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렁에 빠진 금호타이어 매각, 박삼구-더블스타 연합 가능성은?
입력 2017.03.28 07:00|수정 2017.03.29 09:41
    박삼구 회장 문제 제기 후 정치 쟁점화되며 ‘안갯속’
    자금력 논란 박 회장 vs 반중국 정서 더블스타 모두 ‘속앓이’
    교착 장기화 불가피…공동인수가 해답될 수도
    박 회장·더블스타 실리 챙기고, 채권단·정치권 부담도 해소
    • 금호타이어 매각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의 소송 가능성과 정치 쟁점화 등으로 점점 미궁에 빠지고 있다.  컨소시엄의 허용여부가 결정되더라도 박 회장 측의 자금조달은 쉽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중국 더블스타 역시 사드(THAAD) 논란과 반중국 감정으로 지역과 정치권의 반대로 골머리를 앓는 모양새다.

      지리한 소송전으로 치닫기 전 양쪽이 공동으로 금호타이어를 인수한다면 서로 체면을 살리면서 이해관계자들도 만족시킬 묘수가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박삼구 회장은 이달 들어 채권단에 컨소시엄 허용을 요구하고, 절차상 하자도 지적하고 나섰다. 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다급함이 지연전략으로 나타났다는 예상도 적지 않다. 금호타이어 인수보다는 더블스타로의 매각을 막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법적 분쟁도 예고되어 있다.

      대선 정국도 매각 전망을 흐린다. 유력 후보들은 고용과 형평, 지역경제 등 사회적 이슈가 얽힌 이번 거래에 저마다 훈수를 뒀다. 사드 보복에 따른 반중 감정을 업고 ‘중국은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경제적 관점에선 공감대가 약해도 다음 정권을 이끌 수도 있는 인사들의 발언은 무게가 다를 수밖에 없다.

      1년 가까이 고생한 채권단은 곤혹스러운 처지다. 원칙대로면 더블스타에 팔면 되지만 법률 공방이나 여론의 추이는 부담스럽다. 멈추자니 한중 관계 악화나 더블스타의 소송 가능성도 우려된다. 또 1조원을 받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컨소시엄을 그냥 열어줄지, 아니면 조건을 살피고 결정해야 할지 고심하는 속내가 드러났다.

      가장 속이 타는 것은 더블스타다. 사세 확장 의지도, 중국 공장 활성화 명분도, 지방 정부가 받치는 자금력도 있다. 그러나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면 손 쓸 방도가 많지 않다. 고용 승계 카드를 꺼냈음에도 국면을 전환시키진 못했다. 노조는 오히려 매각 반대에 나설 조짐이다. 중국 중앙 정부의 해외 M&A 규제 강화 기조도 고려해야 한다.

      금호타이어 매각은 그룹 재건에 사활을 건 박삼구 회장, 힘겹게 얻은 기회를 지켜야 하는 더블스타, 여론에 부합하려는 정치권, 주도자이면서도 주도권이 약한 채권단 등 복잡한 역학구도로 얽힌 난제가 된 상황이다.

      그러나 모든 거래관계자와 이해관계자들의 요구를 충족할 방법이 없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금호타이어 인수라는 공통의 목적을 가지고 경쟁하는 박삼구 회장과 더블스타가 발상을 바꿔 서로 손을 잡는 것이다. 합의가 이뤄진다면 정치권과 채권단 등 관계자들의 걱정도 자연스레 소멸될 것으로 보인다.

      박삼구 회장과 더블스타가 공동으로 인수한 후 박 회장이 경영 전반을 맡고,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의 설비를 활용하면 양쪽 모두 명분과 실리를 챙기게 된다. 중재자가 있다면 합의가 수월하게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관련업계에 따르면 박삼구 회장과 더블스타 사이에서도 몇차례 접촉 시도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양측의 접촉시기와 이해관계 판단이 달라 아직까지 뚜렷한 협상은 진행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정의 골이 생겼을 수 있으나 양쪽 모두 시간을 허비할 상황은 아니다. 금호타이어는 채권단이 최대주주인 상황에서 적절한 투자가 이뤄지지 못했고 기업가치도 하락세다. 그룹 캐시카우로 키워야 할 박삼구 회장이나 1조원으로 평가한 더블스타나 부실해진 기업을 원할 리 만무하다.

      게다가 박삼구 회장은 최근 본인이 밝힌대로 한중우호협회장을 맡고 있는 상황. 중국으로의 매각 반대가 아니라는 점을 애써 부정하는 것보다 손을 잡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거꾸로보면 이번 사태에서 결실을 거두면 단순히 금호타이어 매각 문제 해결에 그치지 않고, 사드정국으로 경색된 한중 관계에 한줄기 온기를 제공할 공조 사례까지 만드는 셈이 된다.  현실적으로도 채권단이 정한 데드라인이 지난 후 우선매수권이 유효할 것인지 불투명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블스타로서는 현재의 계열주인 박삼구 회장이 앞장 선다면 강성 노조와의 관계도 조금은 더 수월하게 풀어갈 수 있다. 경쟁자였던 지프로와 SAIC가 국내 자본이나 전략적투자자(SI)와 손을 잡았던 것과 비슷한 이치다. 상표권 활용을 둘러싼 갈등도 발생할 일이 없다. M&A 업계 관계자는 “더블스타는 완성차 브랜드가 가까이 있는 한국 공장과 직원들의 중요성을 높이 치고 있어 인위적인 구조조정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결국 어느 쪽이 먼저 나서서 손을 내미느냐 문제가 남아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