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눈 앞에 다가온 '트리플' 펀치
입력 2017.03.27 07:00|수정 2017.03.28 09:38
    그룹 지배구조 개편 압박 가속화
    “현재로선 사업 펀더멘털 개선 가능성도 크지 않아”
    정몽구 회장 사내이사 선임에 ‘혁신 부족’ 지적
    • 위기의 현대자동차 눈 앞에 해결하기 쉽지 않은 과제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

      시가총액은 2위로 뛰어올랐다. 하지만 사업 기초체력(펀더멘털)이 개선됐다기보다는 지배구조 개편 이슈에 따른 단기적 호재 성격이 짙다. 현재는 물론 미래의 방향성을 감지할 수 없는 것도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이 아닌, 한국이라는 작은 시장의 대장주 역할에 그칠 것이라는 부정적인 의견들도 나온다.

      투자자들은 거버넌스 해결, 펀더멘털 개선, 혁신 가능성이 현대차에 주어진 숙제지만 이를 풀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 ‘현대차’냐 ‘모비스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최근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논의가 다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21일 골드만삭스가 이와 관련된 보고서를 내놨고,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지분 매입 루머로 신고가를 기록, 현대차 시가총액 상승에 영향을 줬다.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등 주요 계열사들의 주가도 덩달아 올랐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은 올해 주식시장 최대의 화두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9월 더불어민주당이 대기업 기존 순환출자 고리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오너 일가의 현대차그룹에 대한 지배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지배구조 개편을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됐다. ▲현대모비스 단독 인적분할로 지주사 전환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3사의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의 인적분할 뒤 투자부문의 합병 ▲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 지분 스와프 ▲현대차 인적분할로 지주사 전환 등 각종 시나리오는 일찌감치 쏟아진 상태다.

      현대차가 어떤 시나리오를 선택할 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확실한 것은 현대차그룹이 이에 대한 준비가 돼있지 않고, 관련 비용도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넉넉한 실탄을 갖고 있지 못한 정의선 부회장이 어떤 과정에서도 주도권을 가져오긴 어렵기 때문에 결국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을 한 몸으로 봐야 한다”며 “상속세든 증여세든 비용 지출이 있을 수밖에 없고, 지켜보는 눈이 많기 때문에 이를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은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 주가 상승에 기업 펀더멘털은 반영되지 않았다

      현대차는 이달 들어 주가가 12% 올랐지만 12거래일만에 약세로 돌아섰다. 골드만삭스는 "현대차를 매수 추천 목록에 올린 2월6일 이후 코스피가 5% 오르는 동안 현대차의 주가는 25% 급등했다"며 현대차에 대한 투자의견을 3일만에 매수에서 중립으로 조정했다. 현대차의 약세는 최근 주가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때문으로 풀이된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현대차 주식을 매입하는 이유는 ▲글로벌 자동차주 가운데 가장 싸다는 점 ▲한국 시장에서 저평가된 우량주라는 점 ▲배당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 등이다. 골드만삭스의 투자의견이 바뀐 핵심 역시 펀더멘털 개선 여부가 아닌, 지배구조 개편 이슈의 수급 측면에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결과적으로 현대차에 대한 장기 투자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현대차 주가가 오를 땐 가격이 싸기 때문이고, 이번 주가 상승도 결국 지배구조 개편에 따른 단기적 호재에 관심을 보인 것뿐”이라고 평가했다.

      현대차그룹의 펀더멘털이 개선되지 않은 이유로 투자자들은 수직계열화에 대한 지나친 집착을 꼽는다. 개별 계열사들의 역량 개선보다 그룹 전체가 잘 되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다 보니 지금의 산업 트렌드와 역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건설 인수, 현대제철 강판 사용, 현대모비스 등 계열 부품사에 대한 높은 의존도, 현대차와 기아차의 차별성 부족 등이 해당된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효율화와 비용 절감이 최우선 목표였고 그것을 위한 수직계열화가 정답이었지만 이제는 달라졌다”며 “글로벌 기업들은 일찌감치 그룹 전체를 컨트롤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핵심역량에 집중했지만, 현대차그룹은 그것과 반대 방향으로 갔고 이는 재계 2세대인 정몽구 회장의 한계로 지적할 수 있다”고 전했다.

      ◆  “혁신 의지 안보인다”…미래 방향성에 의문

      사업 펀더멘털을 얘기하다 보면 자연스레 현대차의 미래로 이어진다. 현대차는 지난 17일 주주총회에서 정몽구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정몽구 회장의 강력한 영향력 하에서 현대차가 혁신을 할 의지가 있을 것인가’, 또 ‘정의선 부회장은 넥스트 현대차를 이끌 능력을 갖고 있는가’이다.

      자동차산업은 지난 160년의 시간보다 최근 10년의 시간 동안 더 많은 혁신이 이뤄졌다. 그리고 앞으로 그 시간이 더 짧아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 공유경제와 같은 시장 변화에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물론 IT 기업들도 뛰어들고 있다. 현대차는 어떤 존재감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의 실리콘밸리 현지법인인 현대벤처스가 미국 내 유망 스타트업에 지분 투자를 하고 있지만 걸음마 단계다. 현대벤처스를 통한 대형 인수합병(M&A)은 쉽지 않다.

      투자은행(IB) 시장에선 현대차가 시장 변화에 발 맞추기 위해선 결국 대형 M&A밖에 없다고 보고 있고 그 대상은 더이상 자동차업체가 아닌, 사물인터넷(IoT), 카셰어링 등 미래기술산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M&A업계 관계자는 “인텔이 17조원을 주고 모빌아이를 인수한 것은 핵심인력만 데려오겠다는 것이 아니고 여러 시행착오의 빅데이터가 담긴 회사를 사들인 것으로 봐야 한다”며 “과거처럼 핵심인력 몇몇을 데려온다고 바뀌는 시대는 더 이상 아니다”라고 전했다.

      IT업계 관계자는 “일본 도요타는 10억달러를 들여 구글 로봇 부문 수장인 제임스 커프너를 영입했고, 이는 도요타가 인공지능과 자율운전자동차 연구에 박차를 가할 것임을 천명한 것”이라며 “이에 반해 현대차 개발 부서는 여전히 미래자동차에 대해 회의적 시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차가 외형은 커졌지만 생각은 여전히 내연기관 자동차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자동차산업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판이 펼쳐지고, 대응 여부에 따라 업체들의 생사도 갈릴 전망이다. 투자자들이 현대차에 요구하는 것도 결국 ‘가만히 있는 것이 더 이상 리스크 관리가 아니다’라는 것과 그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해 달라는 것이다. 미래자동차 부문에서 정의선 부회장의 역할이 커질 것은 분명하다. 다만 정몽구 회장이 여전히 주도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선 정 부회장이 주도적으로 나서기에 쉽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