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스트證 가치산정 기준에 PER 거론한 LS네트웍스
입력 2017.04.04 07:00|수정 2017.04.04 08:59
    PBR·주가론 원금 회수 난망…금융사 거래서 보기 힘든 PER 거론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와 이해관계, 원금회수 의지 걸림돌 될 수”
    아프로·웨일인베 자문사 꾸리며 열의…당국 승인·투자 실적은 부담
    • LS네트웍스가 이베스트투자증권 매각가 산정에 금융회사 M&A에서는 좀체 찾아보기 힘든 평가기준을 언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의 가치 산정 방식이나 현재 주가를 반영해선 원하는 가격을 도출하기 어렵다 보니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전히 시장의 눈높이와 차이가 있다는 점을 드러낸 데다 부실한 매각 준비와 절차의 경직성,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매각이 원활히 진행될 지도 미지수다.

      인수후보 중에선 아프로서비스그룹과 사모펀드(PEF) 운용사 웨일인베스트먼트가 각각 자문사단을 꾸리며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무리한 금액을 써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시장 평가와 LS네트웍스의 기대 사이에서 접점을 찾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베스트투자증권 본입찰적격후보(숏리스트)들은 데이터룸 활용과 더불어 경영진 프리젠테이션(PT) 등 예비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금융사 M&A서 생소한 PER도 거론…가격 맞추려는 ‘궁여지책’

      실사가 막바지로 가고 있지만 인수후보들은 회사를 파악하는데 애를 먹는 분위기다. 그간 수 차례 매각을 추진했다고 보기 어려울 만큼 LS네트웍스와 주관사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의 준비가 부족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데이터룸의 자료가 많지 않고 통상적인 수준의 자료 요청 대응도 잘 이뤄지지 않는다며 입을 모으고 있다.

      회사가 내세운 가치 산정 근거도 인수후보들의 비난을 샀다.

      회사 관계자는 금융사 M&A에서는 거의 활용되지 않는 주가수익비율(PER) 가치산정 방식도 거론한 것으로 전해진다. 글로벌 온라인증권사들은 PER을 활용한 가치 산정도 하며 그 배수도 20배 정도는 된다는 주장이다. 회사 측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이베스트투자증권 주식은 12000원 정도로 평가되고, 매각 대상 주식 가격은 4100억원 이상이 된다.

      그러나 PER 방식은 특정 시점의 수익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하기 때문에 안정적 실적 추이를 보이는 제조업 평가엔 적합할지 몰라도 업황에 따라 실적이 들쑥날쑥한 금융사 가치 산정에는 적합하지 않다. 온라인증권사라고 주장하기엔 수익 비중이나 시장점유율도 낮고, 글로벌 업체와 비교할 규모도 아니다.

      자본을 굴려 이익을 내는 금융회사는 통상 주가순자산비율(PBR)을 활용하지만 이를 활용해서는 LS네트웍스가 원하는 가격을 받기는 어렵다.

      총 투자원금은 4727억원으로 받아간 배당을 감안해도 4000억원 이상은 받아야 원금 회수가 가능하지만 작년 말 이베스트투자증권의 자본총계는 3724억원에 그친다. 시가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데 그나마도 적은 유통물량 탓에 적정 가격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회사는 원하는 가격을 맞추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PER 카드를 거론했겠지만 인수후보는 물론 증권업계에서도 ‘생전 처음 본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 LS네트웍스가 가격을 고집할 만큼 상황이 여유로운 것은 아니다. 남은 사업은 패션브랜드 ‘프로스펙스’와 LS용산타워 임대업 정도만 남아있다. 2015년 LS용산타워를 담보로 2000억원을 빌렸고, 지난달 다시 1000억원을 추가로 빌려 차입금을 차환하는데 썼다. LS그룹 차원의 지원을 바라려면 자구 노력도 필요한데 가장 유효한 카드가 이베스트투자증권 매각이다. 수 차례 매각 실패로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한 점도 고려해야 한다.

