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서 콧대 낮춘 롯데, '복심'은 호텔롯데 상장 재개
입력 2017.03.28 07:00|수정 2017.03.29 09:29
    연초 채권발행 재개…'시장의 롯데 불신' 논리 방어
    "총수 재판과 IPO 무관" 대응 방침 세워
    中 사드 보복으로 국내 여론도 점차 선회
    국내 금융기관 중심으로 국면전환 시도 움직임
    • 롯데그룹이 달라졌다. 국내 금융시장에서 한껏 높았던 콧대를 낮추고 잇따라 투자자들과 스킨십을 확대하고 있다.

      최종 목표는 결국 호텔롯데 기업공개(IPO)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룹 리스크’를 이유로 IPO 재개 절차에 부담을 느껴온 한국거래소 등 금융기관에 대응 논리를 쌓고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로 가치평가엔 직격탄을 맞게 됐지만, 역설적으로 지난해와 비교하면 국내 반감 여론도 잠잠해 지고 있다.

      결국 국내 금융권에서의 신인도 개선을 바탕으로 '신동빈 체제'의 신호탄인 호텔롯데 IPO에 우호적 여론 확대를 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호텔롯데·롯데쇼핑·롯데렌탈 등 롯데 그룹 주요 계열사는 올해 초 공모 회사채 시장에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까지 경영권 분쟁에 그룹 검찰 수사 등 악재가 겹치며 공모채 발행 대신 기업어음(CP) 및 사모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운용했다. 이례적인 공모채 발행 결정에 투자자들도 화답했다. 호텔롯데는 애초 목표 규모의 약 5배 이상 투자 수요가 몰리는 등 4년 만에 공모 시장 복귀를 잡음 없이 끝냈다.

      조달 과정에서 ‘짠돌이’ 이미지도 벗어났다. 계열사별로 격차는 보이지만 예년 대비 조달 금리 수준을 2~3배 확대해 제시했다. 주관 증권사에 지급하는 수수료율도 기존 인수금액의 9bp(1bp=0.01%포인트) 수준에서 20bp 수준까지 보장했다. 일부 계열사는 발행 이전 기업설명회(NDR)를 여는 등 시장 친화적 모습을 보이는 데 집중했다.

      최근 롯데글로벌로지스가 메디치인베스트먼트로부터 자금을 유치한 사례에서도 롯데가 국내 자본시장에서 몸을 낮췄다는 평이 나온다. 이례적으로 투자자 측에 향후 풋옵션 조항 등 위험방지 조항을 보장했을뿐만 아니라 시중은행의 투자를 유도하기도 했다.

      이같이 자본시장 문턱을 낮추는 롯데의 최종 목표는 결국 호텔롯데 IPO 재개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에서 변화된 모습으로 신인도 개선 및 긍정적 여론을 확보해 가면서 거래소 등 규제기관에 대응할 논리를 쌓아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룹 상황에 정통한 관계자는 “증권신고서 제출로 회사 상황도 공개를 하고, 국민연금 등 주요 기관투자가들이 앞다퉈 투자하는 등 ‘시장이 롯데를 용서했다’는 점을 드러내기 위해 그룹이 회사채 발행을 의도한 바가 있었다”라며 "당장 IPO를 재개해 시장에 나오기엔 그룹 리스크가 부담일 것이라던 거래소 입장에도 대응할 명분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호텔롯데는 그룹 비자금 조성 혐의로 전방위적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지난해 6월 상장 작업을 중단했다. 그 이후에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통해 기업 지배구조 개편과 조속한 호텔롯데 IPO 재개 의사를 밝혀 왔다.

      신 회장 등 롯데그룹 총수 일가는 배임·횡령 혐의로 불구속기소 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여기엔 호텔롯데 등 주요 계열사를 활용한 횡령 가능성도 포함됐다. 호텔롯데 측은 오너 일가의 수사는 계열사의 상장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반복해서 내세우고 있다.

      롯데그룹 내부에선 재판이 진행 중인 각 혐의 사실에 대해 모두 유죄를 가정 하더라도 호텔롯데의 IPO 진행과는 관계없다는 법적 증빙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문제도 개인 비리로 롯데그룹과 절연됐다는 취지의 대응에 나설 것으로 내부 방침을 세웠다.

      최근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도 롯데 입장에선 양면성을 가지게 됐다. 당장 면세점과 호텔 등 주력 사업에 직접적 타격이 예상되며 밸류에이션 책정 과정에서는 치명타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롯데그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어느 정도 돌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모가 산정보다 지배구조 개편을 통한 ‘신동빈 체제’ 확립이 더 시급한 롯데 입장에선 오히려 ‘일본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뗄 수 있다는 시각이다.

      상장 적격여부를 심사하는 한국거래소 입장에서는 난처한 상황에 직면했다. 아직 총수일가의 혐의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경영투명성 항목이 향후 실질심사에 중요한 요소인 만큼 논란이 될 수 있다. 거래소는 최근 국정 농단 스캔들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과정에서 ‘특혜 논란’에 휩싸여 홍역을 치른 상황에서 호텔롯데의 상장 재개를 부담스러워 한다는 분위기도 전해진다.

      한 재계 관계자는 “롯데 입장에서는 당장이라도 상장 재추진에 나설 수 있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한국거래소·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에선 부담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라며 “최소한 대선 이후까지는 대내외 이슈를 피하고 싶어 하는 금융기관과 빠른 시일에 재개를 희망하는 롯데 간 여론전이 펼쳐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