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보유회사엔 손도 못 댄 삼성 주주총회
입력 2017.03.29 07:00|수정 2017.03.30 09:31
    이 부회장 지분 보유 계열사들, 사업관련 안건 및 경영진 인사 '전무'
    삼성전자 "지주사 전환 보류"…삼성SDS "물류회사 분할 올해 없다"
    • 삼성그룹이 말 그대로 멈춰 섰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주주총회가 일제히 열렸지만 이재용 부회장이 주식을 보유한 주요 계열사들은 지배구조 개편, 사업 구조조정, 인사발령 모두 손도 대지 못한 채 사실상 현상 유지에 그쳤다.

      이재용 부회장은 구속됐고, 미래전략실은 해체됐다.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책임자도 조직도 없는 상황이다. 총수의 부재가 곧 경영활동의 중단이라는 '치부'를 드러낸 각 계열사들은 이 부회장의 복귀까지 연명(延命)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지난 24일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주주총회를 열고 지난해 재무제표 및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을 의결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분을 보유한 삼성전자(0.6%), 삼성물산(17.08%), 삼성SDS(9.2%), 삼성엔지니어링(1.54%)은 통상적인 안건의 의결만 진행했을 뿐 경영에 참여할 새로운 사내이사 선임 및 사업내용에 대한 안건은 상정하지 않았다.

    • 삼성전자는 지난해 정기주총을 통해 ▲사내이사 3명 선임 ▲사외이사 3명 선임 ▲감사위원 2명 선임 ▲제 3자에 대한 신주 발행한도 축소 및 분기배당 실행에 대비한 정관 변경 등을 추진했다. 지난해 말 임시주총에선 이재용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고, 프린팅 사업부 분할을 승인한 바 있다.

      이번 주총에선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던 지난해 11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분기 배당 및 총 4조원 규모로 배당을 확대하는 방안은 그대로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공약했던 회사추천 1명의 사외이사는 대내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이유로 이번 주총에선 선임하지 않기로 했다.

      또한 삼성전자는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해서도 당분간 추진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검토 과정에서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이 존재해 지금으로선 실행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삼성물산도 다를 바 없다. 사외이사 2명을 선임했을 뿐 현재 최치훈·김신·김봉영 대표이사 사장의 3인 경영체제는 유지된다. 삼성물산의 이번 주총에선 소액주주들의 반발도 거셌다. 거듭되는 주가하락과 지주회사전환이 사실상 보류된 데 따른 불만이 나왔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매출 28조1000억원, 영업이익 1400억원을 기록했다. 주력인 건설부문의 영업이익은 340억원 수준에 머물렀고, 패션부문(-450억원), 바이오부문(-760억원)은 적자를 기록했다.

      주가는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주주총회 당일 삼성물산의 종가는 전일 대비 8% 가까이 급락하기도 했다.

      삼성물산의 주가하락은 삼성SDS가 같은 날 주총에서 "물류사업부 분할을 올해엔 추진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점도 한 몫 했다. 삼성SDS는 지난해부터 외부기관의 자문을 받아 물류사업부 분할 검토를 진행하고 있었다. 분할되는 물류사업부와 삼성물산의 합병이 유력하게 거론돼왔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거나 지분율이 미미한 계열사들은 사내이사를 선임하는 등 비교적 자유로운 경영 행보를 보였다. 삼성중공업은 전태흥 부사장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김태한 사장을 각각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삼성생명과 삼성카드는 이사의 선임과 임기와 관련한 정관을 변경했다.

      삼성그룹에 정통한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지분을 보유하거나 지배력이 강한 회사의 경우 경영진들이 사업적 비전을 발표하거나 향후 전략을 내세우기는 사실상 어려웠을 것"이라며 "특히 이 부회장 지분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 구조조정 및 지배구조상의 변화를 언급하는 것은 그룹 차원의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