      매각 방식 역시 경직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G&A PEF 내 지분율을 조정하는 방식의 매각도 검토했으나, 지금은 PEF 보유지분 전체 매각만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관사의 성과 보수는 물론 G&A의 업무실적 차원에서도 전체를 비싸게 파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10% 수준의 계약금도 바라는 것으로 전해진다. PEF를 구성해 들어오려는 인수후보들이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조건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베스트투자증권과 LS네트웍스, LS그룹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 실패 낙인을 피하려는 대기업의 성향, 주관사와 G&A의 이해관계, 팔려서 좋을 게 없는 회사 임원들의 처지 등 매각의 걸림돌이 많다”고 평가했다.

      ◇종합금융그룹 꿈꾸는 아프로·연기금 손잡은 웨일인베 ‘2파전’

      인수 경쟁은 아프로서비스그룹과 웨일인베스트먼트의 2파전 양상이다.

      M&A로 성장해 온 아프로서비스그룹은 OK저축은행과 아프로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 등을 거느리고 있다. 증권업 진출은 물론 종합금융그룹 육성 의지가 강하다. LIG투자증권(현 케이프투자증권), 리딩투자증권 인수전에 참여하기도 했다. 현재 딜로이트안진과 함께 실사 중이며 법률자문사도 선정했다. 지난달 인수의향서에도 가장 높은 금액을 써낸 것으로 전해진다. 아직 구체적인 인수 주체는 알려지지 않았다.

      아프로서비스그룹이 이베스트투자증권을 인수한다면 이미지 개선은 물론 저축은행과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증권사 고객에 주식매입자금을 빌려주거나 주식 담보로 대출해주는 서비스 연계가 가능하다. 그룹과 증권은 서로 겹치는 영역이 없고, 인력이나 지점도 많지 않아 구조조정 우려도 크지 않다.

      금융당국의 승인 부담은 남는다. 아프로서비스그룹은 지난해 현대저축은행 인수를 막판에 포기했는데 금융당국의 승인을 확신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당시 거래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또 아프로서비스그룹이 저축은행 인수 조건을 위반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공격적이면서도 보수적인 성향, 외부 자금 조달 부담 등을 감안하면 무리한 인수는 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웨일인베스트먼트는 신생 운용사로 아직 별다른 투자실적은 없다. 그러나 설종만 대표와 김성은 전무 등 핵심 투자인력들은 IBK투자증권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 패키지 인수건을 이끈 경험이 있다. EY한영과 실사를 진행 중이고 역시 법률자문사의 도움도 받고 있다.

      프로젝트펀드를 결성해 인수자금 70%가량을 조달하고 나머지는 인수금융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펀드 자금 대부분은 연기금·공제회 등에서 조달할 계획이며 전략적투자자(SI) 몇 곳과도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은 아프로서비스그룹을 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공적 자금들이 출자자로 참여한다면 금융당국의 승인 가능성은 커질 것이란 평가다. PBR 1배와 업계 거래 평균인 0.6배 사이의 가격을 써낼 것으로 점쳐진다.

      웨일인베스트먼트는 약화 일로를 걷던 이베스트투자증권의 온라인거래 부문을 다시 강화한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중소형사 몇 곳을 더 인수·합병해 조단위 자본금을 갖춘 증권사로 만든 후 투자회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 케이프투자증권도 최근 회계법인과 실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가격이 싸야 산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유력 후보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중국 중신그룹이나 대만 푸본그룹 역시 수신기능이 없는 국내 증권사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고 실사도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중 사드 갈등도 걸림돌이다.

      매각자 측은 다음달 3일 주식매매계약(SPA) 초안을 접수하고, 일주일 뒤 본입찰을 실시할 계획이다. 일부 후보가 실사 기간 연장을 바라고 있어 매각 일정이 예정보다 늦어질 여지는 있다.