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교체 앞두고 자기 방어논리만 쏟아내는 대우조선 이해관계자들
입력 2017.03.29 07:00|수정 2017.03.30 09:30
    [Invest Column]
    • 18년간 해결짓지 못한 대우조선해양 사태가 미궁에 빠졌다. 대우조선해양의 덩치가 커지면서 개입하는 이해당사자 수도 많아졌지만, 책임자 한 명을 찾기가 힘들다. 사전에 충분한 조율없이 제각각 다른 목소리를 내며 사태 해결의 본질에서 벗어난 불필요한 갈등을 야기시키고 있다. 정권 교체를 앞두고 각각의 이해관계자들은 자기 방어논리만 쏟아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회사채 만기일이 임박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달말 채무재조정안을 골자로 하는 자율협약 형태의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채권단 간 자율협약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법정관리보다는 강도가 약한 사전회생계획제도(P-플랜)을 신청할 계획"이라며 "이 경우 신규자금은 더 투입돼야 하고 만약 대우조선해양이 파산까지 이르게 된다면 전후방 산업까지 미칠 손실 규모가 59조원에 달할 것"이라며 초강수를 뒀다.

      금융위는 대우조선해양의 매각계획도 발표했다. 다른 대형조선사가 인수하게끔 지금보다 몸집을 대폭 줄인다는 게 골자다. 금융위를 관리·감독하는 기획재정부는 이번 구조조정안에 대해서는 어떠한 입장도, 방안도 내놓지 않았다.

      대우조선해양의 주인인 산업은행은 "조선업황이 예상과 달리 부진했던 가운데 소난골 등 발주처 인도 지연으로 악재가 겹쳐 기존 구조조정 계획이 틀어졌다"라며 "이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에 추가 지원을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국내 조선업 지원을 위해 만들어진 수출입은행은 연초부터 "조선·해운과 플랜트산업은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산업"이라고 피력하더니 이번에도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안을 통해 중점적으로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조선 산업의 큰 그림을 그리는 산업통상자원부는 대우조선해양의 파산으로 야기될 손실규모는 17조원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언제 팔릴지 모르는 해양플랜트·선박을 선주사에 넘기면 인도자금이 대거 유입돼 손실 규모가 크게 줄어든다는 논리다.

      대우조선해양에 돈을 빌려준 시중은행은 구조조정안을 수용하면서도 "대우조선이 살아난다 해도 정상화 과정에서 추가로 투입할 자금의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당장 다음달 만기도래하는 회사채를 두고 출자전환·3년 만기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은 "원리금 회수 가능성을 중점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양치기 소년이 됐다며 급작스럽게 고해성사를 했다. 5조원에 달하는 회계부정을 발표한 이후에도 정성립 사장을 포함한 최고 경영진들은 고개를 숙이며 수주가 늘어날 것이란 낙관론을 다시 한번 펼쳤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에 관심이 없다. 이들 조선사의 건조물량은 최대치를 찍은 지 오래다. 각자의 자구안 실행 배경도 덩치를 줄이기 위함이었다. 지주사 전환·수주 총력전에 힘을 쏟느라 경쟁사 현안에는 눈길을 돌릴 여력이 없다고 한다.

      언뜻 봐도 이해당사자 간의 입장이 제각각인 상황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주인인 국책은행과 이들을 감독하는 금융당국의 목소리에는 임기 40여일을 앞둔 공직자의 안이함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구조조정의 방향성은 사라졌고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카드들은 일방향적으로 통보되고 있다. 그 와중에 느닷없이 목소리를 내는 부처가 있는가 하면 최일선에서 고군분투해야 할 최고 기관은 제대로 된 입장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

      공직자들은 자신의 경력에 '대우조선해양 파산'이라는 과오를 남기지 않으려는 일관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치인들은 행여라도 자신들의 표밭에 흠집이 날까 입을 다물거나 표를 얻기 위해 큰 소리를 내기도 한다.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의 결과를 떠나 구조조정의 원칙과 세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내는 최소한의 협심을 발휘하는 모습조차 기대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