인 수주전략을 펼쳤던 회사는 2015년 주택분야에서 신규수주가 없었다. 이 때문에 삼성물산이 주택부문(래미안)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국내기업의 해외건설 수주가 급감했는데 삼성물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삼성물산의 지난해 말 건설부문 전체 수주잔고는 31조6260억원이다. 전 분기와 비교해 10% 이상 줄었다. 2015년 40조870억원과 2014년 39조5450억원에도 크게 못 미친다. 회사는 현재 수주잔고를 채우기 위해 공공부문 사업성 검토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공공사업 발주가 예년만 못하고 공공부문의 특성상 높은 수익성을 장담하긴 어렵다.

삼성물산에 정통한 관계자는 “현재 수주가 워낙 없다 보니 건설부문의 수주잔고를 채우려는 목적으로 국내 공공부문 사업 TF를 꾸려 수익성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제서야 다시 수주에 나섰지만 수익성을 담보할 만한 수주가 과연 얼마나 될 지는 미지수다”고 했다.

사실상 각자도생을 하게 된 그룹 계열사들의 자체 협상력이 커진 상황에서 상사부문의 역할은 크게 축소됐다. 패션부문은 부진한 브랜드의 구조조정과 동시에 SPA브랜드 ‘에잇세컨즈’에 집중할 계획이지만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회사 내 비중도 미미하다. 바이오 부문은 적자폭이 줄었으나 사업 성과를 예단하긴 이르다.

삼성물산이 당장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나서거나 신성장사업을 찾아 나설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 또한 현재의 사업부문의 괄목할만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인 탓에 최치훈 사장의 선택지는 유사한 계열사 또는 계열사 사업부의 합병 등에 국한될 것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인적분할을 예고한 삼성SDS 물류사업부와의 합병은 유력한 시나리오다. 재무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삼성중공업 또는 삼성엔지니어링이 삼성물산과 합병할 것이란 예상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계열사를 활용한 시나리오가 지속적으로 거론되는 것을 봐도 삼성물산이 현재 영위 중인 사업만으론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다는 뜻으로 비춰지고 있다.

구조조정은 현재진행형이다. 삼성전자·삼성SDI·삼성카드 사장을 지낸 최치훈 사장이 2014년 삼성물산 대표에 취임하자 업계에선 당연히 최 사장이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으로 관측했다. 예상대로 지난 2015년 3분기 건설부문의 8392명에 달하던 임직원은 1년 새 20%가 줄어 2016년 3분기 6742명이 됐다. 현재는 토목사업부를 중심으로 임직원 희망퇴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그 동안 보수적인 경영을 해 온 삼성물산이 단기간에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로선 그간 거론돼 왔던 계열사의 편입(합병)을 추진하거나 최치훈 사장의 스타일인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한 효율성 강화 외에 이렇다 할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3월 14일 16:4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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